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
이덕일 / 김영사 / 199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TV에서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큰 주류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일종의 야사처럼 과거의 일을 재미있게 풀어 낸 것들이라 아마 큰 인기를 큰 것이리라. 이덕일 공저의 책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시리즈도 서프라이즈 프로그램과 같은 류의 책이다. 다른 점은 TV프로그램처럼 단순히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라는 점이다.

 

  지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고정된 지식으로 수학과 과학 같은 경우와 같이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학문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검증 가능한 학설이 나올 때와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큰 변화 없이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지식이다. 다른 하나는 가변적인 지식이다. 사회, 역사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한다. 정확하게 정해진 답이 없으니 학자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르며 새로운 유물이나 유적 등에 의해 언제든지 기존의 믿음이 바뀔 수 있다. 현재 교육시스템은 대학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평가 가능한 교과내용을 우선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다. 고정적인 지식을 묻는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교과는 고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역사와 같은 교과는 단순히 시대 순으로 외우고 인과관계를 무시한 사건들만의 나열로 전개된 수업을 듣다보니 맥락을 상실한 역사를 머리에 주입한다. 그리고 논쟁적인 주제들조차 답이 정해져 있어서 답 이외의 것들은 언제나 무시되고 틀렸다고 간주된다. 좋은 예가 광해군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과거에는 조 나 종을 붙이지 못하고 군으로 강등될 정도로 그 평가가 좋지 않았다. 실제로 역사시간에도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광해라는 영화나 최근에 화정이라는 드라마에서처럼 그 평가는 변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탕평책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영조, 그의 아들 사도세자에 대한 평가 또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는 변화하지 못한 역사교육의 틀에서 정확한 답만을 찾아서 열심히 암기하고 외우고 있다. 그러니 중국의 동북아 공정, 그리고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그들이 틀렸다고 분노하고 욕하고 소리치지만 정작 어떻게 이야기하고 주장해야 될지를 모른다. 물론 이런 것들은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나와 같은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는 바른 우리의 역사를 알며 역사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가져서 그릇된 역사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맞설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긴 역사를 자랑스러워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역사를 의논하고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대중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깨부수기이다. 그럼으로써 좀 더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유연한 눈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거기에 재미가 가미되어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리 녹록한 책은 아닌 것 같다. 기본적인 교양서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사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지 않고 짧은 단편이야기들처럼 논쟁이 되는 사건들 중심으로 서술되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