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은 먹어야 해 - 또라이 초병이 강철 부대 장교가 되기까지의 박장대소 에피소드
장정법 지음 / 커리어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의 타이틀인 '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은 먹어야 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지구가 멸망하건 말건 소위 맛있는 반찬이 나올 때는 짬밥을 챙겨먹어줘야 한다 뭐 그런 식의 의미인 줄 알았다. 책 표지에 군대리아 그림이 있는 것도 그렇고 선호도가 높은 맛있는 반찬이 나올 때는 간헐적 단식을 하던 말년 병장들도 식당으로 달려가니 말이다. 그런 군인들의 마음의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말은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인 것 같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군대에는 가야만 하고, 지구가 멸망해도 군대에 간 이상 짬밥을 먹으며 군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게 대한민국에 태어난 남자들의 숙명이자 젊은날의 슬픔이다.


그러나 그렇게 힘든 시절은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저자 역시 직업군인 출신에 지금은 군사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지난 날 자신의 군생활을 추억하며 이 글을 썼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은 먹어야 해]는 군대 시트콤 에세이로 군시절의 추억을 소환하여 우리의 가장 웃픈 시절을 공유하는 책이다. 저자는 저질 체력으로 100m 달리기도 힘든 관심사병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고문관이 군생활에 조금씩 적응해나가며 결국 군에 말뚝박고 소령까지 진급한 나름의 성공스토리를 시트콤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이젠 무용담이 된 지난 시절의 군생활을 떠올리며 웃고 싶거나 생소한 군대의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총 4파트로 관심사병이었던 이등병이 점차 대한민국을 지키는 늠름한 군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하나의 파트씩 담아간다. 파트1 차렷은 훈련병과 이병 시절의 에피소드로 민간인이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어리버리하며 관심사병이 되어버린 사연을 전하고 파트2 열중쉬어에서는 어리버리한 이병이 노련한 병장이 되기까지의 성장기와 본격적인 군생활의 썰을 풀어놓는다. 파트3 뒤로 돌아는 군대에 발뚝 박고 관심사병만 모인 정열 3소대의 소대장이 되어 빡세게 군생활을 하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파트4 좌향좌, 우향우에서는 소령으로 진급하여 최전방 GOP에서 근무를 하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군생활의 경험과 추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 경험과 추억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복무한 시기, 복무한 장소, 주특기와 보직 그리고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 따라 군생활의 경험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하고도 겹치지 않는 기억이기에 아무리 군에 다녀온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군대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하고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그런 차이점이 서로 자신의 경험이 더 힘들었다며 묘한 경쟁심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반대로 자신과 싱크로 되는 경험을 접하면 그렇게 반갑고 신날 수가 없다. 젊은 시절의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알 수 없는 동지애와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군대리아 최고 맛의 비밀

책에서 가장 처음 만난 공통분모는 군대리아였다. 물론 우리 때는 군대리아라고 부르진 않았고, 저자의 부대는 주말에 군대리아가 나왔다는데 우리는 아마 수요일 메뉴였다고 기억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빵식은 나름 인기있는 메뉴였다고 생각한다. 보통 군에서 아침 메뉴는 된장국 일명 똥국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맛없고 부실한 메뉴보다는 빵식이 훨씬 더 인기있었다. 똥국보다야 맛있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서 나름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을 남기는 것 같다. 그래서 제대한 사람들이 그 군대리아의 맛을 그리워하는 이상한 향수에 젖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책을 보면 요즘 빵식은 예전보다 좋아져서 더 다양한 메뉴가 추가된 것 같다. 책에는 저자의 활약(?)으로 불고기 버거 소스도 만들어진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려와(제설 작전)

군에는 비가 오면 풀리고 눈리 오면 꼬인다는 말이 있다. 사회에서도 눈이 많이 내리면 빙판길 때문에 도로가 마비되고, 교통대란이 일어나는데 그건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철원처럼 춥고 산속 깊숙히 박혀있는 군부대에서는 폭설이 아니라도 눈이 조금만 내려도 빙판길이 되고 너무 기온이 낮아서 좀처럼 녹지 않다보니 눈이 내리면 바로바로 쓸어서 눈을 치워야만 한다. TV에 나오는 맨토들이 눈이 내릴 땐 쓸어봐야 소용없으니 눈이 그칠 때까지 놔두라고 조언을 하는데 전방의 군대에선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야말로 군인들에게 제설 작업은 작전이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을 치워야 하고, 내리는 눈을 맞으며 눈을 치우는 무의미해보이는 쌩고생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높은산 깊은골 적막한 산하 눈내린 전선을 치우는 것 역시 군인의 본분임을.


군인의 가슴에는 Roollon!

바로 얼마전 쁘걸의 롤린 열풍이 불었다. 2017년에 발매한 곡이 올해 초 역주행을 하며 탑을 찍어버린 것이다. 쁘걸이 무명이었을 때 군부대를 돌며 위문공연을 가열차게 하며 응원을 해줬고, 이에 힘을 얻은 장병들이 이젠 역으로 쁘걸에게 힘을 실어주며 응원을 해주는 것. 비공식 군가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역시 그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노래를 들어도 별 다른 감흥이 없다. 우리 때는 너무 올드하다고 느끼겠지만 김현정의 노래가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빠른 템포와 신명나는 리듬으로 약간 노동요 같은 느낌으로 작업이나 청소할 때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삭막한 군생활에 걸그룹의 노래는 힘과 용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그 시절의 고마웠던 그들을 잊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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