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세트 - 전12권 (반양장)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을 대표하는 양반문화. 500년 이상을 한국문화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지금도 양반이라는 말에 어색함을 못 느낄 정도로 익숙한 말이다. 학식과 경제적 안정은 물론 사회적 지위까지 가진 그들은 높게는 영의정에서 낮게는 지방의 낮은 관직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중요한 정책을 관리 집행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인물들이다. 그런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그들에게는 의무와 책임이 아닌 권리와 권력만이 존재한다. 못 배우고 못 가진 이들 앞에서 소리치고 고함치며 무시하는 것에서 자신의 지위와 권리를 정당화 하며 자신의 실수와 잘못은 남 탓이며 주위의 상황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는 그들의 논리는 언제나 옳은 것으로 여겨졌다.

 

 아리랑은 민중의 노래이다. 족쇄처럼 자신의 운명을 옥좨는 계급, 양반들의 잘못과 비리를 대신 짊어지고 살아가야하는 민중의 노래이다. 소설 ‘아리랑’은 민중, 즉 억장이 무너질 정도의 억울함,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의 수치감을 이겨내고 살아가야 하는 민중의 이야기이다. 을사조약, 정미7조약에 이은 1910년 한일합방 그 중심에는 양반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자랑스러워하며 떳떳하게 조선을 일본에 넘긴 이들이며, 누군가는 민중에게 고함지르던 당당함과 자신감은 사라지고 약삭빠르게 눈을 굴리며 자기의 살 길만 물색한 이들이다. 그 짐과 부담은 고스란히 민중들에게로 향한다. 조선이 일본에게 넘어가는 그 과정 속에서 굶거나 죽어가며 싸운 이들도 민중이며, 일본의 토지조사사업으로 생명줄인 농토를 잃어버리고 분통해 하는 이들도 민중이며, 일본의 전략기지로 전락한 조선에서 조선임을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며 살아간 이들도 민중이다.

 프랑스혁명이 위대한 이유는 귀족과 성직자들에게서 민중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민중의 승리 그것이 지금의 프랑스와 유럽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조선은... 일제시대에는 일본을 등에 업고 휘두르는 친일파들의 니폰도에 의해, 해방이후에는 이승만과 권력을 다시 이어가는 친일파의 이념전쟁에 의해 활활 불타오르는 뜨거움과 열정을 가진 조선의 아들, 딸들은 타오르는 불을 피우지 못한 채 차갑게 식어갔다.


 작년 12월 대선과 함께 프랑스의 레미제라블이 대중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전반부의 장발장의 인간적인 변화를 다룬 면 그리고 후반부의 대중의 항쟁을 그린 장면이 우리의 시대적 분위기와 일치하여 흥행을 몰고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감동은 있었지만 주먹을 불끈 쥐고 만드는 마음에 와 닿는 뜨거움은 없었다. 소설 ‘아리랑’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글자로 읽어 내려가는 내내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는 양반과 관리들에게 고함치고 농민을 포함한 민중들의 항쟁과 친일파들의 더러움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치고 욕을 해 됐다. 나는 바란다. 우리 젊은 세대들이 레미제라블이 아닌 소설 ‘아리랑’을 보고 가슴 치는 억울함과 가슴 뜨거워지는 감정을 느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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