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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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점들이 인생을 이룬다. 그 많은 점들이 인생의 한 축을 이루면서 라는 존재를 형성해 나간다. 점들의 크기는 제각각이라 영향력도 서로 다 다르다. 하지만 어느 점도 절대적 존재감을 가지고 를 점령하지는 못한다. 서로 밀고 당기는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를 이루어간다.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인생이라는 길에서 블랙홀처럼 모든 점들을 빨아들이는 강력한 점이 나타나서 각각의 점들을 흡수해 버린다. 끝도 없이 어두컴컴한 구덩이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중에는 제어할 수도 없는 속도로 빨려 들어간다. 인생의 점들을 다 먹어버린 블랙홀은 이제 물리적인 를 삼켜버린다. 사람과의 관계망을 하나하나 끊어버리더니 어느 순간에는 이 넓은 세상에 혼자 있는 를 발견하게 된다. 혼자인 는 더욱 더 블랙홀에 빠져들며 자학하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은 4.3사건이라는 인생의 한 점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헤집고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쉬쉬하는 동안 누구는 자신을 해치고, 누구는 가슴앓이를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DNA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 계속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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