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0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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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는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 라인을 따라 가면서 다음 장면을 예상하고 기대하며 글을 읽는다. 문학작품은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에 세심한 심리묘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더해져 읽을수록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노인과 바다가 그렇고 주홍글씨가 그랬으며 죄와벌이 그러했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작품은 기존의 읽었던 글과는 다른 느낌이다. 글의 주인공을 비롯해 주변인물들의 상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독자가 마치 그들의 내부를 바라보고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이유로 즐거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글들과는 달리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나 그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장치들이 없다. 그러기에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 친구간의 갈등. 그 속에서 드러나는 시기, 비웃음 그리고 사랑 등이 등장함에도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갈 수 없다.

 

전쟁으로 성기를 다친 제이크와 그를 사랑하는 브렛. 그럼에도 그 상처로 인해 서로 맺어지지 못한다. 브렛은 이런 저런 남자를 만나고 헤어지지만 결국에는 다시 제이크에게로 돌아간다. 제이크는 그런 브렛을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맞이하며 고민을 들어주고 다시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브렛을 대하는 제이크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제이크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없다. 거기다 브렛 주위에 항상 머물러 있음에도 그녀에게보다는 주위의 사물들과 사건들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한 그의 태도는 정말 그녀를 사랑하기는 하는지 의심마저 든다.

그러기에 소설 내내 글은 단조롭다. 등장인물 간에 부딪침이 거의 없다보니 갈등이 생기지 않고 해결해야 할 갈등이 없으니 글의 절정이 없다. 그래서 심심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본다. 세계전쟁이 끝나고 다시 찾은 일상이다.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면 특별할 것 없고 심심한 일상임에도 그런 평범함이 그 시대의 그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 아닐까? 지금의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제이크와 브렛의 사랑은 전쟁의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는 나름의 방식이 아닐까? 하루 아니 매 시간의 삶이 치열해서 수시로 죽음의 선을 넘나들어야 했던 그들에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리는 버스, 그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들 간의 대화, 그리고 친구들과 낚시도 하고 술자리에 둘러앉아 잡담을 나누는 그 순간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지 않았을까?

평범함이 일상이 되어 언제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찾아다니고 속도에 무뎌져 느림과 조용함을 참지 못하는 지금의 세대인 에게 처음에는 일기 같았던 밋밋했던 글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섬세한 감정의 묘사가 없음에 기승전결이 없음에 오히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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