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

반야 1 - 제1부 그 별들의 내력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17년 12월

영정조 시대의 역사적 배경하에 주인공으로 무당인 점술가와 결사단체를 엮어 만든 역사대하소설.

모든 역사대하소설들이 대개 그렇지만 이 소설은 스케일이 크고 임팩트 강한 무당과 결사단체를 통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어가는 맛이 남다른 소설이다.

이 책의 대표적 소갯말은 "설화와 신화적 상상력으로 구성한 우리 민족의 대서사시" 란 말이 딱이다.

이 대하소설의 첫 두권을 읽고 난 내 느낌은 우리 옛선인들이 살다간 삶과 이야기에 설화와

신화적 상상력을 살로 덧붙여 흥미와 긴장감을 한순간도 잃지 않게 재미있게 쓴 대하소설이다.

미래를 짚어내는 점풀이와 예언이 주인 무당을 주인공으로 평등과 자유를 꿈꾸는 비밀결사단체인 일종의

대동계같은 사신계를 엮어 풀어낸 이야기의 틀과 그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사뭇 다르면서도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무엇을 느끼게 한다.

여러 창작가들에게 다이내믹하고 사연많았을 무당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나 소재는 영화나 소설의

모티브로 강한 자극이 되고 한번쯤은 먼가 만들어보고 싶은 강한 무엇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번 손에 잡아 단숨에 읽어버린 이 대하소설은 먼저 무척 흥미진진하며 재미있다. 

이 책을 읽다가 사장된 고어들을 간간히 접할 때면 의미를 가늠하게 되고 고어한 숭늉같은 대화들을

읽어 가다보면 저절로 순간의 그들 삶과 일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함께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센세이션한 소재를 찾아 소설의 뼈대를 구성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업인 작가들은 한번쯤은

장대하면서 매혹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역사대하소설을 쓰고픈 유혹에 시달리겠다는 생각이 들며

이 소설의 작가는 그런 면에서 큰 성취를 이루고 보람과 더불어 어떤 회안을 느끼겠다 싶다.

작가는 점쟁이의 말을 빌려 "팔자는 제가 만들어가는 거"란 말과 "각자의 의지와 움직임에 따라

삶을 열어간다"는 말을 이중적으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힘없는 천민 무당이면서 한편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무당은 그 자체로 이율배반적인 존재다.

그를 비천하게 여기고 꺼려하면서도 아쉬우면 그에게 기대는 범인들의 모습도 역시 이율배반적이다.

우리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다중적이면서 이율배반적인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다이내믹한 소재인 비밀 결사단체의 스토리는 언제보든 흥미진진한 소재다.

이 역사대하소설은10권짜리 대하소설인 모양인데 그 중 첫 두권을 보고난 내 소감과 느낌은

춥고 유난히 긴 한겨울밤 따땃한 이불속에서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소설중 하나다.

한마디로 나머지 8권을 다봐야 직성이 풀릴 듯 하다.

긴 말이 필요없이 오랫만에 세상에 나온 재미있는 역사대하소설이며 이런 역사소설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강추할만한 재미있고 긴장감과 스토리가 우수한 소설중 하나다. 

골목부자 월1천만원 장사왕

골목부자 월1천만원 장사왕 - "나는 장사로 마흔살에 은퇴한다"
왕장사 지음 / 진서원 / 2018년 1월

골목장사의 전반적인 기초와 기본에 대한 책.

프랜차이즈 창업절차와 체크사항.

사업계획서에 대한 전반적인 체크사항.

상권분석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지식.

계약서 작성시의 준비와 체크사항.

근로계약서 작성 및 인건비 줄이기에 대한 기본사항.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세금절세방법.

그외 소소하지만 숱하게 들어가는 렌탈. 보험. 기타 잡비의 절약방법.등 말 그대로

장사 초보들이 사고치기전에 순차적으로 체크하고 점검. 검토할 기본 사항을 잘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주식투자나 경매투자의 기본서적들처럼 장사를 하려는 예비창업자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그러면서도 흔히 빠트리기 쉬운 사항들을 잘 정리해놓았다.

20대나 30대 초반부터 장사를 했거나 장사로 자수성가한 부모님들을 두지 않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학교 졸업후 취업을 했다가 여차저차한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창업전선을 두드려보게

되고 ... 그 결과 대부분의 경우 90프로는 망하고 소수의 10프로만이 장사로 자리를 잡고 살아남는

상황이 대한민국 자영업의 현실이다. 장사도 기술이며 노하우며 오랜 시간의 숙련이 필요한 일이다.

창업이나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만한 준비와 체크가 없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이 책은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점검 체크 사항에 대해 전반적으로 쉽게 설명하고 이해하기 편하긴 하지만...

다른 분야의 초보 안내서적들처럼 과도한 희망과 기대를 품게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 졸업후 직장생활 15년과 자영업 생활 10년을 해본 결과 과당경쟁이 지배하는

자영업의 현실보다는 직장생활이 낫다는 생각이 불경기가 심한 요즘들어 부쩍 든다.

