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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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리영희선생님은 신문광고나 책 등에서 등장하는 활자적 인물(?)이었다. 큰 관심도 없었으며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우연찮게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대화식으로 편찬되어 그의 사상과 인물됨을 잘 보여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당시의 시대상황, 그 속에서 살아간 모든 이들은 위대하고 대단하지만 특히 리영희 라는 인물의 삶은 위인전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삶이었다.

    

 

1. 뚜렷한 소신이 있다. 최근에 에셈블리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정치를 다루는 것이었는데 정말로 현대 정치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거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진상필은 국회의원이란 용어 뜻 그대로 국민을 대신해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인으로 느낄 수 있는 물욕, 명예욕 등을 인간으로서 갈등은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소신을 유지해 나간다. 리영희라는 이름을 가진 이 분 또한 그런 소신과 지조가 있다. 권력에 눈 감지 않고, 물욕에 귀를 막지 않았으며,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나 존재할 법한 그런 인물을 대화라는 책에서 발견했다.

    

 

2. 학자로서의 자존심과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다. 시대의 아픔을 말하고 떳떳이 비판하며 언제나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학자로서의 모습은 현재의 지식인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특히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지식의 전달 (전환시대의 논리 등과 같은 책들), 그에 따른 후대의 사고의 변화,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변화에 밑거름이 되었다. 교수라는 직책을 이용해 학생들에게서 신체적 욕구, 물질적 욕구를 얻으려고 저지른 몇몇 몰상식적인 교수들의 행동들이 매스컴에 등장할 때마다 그들의 학자로서의 자존심과 의무감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3. 배움에 목말라 했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난 적도 없지만 지금처럼 올바른 정보를 얻기가 힘든 적도 없었다. 무분별한 정보를 사실인 양 검토하거나 확인해 보지 않고 주어 담아서 퍼뜨린다. 또한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은 늘어났음에도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를 접해 본 적은 없다. 시험이라는 틀에 갇혀서 점수로 환산되지 않는 지식과 정보는 죽은 것으로 여기는 시대적 풍조, 그리고 배움의 시기를 특정 시간으로 한정지우려는 지금의 모습은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책을 구입해 배우고 연구하려는 의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달플 수밖에 없는 감옥 이라는 공간에서도 더 읽고 생각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모습에서, 가지고 있음에도 생각할 줄 모르고 채울 줄 모르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보게 된다.

 

 

그가 가지고 있던 폭넓은 사상과 깊이 있는 사고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진실을 파헤치고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인내와 노력 그리고 시대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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