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 - 20세기 영화음악, 당신의 인생 음악이 되다
김원중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주말이면 신문을 가져다놓고 주말의 명화나 토요 명화에서 어떤 영화를 방영하는지를 확인하고 늦은 시간까지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졸린 눈으로 기어코 영화를 보면서 잠드는 일이 많았다. 그 때는 영화를 보는 게 여가생활의 많은 큰 비중을 차지했었기 때문에 주말이면 주말의 명화와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영화를 보는 일이 많았다. 그 시절의 꼬꼬마들은 비슷한 경험이 많을텐데 지금이야 멀티플렉스에 가면 쉽게 영화를 볼 수 있고, 영화 전문 케이블에서 24시간 영화를 틀어주기도 하고 또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OTT서비스로 오래된 고전이나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B급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 영화가 귀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극장에 가지 않으면 TV공중파에서 방영하는 것을 보거나 비디오를 빌려서 보는 수밖에 없다보니 지금보다는 영화가 귀했었다. 그래서 비디오를 고를 때도 나름 신중하게 고르고, 발품을 팔아서 영화를 보는 수고를 해서 그런지 그때 본 영화들은 조금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아마도 정영음 같은 방송도 들었을텐데 방송을 듣다가 좋아하는 곡이 나오면 타이밍을 잘 맞춰서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여 듣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었다. 당시 씨네필에게는 정영음이나 ebs 시네마 천국이 영화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주는 해방구 같은 역할을 했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널리 사용되던 때가 아니라서 정영음이나 ebs 시네마 천국으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로드쇼나 스크린 그리고 키노 같은 영화잡지를 보며 신작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고, 영화지식을 쌓았다. 정성일과 하재봉, 유지나 평론가를 좋아라했었으며, 부지런히 비디오 가게를 들락거리며 그들이 소개하는 숨어있는 고전과 컬트 영화를 찾아 헤매었고, 가끔은 카톨릭센터에 가서 수요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주말의 명화에서 해주는 영화들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돌려보기도 하고, 홍콩영화에 영광하며 하루키 소설을 들고 왕가위 영화를 보러다녔었다. 그게 20세기 소년소녀 씨네필들의 일상이었다.


20세기의 영화들은 지금의 영화보다 훨씬 퀄리티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 나오는 영화들이 기술적으로 더 발전했고, 제작비도 비교도 안될만큼 더 압도적인 물량을 보여주지만 요즘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그래픽으로 도배를 한 규모만 키운 블록버스터 뿐이다. 이야기는 다르지만 결국 큰 규모의 그래픽으로 귀결되는, 정성일 아저씨의 말을 빌린다면 같은 이야기의 다른 판본. 하지만 20세기 영화들은 기술적 한계가 분명했지만 오히려 그점이 부족한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어서 지금보다 훨씬 기발하고 뛰어난 영화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훨씬 다양하고 실험적인 영화들이 많아서 풍성하고 다채로웠던 것 같다. 실제로 90년대는 대중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었던 대중문화의 르네상스라고 말해질만큼 당시 영화 수준은 뛰어났다.


