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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조 평전 - 조선을 흔든 개혁의 바람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3월
평점 :
시야를 가리는 하얀 눈 속에, 칼날같이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 칼날은 자신의 갈 길을 막는 무엇이든지 베어버리고, 난도질해버린다. 추위로 얼어붙은 땅은 그 어떤 것도 부수고 나올 수 없을 만큼 딱딱하다. 아무 것도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은 그 곳에 조심히 싹을 틔우는 생명체가 있다. 가만히 땅 속에서 따뜻하게 있어도 될 것을 굳이 자진해서 시련과 마주한다.
15-16세기 조선은 연산군 때의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그리고 중종반정으로 이어진 혼란은 칼바람 부는 겨울과 같았다. 추운 겨울은 누구나 피하는 법. 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난 꽃, 조광조. 흔들리는 조선을 ‘민본’이라는 두 글자 아래에 다시 세우려 한다. 하지만 겨울 꽃은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고 힘을 부여해 준 이에 의해 허망하게 사라진다.
그 허망함에 끝까지 책을 붙든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 했지만, 사람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조광조. 책 속에만 숨 쉬는 진리를 찾고, 필요할 때만 허공에다 옳고 그름을 외치는 자들이 부와 권력을 가진 시대에 ‘이상과 실천’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 조광조.
변화를 꿈꾸는 자들은 왜 언제나 기득권에 의해 사라져가야 하는가? 현재의 우리는 어떤가? 조광조와 같은 이들을 무심히 떠나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학문제처럼 답은 정해져 있지만, 언제나 그러듯이 그 과정은 난해하고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