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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교과서 칸트 - 인간은 자연을 넘어선 자유의 존재다 ㅣ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14
김진.한자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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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물질이 인간사회의 중심이 되면서 모든 것들은 정확한 수치와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체가 지배하게 되었다. 덕분에 과학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지금과 같은 육체적인 편안함과 안락함을 만끽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 외부의 것에 대한 관심은 늘지만 인간 자신에 대한 관심은 과학의 발달에 반비례해서 줄어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와 같은 방향을 정해주는 질문들의 부재는 딱딱한 물체들만 존재하는 세상, 물질적인 이득만을 취하는 세상, 배려와 정이 없는 세상을 만든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을 줄 알고,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당연시 되며,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것들이 흔한 과거에는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이 없었음에도 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지내야하고 어떤 관계를 맺어야 되는지 부모로부터 동네 어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혔다. 그러나 지금처럼 학력이 높아지고 가진 것이 많아진 현대에는 역설적으로 마음의 빈곤으로 인한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누군가와 마주앉아서 가십거리가 아닌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언제인가? 심지어 가족과 같이 밥을 먹으며 서로의 고민과 걱정거리를 이야기하고 과거의 밥상머리 교육을 해 본 적이 언제인가? 시간과 거리에 상관없이 서로를 더 가까이에 두도록 해주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발달은 오히려 물리적인 거리감은 줄어 주었을지 모르지만 정신적 거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멀고 소원해지게 만들었다.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사람들에게 편리한 물품의 공급을 제공해 주었지만 거기에 따르는 도덕적 책임감과 의무감에 대한 교육은 뒷받침되지 못했다. 다시 말해 하드웨어의 성능은 빠르게 향상되어가지만, 소프트웨어는 거기에 맞게 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다시 철학과 같은 인문학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것이 내가 철학을 배우고 싶은 이유이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은 경험과 이성의 복합적 과정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경험은 바깥세상을 오감을 통해 인지하며 그것을 이성을 통해 인식한다. 그런 정보는 주관성을 통해 보편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 보편성이라는 것은 인간이 경험하는 현상계에서만 타당한 진리이며 절대적 진리는 아니다. 현상계를 넘어서는 진리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인식형식을 구성하고 제약하는 인간자체는 절대적 가치(초월적 관념론)를 가진다.
현상계는 원인과 결과의 인과성으로 움직이지만, 현상계를 넘어서는 초월적 자아에게는 인과성이 아닌 자유가 성립된다. 하지만 자유, 즉 인간의 선택은 현상계의 수단이 아닌 목적성을 근간으로 한 자유로운 선택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자유는 부자유한 악한 선택이다. 목적성을 따라 행동하는 인간은 또한 도덕적이다. 초월적 자아의 덕은 현상계에서 행복을 가져다주는데 칸트는 이것을 최고의 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상계에 있기 때문에 현상계 너머를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은 최고의 선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현상계에는 여러 가지 유혹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종교가 필요해진다. 도덕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인간은 최고의 선에 이르러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여기에 종교가 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 현상계에 존재하는 동안에는 최상선(덕을 추구)와 최고선(덕+행복)을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죽음이후의 영혼세계에서 지속적으로 회상선과 최고선을 지향하게 된다.
그럼 현상계에 있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는 우리는 분명 자유로운 존재다. 하지만 그 자유가 칸트의 말처럼 목적성에 의해 제약을 받고 다시 도덕성을 부여받아 최상선과 최고선을 향해 가지 않는다면 지금의 박근혜 정부처럼 자유롭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된다. 목적성을 가진 자유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야하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