그래서 20세기 영화들은 대작, 명작이란 느낌의 영화들이 많았고, 소품이라도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꽤 많았다. 지금의 영화들은 엄청난 제작비를 때려넣은 대규모 블록버스터지만 이상하리만치 대작, 명작이란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역시 20세기의 영화가 짱이다. 웃기게도 최근에 본 블록버스터는 그 내용이 조금도 생각나지 않는데 20년도 더 전에 봤던 그 영화들은 기억이 아주 생생하다. 영화를 오래 기억에 남게 하는데는 영화음악이 많은 역할을 한다. 영화음악은 단순히 영화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마치 예능방송의 자막처럼 영화를 설명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적절하게 울려퍼지는 테마곡이나 노래는 영상과 어울어져서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게 되고 그 감정이 최고점에 달하면 영화는 심금을 울리게 된다. 그래서 영화음악을 들으면 영화 속 장면이 바로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의 스토리는 잊어버려도 영화음악은 오래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21세기 영화 중 기억나는 영화 음악은 그다지 없다. 하지만 예전 20세가 영화들은 기억에 남는 멜로디, 테마음악, 영화음악 들이 무수히 많다. 신기하게도 테마음악만 들으면 20년 전에 봤던 영화가 떠오르고 그때 받았던 감동이 가슴을 스치고 간다. 이것이 영화음악이 가진 힘이라고 하겠다. [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는 영화가 산업이 아닌 아직 낭만이고 환상이었던 20세기의 영화와 영화음악에 대한 저자의 사적인 기록이다. 저자의 기억속에 깊게 자리잡은 영화음악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하는데 그 시절을 살아온 20세기 소년소녀들을 위한 본격 추억팔이 영화음악 수다라고 해도 좋겠다. 당시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그 때 봤었던 영화와 영화음악 이야기를 추억하며 좋았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며 지금의 관객들에겐 고전으로 클래식한 명곡들을 소개받는 소개의 장이 될 것이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일단 그 시절에 영화 좀 봤다하면 다 봤거나 보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제목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영화가 대부분이다. 혹은 영화는 잘 몰라도 영화음악은 너무 유명해서 라디오나 다른 콘텐츠를 통해 음악만은 수없이 들어봤을 영화도 있고, 영화는 알지만 음악은 생소한 곡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 첫걸음편에서는 방송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영화음악 10선을 소개하고, 영화음악 팬들이 사랑한 20세기 영화음악을 다룬 2부 올스타편에서는 특이하게 오전에 어울리는 음악과 밤에 듣기 좋은 음악으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다. 3부 고수편에서는 익숙하지만 영화음악인지 몰랐던 곡과 조금은 가려진 곡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친숙해서 요즘도 자주 듣고 있는 곡도 있고, 영화를 봤었지만 음악에 대한 기억은 없어서 어떤 음악이고, 어떤 장면에 삽입되었는지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곡도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런 식의 추억팔이는 저자의 에피소드로 시작해서 결국 나만의 기억, 자신만의 추억,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귀결된다. 같은 시기에 같은 영화를 보며 그 시절을 지내왔지만 저자와 나의 기억은 정확히 싱크로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의 선택에 완벽하게 공감하고 일치하는 리스트도 있을 것이고, 저자가 꼽은 음악보다 그 영화에 삽입된 다른 음악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를 보며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책에 대한 감상 역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메모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저자의 개인적 이야기나 저자가 꼽은 영화음악들에 크게 이견도 없지만 홍콩영화음악이 없다는 것은 꽤 의외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홍콩영화가 엄청나게 강세였고 유명한 영화음악들도 많이 있는데 그런 것은 빠져있어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

Cavatina - Stanley Myers

이 영화는 카톨릭회관 수요영화제에 가서 봤었다. 당시 고전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여간해서는 없는데 정말 운 좋게 카톨릭회관에서 상영한다길래 티켓을 구매해서 밤에 영화를 보러 갔었다. 그 당시 좀 어린 나이었는데 밤에 혼자 쫄래쫄래 가서 영화를 봤었는데 3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으로 인해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 영화를 봤는데 중간중간 지루했고,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도 있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도 초반 결혼식 장면은 꽤나 지루해서 졸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영화를 봤었던 기억이 있다. 영화 속에서 잔잔하게 흐르던 존 윌리엄스의 Cavatina 기타 연주는 상당히 좋아해서 엄청나게 많이 들었었다.


빽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Back to The Future - Alan Silvestri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SF시리즈를 꼽으라면 단연 빽 투 더 퓨쳐가 1등일 것이다. 지금 보면 허접한 특수효과에 구멍이 숭숭 뚫린 시나리오 때문에 이렇게까지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단언컨데 이 영화는 20세기 최고의 SF영화 중 하나이고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 중 최고의 마스터피스다. 액션과 모험, 웃음과 러브로망이 다 들어간 너무나도 완벽한 오락영화이다. 2편에서 미래의 시간적 배경이 2015년 10월 21일이었는데 그 미래도 이미 과거가 되었다. 그 날을 퓨처데이라고 해서 당시 엄청나게 큰 이벤트도 열었을 만큼 수십년이 지난 영화지만 여전히 팬들이 많다. 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건 바로 앨런 실베스트리의 음악 때문인데 너무나 멋진 메인테마곡은 그 음악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설레게 만든다. 아마도 아무리 그래픽이 발전하고, 특수효과가 좋아져도 이런 마스터피스는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할 것이다. 메인타이틀도 좋지만 1편의 삽입곡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의 Power of Love도 정말 끝내준다. 영화, 메인테마, 노래 모든게 다 끝내주는 진짜 최고 중의 최고.