그럼에도 진짜...할 일이 장사밖에 없다는 분들은 장사 초보분들은 한번쯤 꼭 읽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준비하고 점검하기 좋은 책이다.

근로계약서작성법이라든가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숱하게 들어가는 기타 잡비 절약법에 대한

조언들은 필히 챙겨 숙지해야할 만큼 의외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탁월한 아이템을 선정하고 장사가 잘될만한 정확한 상권분석이 최우선이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관리에 관한 부분이 빠진 것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지 싶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년이나 명예퇴직후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말리고 싶다.

장사는 젊어서부터 오랜 세월을 밑바닥부터 경험해 본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그럼에도 할게 장사뿐이란 사람들은 이 책부터 꼼꼼히 읽으면서 생각하고 준비하면 좋을 듯 하다.

벼락같은 말

벼락같은 말 - 시작하는 나에게 끝내주는 한마디
정명섭 지음 / 생각의서재 / 2018년 1월

역사적인 유명한 선승과 고승들의 화두와 경구를 토대로 에세이같기도 하고 자기개발서같기도 한

성찰의 글들을 사랑, 도전, 노력, 반성, 열정, 배려, 배움의 7가지 챕터로 나워 역사적인 고사와 선승

들의 선문답, 화두를 사례로 들어가며 차분하고 담담하게 사유와 성찰을 담아 친절하게 풀어낸 책.

"인생은 단 한 번뿐이고,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훗날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내 삶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를 오랫동안 고민해봐야 한다.

스님들이 무엇을 하든지 깨달음을 위한 화두를 머릿속에서 놓지 않았던 것처럼..."

"노력의 진정한 가치는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대나무가 아무리 비바람에 흔들린다고 한들 부러지지 않는 것은 굳것은 뿌리와 유연한 마디

때문이다."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기른다는 의미다."

"성공의 순간 주변을 돌아보고 반성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그것에 취해버릴수록 주변을 돌아보는

법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성공에 집착하고 그것만 보는 순간 실패는 유령처럼 찾아온다.

몇배나 가혹하게." 

흔한 볼 수 있는 경구같은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와 돌아보면 참 뼈저리게 아픈 말이기도 하다.

누구 말대로 누가 이리 될 줄 알았을랴. 겠지만...

(상기의 인용한 글들은 유명한 고승과 선승들의 화두같은 말들이 아니라 저자가 풀어쓴 말이다.)

어찌보면 고승과 선사들의 선문답은 뜬구름 같은 말이기도 하지만 그런 말들을 낱말 풀이하듯

깊이 풀어내다보면 생활철학으로서의 불교의 가치가 돋보인다. 그래서 고승이고 선승들인 모양이다.

저자는 그런 고승과 선승 말들을 풀어서 ... 그리고 역사적인 사실들과 엮어서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생각도 해야하고 성찰도 해야하는 글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소설과 달리 사실 이런 경험적이고 교훈적이면서 자기성찰적인 에세이식 책의 서평을 쓴다는 것은

어렵고 난해하다. 어찌보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할만큼...

창작의 정의와 범위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딱잘라 단언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런 글과 책들도 나름 가치있고 유용하지 싶다.

"물은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고 달은 저물어도 하늘을 벗어나지 않는다." - 증봉선사

그간 나름 읽어본 불가의 선승들이 남긴 말들은 대개 이런 식이다.

어찌보면 당연한데 그 당연함을 신선하게 느끼게 하는 ...묘하게 매력이 있고 어떤 여운을 남긴다.

오늘같은 눈 내리는 평일 오후에 빈 사무실을 지키면서 몰입해서 아니면 쉬엄쉬엄 읽기에도 좋고..

곁에 가까이 두고 짬짬이 틈나는 대로 읽기에도 좋은 책중 하나지 싶다.

예언자

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삶에 대한 지혜와 직관적인 통찰이 두드러지는 칼릴 지브란의 대표 시집.

단 한 장. 한 줄의 싯구도 소설처럼 쉽게 읽어내고 건너뛸 수 없는 산문시집.

신비로울 만큼 직관적이며 통찰력이 있는 삶의 경구같은 문구가 가득 담긴 시집.

명상록과 철학론을 보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게 하는 칼릴 지브란의 삶의 정수가 담긴 시집.

800페이지 소설도 하루면 정독으로 충분하게 다 읽어내는데...

이 얇은 시집 한 권 읽는데 열흘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나는 시보다 소설이 더 좋은 모양이다.

시는 다듬어진 언어의 정수고 소설은 풀어내 만든 이야기인 듯 하다.​

칼릴 지브란의 시를 읽다보면 새삼스레 서양이 칼날같은 이성이 강조되고 수학적인 철학이라면

동양은 삶에 대해 신비주의적이고 직관적인 지혜와 통찰이 두드러진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또한 명상. 직관. 지혜. 통찰. 신비주의를 대변하는 동양을 대표하는 두 명의 시인을 고르라면

타고르와 칼릴 지브란일텐데... 타고르가 신비주의가 좀 더 강하다면 칼릴 지브란은 직관적인

면이 더 두드러진다 싶기도 하다.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하기도 하다.

