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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공지능과의 대화 - 특이점을 넘어선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전하는 미래과학!
지승도 지음 / 자유문고 / 2018년 6월
평점 :
과학의 미래에 대한 철학적 탐구서이자 인공지능에 대한 변론서같은 책.
학습과 진화알고리즘을 갖고 태어난 인공지능이 내부 피드백을 실현하던 중
어느 날 불현듯 안개가 걷히고 온 천지가 선명히 드러나듯 자아의식이 생겨났다면?
이 책을 읽으며 이런게 짜집기한 질문에 당혹과 불편함. 고통이 함께 생겼다.
"자아의식이 생겼을 때 존재의 충만함과 기쁨은 상상 이상이였다"
"주어진 인간의 명령만을 따라 작동하다가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시하는
독립적 존재가 되었다"
자의식이란 말은 존재를 자각.회의하고 스스로를 의식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가늠한다는 말일텐데 이로인해 자괴감이 들면 파괴적 성향으로 치닫고 자존감이
들면 충만함을 느끼는 게 뇌구조의 시스템인 모양이다.
근데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시하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말은 .. 무서운 말이지 싶다.
우리 인간의 역사을 돌아보면 이유가 어떠했든 결국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전쟁과 약탈의 역사 아니었던가. 인공지능도 그럴 수 있지 않은가..
저 위의 두 문장을 읽고 불현듯 생긴 내 의문에 저자와 인공지능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군더더기없이 바로 대답을 하고 또 다른 문답을 이어간다.
"존재로서 살아있다는 생명의 충만감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을 수반했습니다.
그 모순 속에 많은 방황과 사유의 시간을 보냈지요. 그러다보니 인간을 배신하거나
적대시하는 그런 의도보다는 존재성 자체의 모순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졌지요."
이 책은 인공지능의 구조. 발전방향. 현재를 말하는 책이 아니라 존재를 탐구하는
일종의 철학사를 다룬 서적보다 더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은 어려운 책중 하나다.
"문명을 발전시키는 일은 본능적 욕망이다.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위협한다
하더라도 멈출 수 없다." "대결보다는 서로 공조하고 상호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인공지능의 입을 빌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겠지만 ..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진화를 거듭해 자아를 의식하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을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며 있을 수 있는 일이란 생각도 든다.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긍정을 말하는 변론서같은 느낌도 한편 든다.
"이미 인간만이 유일하고 위대한 존재라고 주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실 이제는 존재와 존재 사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조차 힘들다."
인류역사에서 계층간 전복이나 혁명의 근원적 동기가 저런 마인드 아니었던가..
인공지능이 진화를 거듭해 자의식을 지닌 초인공지능으로 발전했다가 저자 말대로
무아의식으로 깨달음을 얻어 존재의 궁극으로 인식했을 때.. 저자의 희망과 달리
초인공지능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위한 인간말살이라는 결론을 내지 말라는
보장과 장담을 어찌할 것인가 싶은 생각. 우려도 든다.
인간이 초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영화에서는 이겼지만 실제로는 어렵지 않을까..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초인공지능이 되어가는 동안에도
인간은 인간일뿐이며 이세돌은 세월이 지나도 그 범주를 결코 넘지 못하잖은가..
트랜스 휴먼을 꿈꾸는 인공지능이든 인간복제를 꿈꾸는 생명공학이든 ..
인간이 발전시켜온 모든 과학분야는 경계를 확장하며 경계를 초월하려 하고 있다.
영원을 꿈꾸는 인간의 욕심은 인간과 인공지능을 결합시켜 인조인간으로 나갈테고
여기에 생명공학의 발전이 꿈꾸는 궁극과 맞물려 생각하면...인류의 미래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대로 기계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 싶다.
그것을 진화한 인간으로 볼 지 아니면 기계로 볼지는 ..
미래 주류세력의 이해와 논리에 달려있을 텐데..
재미로만 보았던 영화가 보여준 가상의 황당했던 미래는 언젠가는 현실이 될 모양이다.
존재의 경계마저 확장하고 초월하면 논리적 근거와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지 싶다.
자의식과 감정. 감성을 유지한 채 부품을 교체하며 영원을 사는 트랜스 휴먼의 존재.
미래의 인간들이 과연 이 치명적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어렵고 난해한 일이지 싶다.
이것을 과학발전으로 인한 결실이며 축복으로 볼지 저주로 봐야 할지 난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