비버리 힐스 캅 (Beverly Hills Cop)

Axel F - Harold Faltermeyer

예전에 TV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곡이다. 도입부가 특히 유명한데 싸이의 노래 챔피언에 피쳐링되서 익숙하다. 사실 Axel F는 중간 부분이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어서 의외로 그렇게 막 신나지는 않다. 에디 머피는 48시간과 이 영화 비버리 힐스 캅의 성공으로 말그대로 골든차일드가 되었다. 에디 머피는 두 영화에서 넉살 좋은 떠벌이라는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이후 에디 머피는 이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똑같은 모습만 보이게 된다. 비버리 힐스 캅은 처음에 미키 루크가 하기로 되어 있었고, 계약이 틀어지자 실베스터 스탤론이 후보로 올랐다는데 만약 미키 루크나 스탤론형이 주연을 맡았다면 영화의 이미지는 완전히 바껴서 당시 많이 나오던 그저 그런 경찰영화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재간둥이 에디 머피가 나온게 신의 한수였다.


늑대와 춤을 (Dance with the Wolves)

The John Dunbar Theme - John Barry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 및 제작, 주연을 맡은 늑대와 춤을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음악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자 한국에서도 엄청난 흥행을 했었다. 주제도 반전과 휴머니티 같은 것을 다루고 있어서 호평을 받았고, 음악도 TV나 라디오에서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정성일 아저씨는 이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받은 것은 아카데미 꼰대 영감님들이 이 영화가 아니면 달리 상을 줄 영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 상을 몰아준 것이라며 약간 평가절하하는 듯한 말도 한 것 같은데 적어도 영화음악만은 초원을 가르는 버팔로 떼를 연상시키는 웅장하고 서정적이며 멋진 곡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한때 다큐 같은데서 이 음악을 꽤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축제

꽃의 동화 - 김수철

93년 서편제로 대한민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천만을 넘기며 영화인 중 처음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칭호를 받은 임권택 감독의 작품. 서편제, 태백산맥 같은 영화를 만들며 당시 가장 한국적인 영화를 만든다는 평을 받았던 감독인데 그 별명에 걸맞게 축제에서는 죽음과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정성일 아저씨는 단순히 임권택이 한국 전통의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한국적인 감독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한국인의 정신과 마인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영화에서는 작은 거인 김수철이 음악을 맡았는데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태백산맥, 축제에서 함께 작업한다. 김수철은 국악의 가락을 기타로 연주하는 국악의 현대화를 시도하여 국악을 널리 보급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임권택의 영상과 김수철의 국악의 변주가 영화 속에서 멋지게 화합한다.


스탠 바이 미 (Stand By Me)

Lollipop - The Chordettes

스탠 바이 미는 4명의 베프가 이웃마을로 시체를 찾으러 간다는 조금 특이한 설정의 영화다. 호러 영화 it와 약간 비슷한 설정도 보이는데 전체적으로는 로드무비이자 성장영화의 성격을 가진다. 이 영화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하게 되는 말은 역시 리버 피닉스일 것이다. 제2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리던 반항아 리버 피닉스는 이 영화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데 정말 안타깝게 24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어쩌면.. 만약 리버 피닉스가 살아있었다면 디카프리오와 함께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 되었을텐데 너무 안타깝다. 영화속에는 주옥같은 음악들이 많이 나오는데 영화 타이틀과 동명의 노래 벤 E 킹의 스탠 바이 미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저자는 더 코데츠의 Lollipop을 추천하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굉장히 상콤하고 흥겹게 흘러나와서 어깨춤을 추게한다. 또 빽 투더 퓨쳐에도 삽입되었던 Mr. sandman도 추천하는데 마틴이 1955년 과거로 가서 어리둥절할 때 힐 밸리의 전경을 와이드 샷으로 잡으며 흘러나오던 곡으로 그 장면을 상당히 좋아하고, 이 곡도 좋아한다.


대부 3 (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Ⅲ)

Promise Me You Will Remember - Harry Connick Jr

대부 3편은 참 말이 많은 영화다. 영화 감독들이 꼽는 베스트 영화에 항상 이름이 오르는 대부 1편과 2편은 말 그대로 완벽함 그 자체였는데 왜 느닷없이 되도 않는 3편으로 대부라는 이름에 먹칠을 해버린 것인지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부3은 마치 몰락한 콜레오네 가문의 쓸쓸함처럼 몰락한 시리즈의 쓸쓸함을 보는 것 같다. 이렇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대부3이지만 의외로 영화 음악은 굉장히 좋은데 해리 코닉 주니어가 부른 주제곡 Promise Me You’ll Remember는 영화와 상관없이 정말 가슴을 울리는 명곡이다. 해리 코닉 주니어는 재즈 뮤지션으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지만 영화도 꽤 많이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핼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멤피스 벨에서도 멋진 곡들을 들려준다.