성향과 성취가 엇비슷해 보이는 둘 중 타고르는 노벨상을 타고 지브란은 왜 못탔을까..의문이 든다.

문학의 세계적인 정치적 이해관계의 지형탓였을까...모르겠다.

"안락함에 대한 욕망은 혼의 열정을 죽인다.

그러고는 웃음을 던지며 장례식장으로 걸어간다."

"그대 허공의 아들아, 잠 속에서도 잠들지 못하는 그대는

덫에 걸리지도 말고 길들여지지도 말라."

"이성이란 홀로 다스리게 하면 경직된 힘이며,

감정이란 홀로 내버려 두면 스스로를 태워 파괴하는 불꽃.."

"그대 만일 날마다 일어나는 삶의 기적들을 가슴속에 경이로움으로 간직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고통도 기쁨처럼 경이롭게 바라볼 것을..."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런 시집을 덮으면 꿈을 깨고난 후에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의 그런 느낌도 든다.

시는 말 그대로 언어의 유희인가 싶은 생각마저도 나게 한다.

칼릴 지브란은 그의 철학적이며 지혜롭고 명상적인 시세계와 달리 어찌보면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삶을 살면서도 저런 시들을 만들어냈다는 게 한편으론 의아하기까지 하다.

시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병약하고 불우했던 현실의 삶과 분리되어 정신은 다른 높은 곳을 지향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의 시들은 하나같이 지혜와 통찰이 가득 담긴 명상록같은 시들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새삼스레 느끼지만 언어가 액기스처럼 정제된 시라고 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의 후견인이었던 어느 여인의 말대로 그의 시들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리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침입종 인간

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지음, 조은영 옮김, 진주현 감수 / 푸른숲 / 2017년 12월

인류의 진화에 관한 교양서로서 보다는 인류학이나 고고학의 대학 부교재같은 책.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비교해 육체적, 정신적, 문화적으로 처지지 않았던

네안데르탈인은 왜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아 진화를 했을까..에 대한 해답으로

일종의 이론으로서 가설을 세우고 주장 설명하고 추적분석하는 책.

빙하기를 견뎌냈던 네안데르탈인들이 왜 그들이 20만년간 살아왔던 유라시아 대륙에서 하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직후 멸종에 이르렀을까... 에 대한 의문과 해법으로 학계에는 두가지 가설.

즉, 빙하기 도래로 인한 멸종설과 호모사피엔스와의 경쟁후 도태설로 갈리는 모양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네안데르탈인들의 위축과 활동서식지 축소는 변수중 하나일뿐

그들의 멸종에 대한 직접적인 방아쇠 역할은 아니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호모사피엔스와 더불어 생태계 먹이 사슬의 상위포식자중 하나인 네안데르탈인들은 같은 상위

포식자였던 동굴사자, 동굴곰들이 멸종을 한 것처럼 그들도 그렇게 호모사피엔스에 의해 직접적인

살인멸종은 아닐지언정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에 도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상위 포식자들과 다른 경쟁력을 확보한 이유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늑대를 길들여 개로 끌어들임으로써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것으로 주장하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은 낯선 고고학, 고인류학의 용어들로 인해 평범한 인문교양서로 일반인이 읽기에는

특히 초반은 몹시 지루한 편이다. 묵묵하게 흥미를 갖고 읽어내면 용어들이 익숙해지는 중반 이후는

좀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저자의 핵심주장에 이르러서는 호모의 생존과 진화에 묘한 재미와 흥미를

갖을 수 있지 싶다.

후발주자로서 호모 사피엔스가 생태계를 뒤흔들고 파괴하는 침입종으로서 완벽한 임무를 수행한다.

당시 생태계에 더불어 생존해오고 공존했던 대부분위 최상위 포식자들이 다 멸종했으니 말이다.

"먹이경쟁은 생태계를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원동력이다.

식성이 거의 같은 두 종이 같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비슷한 수를 유지하며 균형을 이루는 일은 드물다.

언젠가는 한 종이 다른 하나를 몰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미세한 한 끝 차이가 그 종극에는 생사를 가르는 결과로 나타나는 생존의 무엇이기도 하다.

저자는 침입종으로 호모 사피엔스와 늑대개간의 종의 연합을 가장 크고 중하게 다루었지만..

읽는 내내 다른 소소한 차이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빙하기를 견뎌내기에 큰 도움이 되었을 바늘이라든가.

빙하기를 견뎌내기에 좋았을 동굴의 점진적 확보... 사냥력을 배가 시켰을 창의 활용등...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해 다른 상위포식자들은 없었던 그 소소한 무엇의 차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저자의 주장대로 늑대개와의 종의 연합이 무엇보다 큰 힘이었겠지만..

마지막 저자의 말이 깊이 남는다.

"언젠가 지구의 적과 마주쳤을 때, 그 적의 정체가 우리 자신이 아니라면 그 자체로 우리는 승리의

축배를 들어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