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나 -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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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성공을 갈망한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이 그런 유전자를 타고나는지는 모르겠으나 성공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인간의 역사를 논할 수는 없다. 성공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을 유혹하는 근사한 기사나 광고들이 우리의 현실세계 뿐만 아니라 가상세계도 점령하고 있다. 삼성 현대 등과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정계를 뒤흔드는 이들의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이것이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굶주려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꼭 현대의 유명 인사들에게서 성공유전자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조선의 왕을 만든 이들의 유전자를 파악하는 것이 더 성공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이덕일의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왕과 나라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11가지 코드를 제시하고 있다.

 

1. 어젠다 : 말 그대로 모여서 서로 의논할 사항이나 주제를 말한다. 인간세상은 포물선과 같다. 최저점에서 최고점에 이르는 동안에는 누구나 주의, 경계를 하지만 막상 정점에 도달하면 나태해지고 주위를 둘러볼 줄 모르게 된다. 이 때 시기적절한 어젠다의 제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삼국 중 가장 늦게 한 나라를 이룬 신라가 삼국을 통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김유신과 김춘추의 올바른 어젠다 제시 덕분이다. 김춘추와 김유신처럼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고, 그런 어젠다에 사회의 동의를 받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주도세력이 나타날 때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P .48”

 

2. 헌신: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버리면 그 사회는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이게 조연이 필요한 이유이다. 주인공이 강한 리더쉽과 인덕을 갖추어야 한다면 그를 따르고 보좌해주는 이들에게는 강한 믿음과 헌신이 필요하다. 왕건의 4군신 신숭겸 배현경 복지겸 홍유가 지금까지 존경받는 이유이다.

 

3. 시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것이 인생사라고들 한다. 지금 당장의 현실도 벅차고 힘든데 현실 그 너머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다면 성공이라는 과실에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소서노는 기존의 기득권에 안주해 현실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망명객 주몽에게 명분과 실력이 있음을 알고 과감하게 그를 왕으로 만들었으며, 고구려를 건국했다. 그러나 북부여에서 온 유리가 주몽의 자리를 이어 받자,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며 싸우는 대신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길을 택했다. 이 때 장남 비류가 아닌 차남 온조를 왕으로 선택한 것도 소서노다운 선택이었다. P.98-99”

 

4. 사상: 현대는 철학이 없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직업에 대한 직업관, 인생을 어떻게 살지에 대한 인생관 등 삶의 네비게이션과도 같은 철학의 부재가 심각하다. 철학은 곧 사상가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개개인의 사상에 따라 그 개념이 달라진다. 당연히 성공하기 전에 거기에 대한 생각의 확립이 더 중요하다. 역사에서도 사상가 한 명의 등장이 천하의 운명을 바꾼다. 역사를 바꾸는 사상가들은 스스로 낮은 곳에 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가 낮은 자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혁명의 씨앗이 잉태되고, 그 사상을 실천에 옮길 때 혁명의 꽃이 핀다. p.102”

 

5. 시운: 시대나 그 때의 운수를 말한다. 뛰어난 재주를 타고나더라도 시대적 환경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다 부질없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은 기본이고, 군주를 잘 만나야 하는 시운도 따라줘야 한다. p.138”

 

6. 정책: 앞에서 이야기한 사상이 구체적인 형태로 반영된 것이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에 대한 생각이 잡혔다면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정책이다. 인조~효종때까지 벼슬을 했던 김육이 대동법이라는 구체적인 정책을 통한 조선의 변화를 꾀하였던 것처럼 말이다.

 

7. 기상: 사람의 타고난 기개나 마음씨, 또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모양을 나타낸다. 사상과 정책의 확립은 곧 실행으로 옮겨져야 한다.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달려갈 인생의 길에서 기상은 굳건히 움직일 수 있는 힘이며 에너지이다.

 

8. 악역: 누구나 착한 모습의 나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성공하고 싶은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가. 그럼 악역을 자처해야 될 때도 있다. 조직이나 나라, 시대에는 악역이 필요하다. 악역을 요구하는데 선역만을 고집하면 한 개인의 몸은 더럽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전체 사회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악역을 수행한다고 해서 악인이 아니다. 때로는 시대가 부여한 악역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사람이 나라를 위해서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p.238”

 

9. 실력: 천민 출신의 박자청이 태종~세종에서 1품의 신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군사와 토목건축 방면의 전문적 기술이다. 거기에 시운이 더해진 경우이다. 사상+정책+시야+기상이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 즉 실력과 합해질 때 성공이 보인다.

 

10. 맹목: 이성을 잃어 적절한 분별이나 판단을 못하는 일. 사상과 정책와 같은 뚜렷한 잣대 없이 맹목적으로 성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인수대비(성종의 어머니이자 연산군의 할머니)는 권력을 잡는 것에만 몰두했지 그 권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부족했다. 인간에게 권력이 필요한 이유는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p.328”

 

11. 역린: 임금의 노여움을 표현한 역린이라는 말을 신의 노여움을 표현한 말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고 직시해야 한다. 끝없는 욕심과 욕망은 신의 역린을 건드린다. 자신을 믿데 자만하거나 자신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홍국영은 군주를 보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군주를 조종하려 했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꿈꾸었고, 자신을 위한 정치를 했다. 그 결과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었다. 대의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해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고도 형장아래가 아니라 시골에서 고종명할 수 있었던 것만도 큰 행운이었다.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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