시골 영웅 (Local Hero)

Wild Theme - Mark Knopfler

이 영화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90년대 영화음악 이야기를 하려면 이 음악은 반드시 말을 하고 넘어가야만 한다. 음악 그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이 곡은 90년대 씨네필들의 집합소 정은임의 영화음악 타이틀곡으로 더 유명하다. 물론 아는 사람만 알테니 유명하다는 말은 적절치 않겠지만 그 시절 깊은밤 잠들지 못하고 라디오를 통해 정은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었던 사람에게는 그리움과 아련함을 전해주는 곡이라 하겠다. 정영음은 영화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에게 휴식과 위로의 시간을 주었으며 정성일 아저씨의 말처럼 해방구가 되어주었다. 지금도 다시듣기를 통해 가끔씩 방송을 듣고 있는데 뭔가 마음이 헛헛하고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시절 늦은 밤을 책임져주던 이제는 볼 수 없는 정은임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007 골든아이 (GoldenEye)

Experience of Love - Eric Serra

책에는 두 편의 007음악이 소개되고 있는데 하나는 For Your Eyes Only이고 또 하나는 골든아이다. 골든아이는 당시 레옹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에릭 세라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에릭 세라는 뤽 베송의 데뷔작인 마지막 전투에서부터 서브웨이, 그랑블루, 니키타 등 8~90년대에는 뤽 베송하고만 계속 함께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딱 한편 외도를 한 작품이 바로 이 골든아이다. 에릭 세라의 음악을 들어보면 자신만의 쪼가 있는데 그 쪼가 골든아이 OST에서도 많이 느껴진다. 그 땐 에릭 세라를 너무 좋아해서 CD를 다 샀는데 조금만 들어보면 이건 누가 들어도 에릭 세라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사실 책에 소개된 Experience of Love - Eric Serra보다는 역시 티나 터너의 골든아이가 너무 좋다. 수록곡 중 run, shoot and jump은 TV에서도 꽤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희극지왕 (喜劇之王)

The Way You Make Me Feel - 莫文蔚

90년대에 한국땅에서 주성치를 좋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주성치는 쌈마이, 저질영화의 대명사였고, 어디 가서 주성치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수준 낮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아니 주성치를 좋아한다는 말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서유기, 소림축구, 콩푸 허슬 같은 영화들이 굉장히 좋은 평을 듣고 있어서 어디 가서 주성치 좋아한다고 해도 무시당하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무시 천시 괄시 등한시까지 받았다. 그래서 괜히 타르코스키나 키에슬로프스키를 좋아한다고 말해야 했던 그 치욕의 역사를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주성치의 찐팬은 21세기 영화는 주성치 영화로 먹어주지 않는다. 희극지왕도 비교적 주성치 후기의 작품으로 성치스러움이 많이 희석된 작품의 하나다. 주성치 영화의 기본 베이스는 슬픔이다. 캐릭터를 슬픔과 좌절 속에 던져넣고 그 속에서 페이소스가 있는 웃음을 건져올리는데 그런 점에서는 희극지왕은 아주 훌륭한 영화라고 하겠다. 그런데 너무 훌륭하다보니 성치식 큰 웃음은 잘 안 보인다. 주성치 영화에선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장면이 꼭 등장한다. 희극지왕에서는 장백지의 첫등장씬에서 막문위의 노래 The Way You Make Me Feel이 흘러나온다. 청순한 모습에 교복을 입고 발랄하게 거리를 뛰어가던 장백지의 모습과 막문위의 노래가 잘 어울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희극지왕보다 식신에서 종려시 등장 장면에서의 막문위의 초련이 더 좋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셰프 서유구의 과자 이야기 2 : 당전과·포과편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9
서유구 외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외 옮김 / 자연경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책 타이틀에 나오는 '조선셰프 서유구'라는 이름부터 많이 생소했고 '정조지'라는 것도 처음 들어서 어떤 것인지 찾아봤는데 서유구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라고 한다. 양반 출신으로 높은 관직에 있다가 숙부가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자 스스로 벼슬을 버리고 18년동안 자발적으로 유배를 떠나서 전국을 떠돌며 일반 백성들의 실상을 직접 경험하게 되는데 백성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며 백성을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실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일종의 농업분야의 대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인데 40년에 걸쳐 농학, 천문학, 공학, 수학, 요리, 의학, 어업, 예술, 상업 등 16개 분야를 113권으로 집필한 그야말로 조선시대 최대 백과사전이라고 한다.


