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 있어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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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다룬 영화중에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만한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니 감정이입이 되는 건 당연하지만, 전쟁을 ’, 즉 평범한 우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전쟁영화는 승리, 패배, 정의와 악의 구도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형제들은 아무런 이데올로기도 없으며,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살아간 그 시대의 우리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동건이 맡은 진태인데, 동생을 살리기 위해 한국군이 되기도 하고, 동생이 죽었다고 오해하고는 북한군이 되고, 다시 동생을 살리기 위해 한국군 편에서 싸우다 죽는다.

 

이 장면들이 진짜 전쟁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국민들 중 전쟁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우리들의 안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전쟁을 제외한 권력다툼, 이권전쟁 등에 의도지 하지 않게 국가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동원했다. 그 와중에 전쟁터에 참전하지 않는 여성들, 아이들, 노인들은 전쟁 중에 먹을 것이 없어서 북한군이 나누어 주는 쌀을 받기 위해 기입한 이름은 살생부가 되어, 살해된다. ‘국민을, 나라를 위한다라는 명목의 전쟁에서 정작 국민은 없다.

 

우리도 생각할 줄 압니다. 책도 읽고요. 우리는 시골 농부가 아닙니다. 기술공이죠. 하지만 시골 농부들도 전쟁을 믿을 만큼 무지하진 않아요. 누구나 전쟁은 끔찍이 싫어한다고요.”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또 깨달을 능력도 없는 우둔한 계급이 있어요. 그자들이 지금 한 나라를 지배하는 거죠. 그런 부류 때문에 지금 이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더구나 전쟁으로 돈도 벌지.” “대부분은 그렇지도 못해. 아주 멍청이들이거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쟁만 하는 거야. 멍청해서 그러는 거지.” 파시니가 말을 이었다. (p.87)

 

전쟁의 중심에는 언제나 남성들이 있다. 타고난 정복욕과 탐욕, 그리고 권력욕을 가진 그들은 전쟁을 일으켜 왔고, 지금도 일으키고 있다. 그 와중에 언제나 피해자는 약자, 특히 여성들이다. 하지만,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이들도 여성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프레더릭 헨리1차 전쟁에 참전한다. 그 전까지 그는 이런저런 여자들을 특별한 감정 없이 만난다. 하지만 영국 출신 간호사 캐서린 바글리를 만나고 헨리는 변한다. 특히 전투 중에 입은 부상으로 입원해 있을 그녀와 함께 보낸 나날들은 전쟁에서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 살아있음을 느끼도록 만든다.

주인공 헨리는 장교이다. 군대에서 군인, 특히 장교는 마음대로 행동할 권한이 없다. 전쟁 중에는 더욱 그러하다. 연합군의 패배로 후퇴하던 그는 이탈리아 군에 의해 총살될 위기에 처하고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그리고는 본인이 스스로에게 제대를 명한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캐서린 바글리를 찾아간다. 전장에서의 이탈은 사형감이다. 당연히 더 멀리 자신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가야 한다. 그럼에도 쉽게 발각될 수 있음에도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불안 속에서도 평안함과 안도감. 그리고 사랑을 느낀다.

 

전쟁은 죽음이다. 서로를 죽여야만 살아남는다. 전쟁의 해독약은 사랑이다. 나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 분노, 증오 그리고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삶에 대한 허망함을 극복하도록 해 준다.

 

출산 중 캐서린의 죽음이 임박함을 알게 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언젠가 캠프를 할 때 나는 모닥불 위에 통나무 하나를 얹어 놓은 적이 있다. 통나무에는 개미가 잔뜩 붙어 있었다. 통나무에 불이 붙기 시작하자 개미들은 우글우글 기어 나와 처음에는 불이 있는 한가운데로 기어갔다. 그러다가 나무 끄트머리 쪽으로 돌아갔다. 개미 떼는 끄트머리 쪽에 잔뜩 모여 있다가 불 속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 중 몇 마리는 기어 나왔지만 몸이 불에 타서 납작해진 채로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달아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미들은 불쪽으로 갔다가 나무 끄트머리 쪽으로 달아가서 뜨겁지 않은 곳에 모여 있다가 결국은 불 속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 때 바로 이것이야말로 세계의 종말이라고 생각했다. 구세주가 되어 통나무를 불 속에서 끄집어내어 개미들이 땅바닥으로 달아날 수 있는 곳으로 던져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p.496-497)”

 

개미처럼 불구덩이로 떨어질 뻔한 그를 살려준 구세주가 캐서린. 이제 그녀의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그에게 세상은 종말과 같은 느낌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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