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순수하고 깨끗한 눈빛으로 세상을 마냥 긍정적으로 밝게만 바라보던 나의 모습은 어느 덧 사라지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누군가에게서 득을 보기 위해 나를 꾸미고 거짓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면서 무엇이든 빨아들일 수 있는 블랙홀 같은 아이의 마음은 가식과 아첨과 타락으로 가득 채워진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다 똑같아진다는 변명으로 자신을 위로하면서 어린 시절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나의 모습에 적응하며 만족하려고 노력하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어린 모습을 회상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린 시절 그토록 혐오하고 싫어하던 어른의 모습을 지금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다닐 수 있는 것일까?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주인공 콜필드에게 어른들의 불합리성과 자신들만 옳다고 여기는 이기주의, 남의 앞에서 말할 때와 뒤에서 말할 때가 틀리는 이중적인 모습, 착한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못되고 나쁜 행동을 일삼는 존재로 가득한 어른의 세상은 가까이 하기 싫은 곳이다. 자신이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되어가거나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콜필드에게는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대학을 가고 난 후에는 말이야..... 난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벌고, 택시나 매디슨 가의 버스를 타고 출근하겠지...... 극장에 가서 시시하기 짝이 없는 단편영화나, 예고편, 영화 뉴스 같은 걸 보게 될거야. p.179" 그는 그 곳의 가식적인 삶에서 벗어나 그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것이 그가 여러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퇴학당한 이유이고,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그의 여동생 피비이다. 그녀는 아직 너무나 순수하고 열정적이다. 그녀에게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재미있는 곳이다. 피비와 함께 이야기하고 노는 것은 청량음료처럼 더운 날의 갈증과 짜증을 말끔히 해소시켜준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그녀의 모습이 변해가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그에게 죽기보다 싫은 것이다. 결국 그는 여동생 피비를 지키고 싶고 보호해 주고 싶어 떠나지 못한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며,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P.229-230" 가식이 존재하지 않는 호밀밭에 사는 아이들을 가식만이 존재하는 절벽인 어른들의 세상으로부터 지켜내는 것 그것만이 주인공 콜필드가 하고 싶은 일이다.


 호밀밭에서 절벽으로 이미 떨어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절벽에서 구원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소설은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계속 이런 삶을 이어가는 경우 또는 주인공 콜필드처럼 고민하고 방황하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이 두 가지만 우리가 가진 선택지의 전부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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