정조지는 솥(정)과 도마(조)를 뜻하는 음식백과로 임원경제지 중 8번째 항목에 해당되는 것으로 여기에는 무려 1,200여가지에 달하는 음식과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조리법이 담겨있다고 한다. 서유구의 요리책에는 그 당시 일반 백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조선셰프 서유구 시리즈는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라는 주제로 '정조지'와 '임원경제지'에 수록된 선조들의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꽃음식, 떡, 술, 포 김치 등의 전통 음식을 복원하여 현대화 하였고, [조선셰프 서유구의 과자 이야기 2 당전과·포과편]은 1편 밀전과 편에 이어 과자를 주제로 한 두번 째 책으로 이번에는 당전과 포과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책은 총 4가지 테마로 되어 있는데 설탕에 절인 '당전과', 과일을 볕에 말려 만든 '포과', 그리고 당로와 볶은 밀가루로 반죽해서 만든 '첨식', 마지막으로 서유구의 과자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현대편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첨식은 단것을 먹어 혀를 즐겁게 해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음식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일본과 중국식 과자를 다루고 있다. 책에는 당전과 13가지, 첨식 17가지, 포과 27가지를 복원하였고, 18가지 설탕 과자를 현대식으로 재구성하여 수록하고 있다. 정조지에서 다룬 설탕 과자들은 과자의 본질과 단맛을 내는 다양한 식재료들, 과감한 향신료를 사용해 단맛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맛을 끌어내는 법까지 작은 설탕 과자 하나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책의 구성은 매우 단순한데 정조지에서 복원한 혹은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과자의 완성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재료와 과자 만드는 법을 정조지에 소개된 원문과 함께 실제 우리들이 보고 따라할 수 있게 잘 정리된 레시피로 소개한다. 그리고 이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도 담겨있고 그와 함께 과자와 관련된 맛설명이나 특징, 영양정보, 효능, 상생과 금기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한국식 과자류, 당전과는 보기에는 그럴싸 하지만 만드는 법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간단한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도 많아서 의외였다. 포과는 더 쉬운데 말 그대로 과일을 얇게 썰어서 볕에 잘 말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초간단 영양간식을 만들기에도 아주 좋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설탕 과자라고 하면 그저 맛으로 먹는 간식으로만 생각할텐데 여러가지 약효가 있는 천연재료로 만들다보니 그 자체로 소화기능을 돕는다거나 식욕부진에 도움을 주거나 혈액순환을 좋게하는 등의 여러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음식을 약으로 먹었던 선조들의 지혜가 설탕 과자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좋은 성분의 천연 재료로 자연의 단맛을 느끼게 해주는 간식이라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고 시중에 나와있는 과자나 단 간식거리보다 건강에 훨씬 좋을 것 같다. 다만 정조지에 소개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당전과와 포과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재료들도 있어서 전부 따라해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모과절임이나 산사 과자, 유자 과자 같은 과자는 귀찮더라도 한번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은데 연근이나 메주콩으로 만든 과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재료라서 그다지 땡기지는 않는다.


첨식 편에서는 꿀이나 설탕의 성질을 이용한 설탕 과자를 만드는데 여기는 과정이 좀 복잡하거나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들도 있고,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레시피도 있어서 전부 따라해보긴 어려울 것 같다. 역시 전통적인 레시피도 좋지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현대편 당전과와 포과의 활용 파트에 눈길이 간다. 여기서는 예전 우리 조상님들이 먹던대로의 과자 스타일이 아니라 젤리, 쿠키, 초콜릿, 사탕, 피자 등 현대적 느낌의 간식으로 탈바꿈 한 전통 과자를 배울 수 있다. 말그대로 뉴트로 당전과인데 오리지널리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가지고 있던 과자에 대한 창의성과 다양성을 더욱 확장한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전통 과자라고 하면 유과나 약과, 엿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스타일의 다양한 설탕 과자와 디저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연의 맛을 살리고 자연의 당을 활용하여 건강한 먹거리를 만든다는 서유구 셰프의 정신으로 전통의 과자를 현대화해서 우리의 맛을 다양하게 즐겨보면 좋겠다. 아이들 간식이나 손님에게 접대용으로도 좋을 것 같고, 어르신이나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하면 아주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방에서 배우는 맛있는 과학
사이먼 퀠런 필드 지음, 윤현정 옮김 / 터닝포인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리는 여러 부분에서 화학과 많이 닮아있다. 약품을 측정하고, 시료를 계량하고, 두 약품을 혼합하고, 물질을 가열하거나 냉각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분리해내는 화학실험은 재료와 부재료를 계량하고 가공해서 냄비에 넣고 가열하여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요리의 프로세스와 비슷하다. 섞고, 가열하고, 변화시키는 절차나 과정 뿐만이 아니라 그 프로세스 속에는 실제로 화학적 반응이 많이 작용한다. 단백질 변성부터 효소를 반응시켜 미생물을 배양하는 생화학반응, 끓이고 굽는 열화학반응, 말리고 건조하는 광화학반응, 절임은 산염기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식품영양학과나 식품공학과에서는 화학 과목을 전공으로 배우기도 한다. 저자는 요리와 화학의 차이점은 결과물을 먹는다는 것뿐이라고 해석한다.


