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패닉 - 코로나19는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가 팬데믹 시리즈 1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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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태계는 상호공존의 관계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일을 해주는 미생물, 화려함과 코를 자극하는 향기로 사람의 관심을 끄는 식물, 거대함과 느긋함 그리고 그들의 생명력에서 나오는 에너지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동물들. 그들 모두 생태계라는 세계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얕보지 않고 자만하지 않으며 존중하면서 욕심내지 않으며 그들의 세계를 유지한다. 이것이 하나의 흐트러짐과 어긋남도 용납되지 않는 생물 생태계가 살아가는 법칙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생태계도 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 누구나 사용하고 있지만 누가 그것을 만들고 있는지 관심도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런 노동자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고 노등을 시키는 사람들. 그런 중소기업에게 하청을 주는 대기업들. 그 기업을 관리하는 정부관계자들 등. 서로 얽히고 엮어서 생태계를 이루어 살아간다. 생물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톱니바퀴도 마모되거나 없어지면, 사회 붕괴로 이어진다.

 

국가 간에 존재하는 경제생태계도 있다. 원자재를 생산해 수출하는 개발도상국. 그 원재료를 수입해 세계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완제품으로 만드는 중진국. 그런 하드웨어를 소비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가는 선진국. 서로 물고 물려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2019년 말 너무나 당연히 돌아가던 생태계에 이상신호가 포착되었다. 서로의 존재를 의식 저 편으로 밀어둔 채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사회, 국가를 추구해 오던 세계는 코로나라는 생명체의 급습에 당황해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시장논리라는 전가의 보도를 들고 나만의 이익을 주장해 오던 사회구성원과 국가들은 이 위기 앞에서 휘청되었다. 자유로운 시장경쟁에 의해 결정된다던 (마스크) 가격은 사회 붕괴 위험을 넘어 생명의 위협에 이르게 했으며, 수요와 공급의 감소는 경제의 일시정지를 부추겨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연스럽게 돌아간다고 믿었던 사회의 생태계, 경제의 생태계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손에 의해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을 끊고 생태계를 다시 돌아가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공산주의라고 욕먹고 있는 국가의 개입이다. 여기서 지젝은 얼마만큼의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 답안을 제시하는 않는다. 뉴 노멀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에 국가의 개입을 늘리는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고만 주장한다. 실제로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주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현실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을 하는 좋은 예가 아니겠는가?

 

뉴 노멀의 시대는 생물생태계처럼 공생관계를 인정하며 살아가야한다. ‘나의 성공은 나만의 것이 아닌 사회생태계를 돌아가게 하는 각 주체들이 자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각 주체들이 자기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재정적, 제도적인 개입을 통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이유이자 의무이며, 국민으로부터 국민의 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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