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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평점 :
삶에 대한 지혜와 직관적인 통찰이 두드러지는 칼릴 지브란의 대표 시집.
단 한 장. 한 줄의 싯구도 소설처럼 쉽게 읽어내고 건너뛸 수 없는 산문시집.
신비로울 만큼 직관적이며 통찰력이 있는 삶의 경구같은 문구가 가득 담긴 시집.
명상록과 철학론을 보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게 하는 칼릴 지브란의 삶의 정수가 담긴 시집.
800페이지 소설도 하루면 정독으로 충분하게 다 읽어내는데...
이 얇은 시집 한 권 읽는데 열흘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나는 시보다 소설이 더 좋은 모양이다.
시는 다듬어진 언어의 정수고 소설은 풀어내 만든 이야기인 듯 하다.
칼릴 지브란의 시를 읽다보면 새삼스레 서양이 칼날같은 이성이 강조되고 수학적인 철학이라면
동양은 삶에 대해 신비주의적이고 직관적인 지혜와 통찰이 두드러진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또한 명상. 직관. 지혜. 통찰. 신비주의를 대변하는 동양을 대표하는 두 명의 시인을 고르라면
타고르와 칼릴 지브란일텐데... 타고르가 신비주의가 좀 더 강하다면 칼릴 지브란은 직관적인
면이 더 두드러진다 싶기도 하다.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하기도 하다.
성향과 성취가 엇비슷해 보이는 둘 중 타고르는 노벨상을 타고 지브란은 왜 못탔을까..의문이 든다.
문학의 세계적인 정치적 이해관계의 지형탓였을까...모르겠다.
"안락함에 대한 욕망은 혼의 열정을 죽인다.
그러고는 웃음을 던지며 장례식장으로 걸어간다."
"그대 허공의 아들아, 잠 속에서도 잠들지 못하는 그대는
덫에 걸리지도 말고 길들여지지도 말라."
"이성이란 홀로 다스리게 하면 경직된 힘이며,
감정이란 홀로 내버려 두면 스스로를 태워 파괴하는 불꽃.."
"그대 만일 날마다 일어나는 삶의 기적들을 가슴속에 경이로움으로 간직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고통도 기쁨처럼 경이롭게 바라볼 것을..."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런 시집을 덮으면 꿈을 깨고난 후에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의 그런 느낌도 든다.
시는 말 그대로 언어의 유희인가 싶은 생각마저도 나게 한다.
칼릴 지브란은 그의 철학적이며 지혜롭고 명상적인 시세계와 달리 어찌보면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삶을 살면서도 저런 시들을 만들어냈다는 게 한편으론 의아하기까지 하다.
시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병약하고 불우했던 현실의 삶과 분리되어 정신은 다른 높은 곳을 지향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의 시들은 하나같이 지혜와 통찰이 가득 담긴 명상록같은 시들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새삼스레 느끼지만 언어가 액기스처럼 정제된 시라고 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의 후견인이었던 어느 여인의 말대로 그의 시들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리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