요리는 여러 재료를 조합해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은 원하는 결과를 위해 재료에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주게 되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과학적 원리를 알지 못한채 경험적으로만 그 과정을 수행한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영양인데 만약 요리에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를 안다면 요리에 과학적인 지식을 피처링하여 더욱 맛있고 영양을 살린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방에서 배우는 맛있는 과학]은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넘겨왔던 주방에서 발생하는 여러 과학적 변화를 설명하고 원리를 이해시켜서 요리에서 과학을 찾아서 이해하고, 과학을 요리에 적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책은 총 14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부피와 무게의 계량, 레시피 양 조정 같은 물리적 반응과 단백질 화학, 산과 염기, 산화 환원 같은 화학반응 그리고 생물학적인 반응 등 다양한 과학 파트로 나누어서 각각의 과학 반응들을 설명하고 그런 과학 반응들을 주방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그 챕터에서 다루는 과학 반응에 대한 정의와 기본적인 설명을 쉽게 깔아놓고, 경험적으로 해왔던 요리 과정들 속에서 그런 반응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왜 그런 과정을 수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예시를 통해 알아본다. 보통 레시피북에서는 요리를 할 때 어떤 과정을 진행하라고만 적어놓거나 그 과정의 목적만을 간단히 기록해놓는데 여기서는 왜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이 요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과학적으로 꼼꼼하게 따져보는 식이다.


책의 내용은 과학 원리를 요리를 통해 쉽게 이해시키는 한편, 요리 속에 어떤 과학적 원리와 개념이 들어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요리를 통해 과학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과학을 통해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는 과학책이자 요리책인 셈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요리를 통해 과학을 배우는 컨셉이라 전반적으로는 과학 이야기에 많이 치우쳐있어서 솔직히 내용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생소한 화학용어나 분자모형 같은 것들이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딱딱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서 요리나 음식과 관련된 재미있는 과학적 원리와 개념을 알아가는 것은 의외로 재미있다. 그래서 똑똑한 요리책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실제로 책에는 과학이야기 뿐만 아니라 해당 챕터에서 공부한 과학 원리를 활용한 레시피도 몇 가지 소개되고 있어서 요리책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책에 소개된 레시피는 치즈 만들기, 핼러윈 호박이나 추수감사절 칠면조 요리 같은 평소 자주 접하지 못하는 요리라서 눈길을 끈다.


교과서적인 과학 이론만이 아니라 요리와 음식과 관련된 과학상식도 배울 수 있어서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고 대화의 소재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요리를 이론적으로 배워서 요리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는 느낌도 든다. 요리를 할 때 투입하는 재료의 역할이나 요리시 이유도 모른채 그저 레시피북에서 시키는대로 따라하던 행동 같은 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해서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거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게 되어서 요리를 할 때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양 조절이나 조리법, 조리시간, 식재료 관리 등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판단하여 요리를 할하게 될 정도로 요리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다. 그래서 책에 나온 내용들을 잘 이해하면 맛과 영양을 높이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 같다.


다만 과학적 지식을 요리에 접목시켜 요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예시를 좀 더 많이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앞서도 말했듯이 요리보다는 과학이라는 측면이 좀 강하다보니 여전히 식품공학이나 영양학 교재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토픽이나 실제 요리나 음식들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압축 고전 60권 - ‘책알못’들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 수업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민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책을 통해 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희노애락의 감정적 경험도 하게 되기 때문인데 그래서 때론 책으로 인해 우리의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의 해답은 책이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중에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회자되는 책을 고전이라고 하는데 고전에는 인간관계, 돈, 행복,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모든 해답이 있다고 말해진다. 지금 우리들이 껴안고 있는 수많은 고민과 의문들은 긴 역사 속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찰하고 그에 대한 답을 고전 속에 담아놓아서 오래전 쓰여진 고전에서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전이 인류가 축적한 예지의 아카이브라고 소개한다.


