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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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선택하는 기본적인 기준은 제목, 그리고 등장인물.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은 가지는 부분은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과 예고편이다. 그것이 영화 마케팅에서 매력적인 예고편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럼,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물론 영화처럼 제목과 표지에 적혀있는 대략적인 내용을 통해 감을 잡는다. 읽을지, 읽지 않을지를.

 


헌데, 이 책 절창은 첫인상이 당황스러움 이었다. 제목부터 한자어라서 와닿지 않았으며, 어디에도 대략적인 내용을 추측할 만한 단서도 없었다. 습기 찬 유리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 하나. 그 물방울이 만들어낸 표지 속의 뒷면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의 흐릿한 얼굴. 책을 읽기 전에는 공포 소설인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은 그 표지가 담은 뜻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물방울 때문에 찌그러져서 보이지 않는 형태와 같다. 강렬한 빛이 등장해 그 물기를 깔끔하게 증발시킬 때까지는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이 소설에서는 상처가, 이다. ‘오언아가씨는 서로의 감정적 물방울의 충돌로 이해보다는 오해를, 사랑보다는 저주를, 진심보다는 가면을 선택한다. ‘상처를 읽는것 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빛을 마주하려는 용기가 없이는 공기 중의 물기를 없앨 수 없는 것처럼 상처받고, 상처를 입을 용기가 없다면 상대방을 알아갈 수 없다.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p.344”

 


세상은 투명하지 않다. 흐리다. 모호하고 혼란스럽다. 그렇기에 당황함과 절망 그리고 참담함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하지만 세상은 원래 그렇다. 자연은 모든 생명에게 공평한 혼돈과 공포를 선사했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비로소 이해하는 것은 그가 행하거나 그를 둘러싼 모든 사태가 끝장나기 시작할 때지. 그러나 우리는 불이해 혹은 오해를 이해인 양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게 고작이야. 이해란 자기만족에 불과할 수 있고, 나의 이해와 타인의 이해는 서로 달라서 둘의 이해가 충돌하게 마련이니까........세상의 코어를 이루는 것이 반드시 희망 내지 사랑만은 아니며,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인간들과 혹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나 자신과 필연적으로 상종하거나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태초부터 운명지어진 비극이라는 사실이지. 그리고 그 비극을 견디는 게 인생의 거의 전부야. p.301-302”


 

이제, 책 뒷면의 이해가 된다. “비극보다는 희극이 좋아?”, “ 뭐든 상관없지 않나요. 어차피 다 거짓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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