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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로마를 빼고는 유럽을 이야기 할 수 없다. 한 제국으로 천년을 넘어선 로마가 문화,경제,종교 등 여러 면에서 현재의 유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을 당연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로마는 그 긴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내가 아는 좁은 지식으로는 새로운 피의 수혈 덕택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라는 표현처럼 만약 로마가 계층 간의 이동이 어려워 새로운 계층의 인물이 로마 중심부에 입성하지 못했다면 로마는 썩은 물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유일하고 믿을 만한 것은 인적자원이다. 우수한 인물의 등장과 새로운 인물의 중심부로의 입성은 한국의 변화와 혁신을 꾀할 수 있다. 당연히 한국의 부모들은 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자식교육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 중심부에 우리의 자식이 있기를 바라므로) 그러다 보니 나라의 교육정책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변화를 거듭한다. 그 변화 속에서 부모와 학생들은 혼돈과 갈등으로 시간과 돈을 쏟아 붓는다. 그런데 과연 교육정책이 문제일까? 물론 올바른 교육정책의 확립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 바꾼다고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올바른 방향으로 교육이 나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소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결국은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다.
1.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필요성
직업이라는 것은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어느 직업에도 높고 낮음이 없고 우러러보거나 얕잡아 봐도 되는 직업은 없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은 조선시대도 아닌데도 직업에 의해 계층이 나누어진다. 의사를 대할 때나 변호사를 대할 때의 우리의 태도와 청소부나 마트 직원을 대할 때의 우리의 태도를 생각해보라. 이런 직업에 대한 인식의 불평등은 자식교육에 목맴으로서 (자신의 아들, 딸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아이들을 혹사시킨다. 만약 어떤 직업이든지 같은 눈높이로 바라볼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직업의 사회적 가치와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다면, 남이 바라보는 직업이 아닌 자신이 바라보고 좋아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낼 수 있게 되고 특정 직업을 획득하기 위한 잔인하고 피 터지는 싸움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2. 직업 간 격심한 소득차이 줄이기.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소득문제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직업이라는 것은 사회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의사, 청소부 등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소득의 차이는 너무 크다. 의사와 같은 전문직은 많은 공부를 해야 되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만큼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한다. 반면 청소부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덥고 추운 날씨에 먼지와 쓰레기와의 싸움을 하기 때문에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 결국 두 직업 다 각자의 직업적인 면에서 좋고 나쁨이 존재하는 것인데 왜 소득의 차는 커야 하는가? 만약 이와 같은 직업 간의 소득차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면 그리고 직업 간의 불평등한 인식을 해소 할 수 있다면 좋은 대학 좋은 학과를 선호할 필요가 없으며 고등학교의 공부도 입시가 아닌 진짜 공부를 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3. second chance 의 제공
우리는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만약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진짜 열심히 공부할 건데 라고!
왜 하필 학창시절일까? 물론 풋풋하고 생기발랄한 그 시절이 그리워 일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학창시절이 주는 기회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넘어가는 관문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이며 이 지점을 관통하고 나면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딱 한번 주어진 기회. 어른들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아이들에게 학창시절에 공부해야 된다고 수시로 주입하고 압박한다. 만약 두 번째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직업적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면, 학창시절을 아쉬워하거나 그리워하는 대신 내 인생의 다른 순간을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조정래 선생님의 책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교육에 대해 아는 바가 없음에도 이렇게 바뀌면 더 낫지 않을까 라고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쓸데없는 생각들도 정답은 아니지만 정답에 가까워 질 수 있는 길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