물론 고전 좋은 줄은 다 안다. 그러나 인문학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고전들은 그 수가 너무나 많고 각 고전들의 분량도 적지 않아서 그것들을 전부 섭렵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언제나 고전에 대한 목마름과 갈망이 있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고전은 읽는 것도 힘들지만 그 자체로 내용이 너무 어렵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따로 설명없이 원본만 쌩으로 읽는 것은 솔직히 현실적으로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압축 고전 60권]은 이렇게 어려운 동서고금의 철학과 심리학, 경제학 분야의 고전 60권을 선별하여 그 핵심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놓은 고전 개론서이다.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지혜, 사고와 이성, 인생과 고뇌, 정치·사회, 경제·생활, 심리·언어, 현대의 사상, 일본이라는 총 8가지 키워드로 고전들을 분류하여 각각의 주제가 잘 녹아있는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리스트를 보면 인문학이나 문학, 철학 등에서 항상 인용되는 작품이라 읽어본 적은 없어도 너무나 익숙하게 많이 들어본 주옥같은 작품들이 선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전의 내용만을 요약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고전을 둘러싼 책의 배경과 작가에 대한 해설까지 더해져 있는데 고전은 그 책이 나온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상식을 기반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그런 상식이 바탕이 되어있지 않으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그 고전의 배경까지 배경까지 꼼꼼하게 알려줌으로써 작품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각 고전의 설명은 두어장으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그만큼 핵심만 간략하게 요약해서 설명하고 있다. 쉽고 간략하게 정리해놓아서 특별히 많이 어렵지는 않기 때문에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중요한 부분은 따로 형광팬으로 표시를 해두어서 중요한 포인트를 한 번 더 정리해서 볼 수 있다. 마지막에는 고전이 나에게 건내는 말이라는 코너를 통해 고전을 통해 사유하고 생각해봐야 할 것과 고전이 현대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조언을 담고 있다. 중간중간 가벼운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는데 고전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거나 설명하는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은 아니라서 조금 아쉬움이 있다. 고전의 의미나 핵심 내용을 일러스트로 알기 쉽게 제시해서 직관적으로 바로 알 수 있게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일러스트라면 좋았을 것 같다.


서두에 책의 난이도를 별점으로 표시해놓은 것도 재미있는데 아무래도 별점이 낮으면 조금 가볍게 읽게 되지만 별점이 높을수록 바짝 긴장하며 글을 읽게 된다. 별점은 그 고전의 중요도나 내용의 깊이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얼마나 쉽게 읽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내용이 심오하더라도 가독성이 뛰어나고 접근이 쉽다면 별점이 낮은 식이다. 그러나 별점은 낮지만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도 있어서 고전의 높은 벽을 느끼게 된다. 가령 니체의 '짜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겨우 별점 두개라니 니체는 언제나 어려운 사상의 대명사처럼 느끼고 있었는데 왜 두개 밖에 안되어서 가볍게 도전했지만 역시나 니체의 철학은 쉽지만은 않았다.


특이하게 책에는 '명저 연관도'라는 그래프가 수록되어 있는데 책에 소개된 60편의 고전을 시대순, 지역별, 철학사 등의 다양한 분류에 의해 각 고전간의 상관관계나 상호영향관계 등을 보여준다. 가령 철학의 명제라는 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뚝딱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큰 흐름 속에서 이전의 철학 사상의 영향을 받아 앞선 선배 철학자들의 지혜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거나 그것을 부정하는 것에서 철학적 사유가 깊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상이 담겨 있는 고전 역시 이전 고전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한 점에서 고전 간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것은 고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고전의 해설에서 소개되는 고전의 배경을 '명저 연관도'를 통해 큰 틀에서 도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고전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다.


저자도 말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고전을 압축하고 압축하여 간략하게 핵심만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 원본의 내용과는 비교할바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평소 안면은 있지만 정확히 그 내용을 알지 못했던 고전들을 간략하게나마 맛보고 고전이 우리에게 던지고자 했던 메세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고전과 조금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고전이 있다면 원작을 찾아보며 고전에 대한 지식을 늘려가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은 먹어야 해 - 또라이 초병이 강철 부대 장교가 되기까지의 박장대소 에피소드
장정법 지음 / 커리어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의 타이틀인 '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은 먹어야 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지구가 멸망하건 말건 소위 맛있는 반찬이 나올 때는 짬밥을 챙겨먹어줘야 한다 뭐 그런 식의 의미인 줄 알았다. 책 표지에 군대리아 그림이 있는 것도 그렇고 선호도가 높은 맛있는 반찬이 나올 때는 간헐적 단식을 하던 말년 병장들도 식당으로 달려가니 말이다. 그런 군인들의 마음의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말은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인 것 같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군대에는 가야만 하고, 지구가 멸망해도 군대에 간 이상 짬밥을 먹으며 군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게 대한민국에 태어난 남자들의 숙명이자 젊은날의 슬픔이다.


그러나 그렇게 힘든 시절은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저자 역시 직업군인 출신에 지금은 군사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지난 날 자신의 군생활을 추억하며 이 글을 썼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은 먹어야 해]는 군대 시트콤 에세이로 군시절의 추억을 소환하여 우리의 가장 웃픈 시절을 공유하는 책이다. 저자는 저질 체력으로 100m 달리기도 힘든 관심사병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고문관이 군생활에 조금씩 적응해나가며 결국 군에 말뚝박고 소령까지 진급한 나름의 성공스토리를 시트콤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이젠 무용담이 된 지난 시절의 군생활을 떠올리며 웃고 싶거나 생소한 군대의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총 4파트로 관심사병이었던 이등병이 점차 대한민국을 지키는 늠름한 군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하나의 파트씩 담아간다. 파트1 차렷은 훈련병과 이병 시절의 에피소드로 민간인이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어리버리하며 관심사병이 되어버린 사연을 전하고 파트2 열중쉬어에서는 어리버리한 이병이 노련한 병장이 되기까지의 성장기와 본격적인 군생활의 썰을 풀어놓는다. 파트3 뒤로 돌아는 군대에 발뚝 박고 관심사병만 모인 정열 3소대의 소대장이 되어 빡세게 군생활을 하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파트4 좌향좌, 우향우에서는 소령으로 진급하여 최전방 GOP에서 근무를 하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군생활의 경험과 추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 경험과 추억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복무한 시기, 복무한 장소, 주특기와 보직 그리고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 따라 군생활의 경험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하고도 겹치지 않는 기억이기에 아무리 군에 다녀온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군대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하고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그런 차이점이 서로 자신의 경험이 더 힘들었다며 묘한 경쟁심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반대로 자신과 싱크로 되는 경험을 접하면 그렇게 반갑고 신날 수가 없다. 젊은 시절의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알 수 없는 동지애와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군대리아 최고 맛의 비밀

책에서 가장 처음 만난 공통분모는 군대리아였다. 물론 우리 때는 군대리아라고 부르진 않았고, 저자의 부대는 주말에 군대리아가 나왔다는데 우리는 아마 수요일 메뉴였다고 기억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빵식은 나름 인기있는 메뉴였다고 생각한다. 보통 군에서 아침 메뉴는 된장국 일명 똥국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맛없고 부실한 메뉴보다는 빵식이 훨씬 더 인기있었다. 똥국보다야 맛있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서 나름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을 남기는 것 같다. 그래서 제대한 사람들이 그 군대리아의 맛을 그리워하는 이상한 향수에 젖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책을 보면 요즘 빵식은 예전보다 좋아져서 더 다양한 메뉴가 추가된 것 같다. 책에는 저자의 활약(?)으로 불고기 버거 소스도 만들어진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려와(제설 작전)

군에는 비가 오면 풀리고 눈리 오면 꼬인다는 말이 있다. 사회에서도 눈이 많이 내리면 빙판길 때문에 도로가 마비되고, 교통대란이 일어나는데 그건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철원처럼 춥고 산속 깊숙히 박혀있는 군부대에서는 폭설이 아니라도 눈이 조금만 내려도 빙판길이 되고 너무 기온이 낮아서 좀처럼 녹지 않다보니 눈이 내리면 바로바로 쓸어서 눈을 치워야만 한다. TV에 나오는 맨토들이 눈이 내릴 땐 쓸어봐야 소용없으니 눈이 그칠 때까지 놔두라고 조언을 하는데 전방의 군대에선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야말로 군인들에게 제설 작업은 작전이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을 치워야 하고, 내리는 눈을 맞으며 눈을 치우는 무의미해보이는 쌩고생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높은산 깊은골 적막한 산하 눈내린 전선을 치우는 것 역시 군인의 본분임을.


군인의 가슴에는 Roollon!

바로 얼마전 쁘걸의 롤린 열풍이 불었다. 2017년에 발매한 곡이 올해 초 역주행을 하며 탑을 찍어버린 것이다. 쁘걸이 무명이었을 때 군부대를 돌며 위문공연을 가열차게 하며 응원을 해줬고, 이에 힘을 얻은 장병들이 이젠 역으로 쁘걸에게 힘을 실어주며 응원을 해주는 것. 비공식 군가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역시 그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노래를 들어도 별 다른 감흥이 없다. 우리 때는 너무 올드하다고 느끼겠지만 김현정의 노래가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빠른 템포와 신명나는 리듬으로 약간 노동요 같은 느낌으로 작업이나 청소할 때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삭막한 군생활에 걸그룹의 노래는 힘과 용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그 시절의 고마웠던 그들을 잊지 못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