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배우는 맛있는 과학
사이먼 퀠런 필드 지음, 윤현정 옮김 / 터닝포인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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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여러 부분에서 화학과 많이 닮아있다. 약품을 측정하고, 시료를 계량하고, 두 약품을 혼합하고, 물질을 가열하거나 냉각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분리해내는 화학실험은 재료와 부재료를 계량하고 가공해서 냄비에 넣고 가열하여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요리의 프로세스와 비슷하다. 섞고, 가열하고, 변화시키는 절차나 과정 뿐만이 아니라 그 프로세스 속에는 실제로 화학적 반응이 많이 작용한다. 단백질 변성부터 효소를 반응시켜 미생물을 배양하는 생화학반응, 끓이고 굽는 열화학반응, 말리고 건조하는 광화학반응, 절임은 산염기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식품영양학과나 식품공학과에서는 화학 과목을 전공으로 배우기도 한다. 저자는 요리와 화학의 차이점은 결과물을 먹는다는 것뿐이라고 해석한다.


요리는 여러 재료를 조합해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은 원하는 결과를 위해 재료에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주게 되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과학적 원리를 알지 못한채 경험적으로만 그 과정을 수행한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영양인데 만약 요리에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를 안다면 요리에 과학적인 지식을 피처링하여 더욱 맛있고 영양을 살린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방에서 배우는 맛있는 과학]은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넘겨왔던 주방에서 발생하는 여러 과학적 변화를 설명하고 원리를 이해시켜서 요리에서 과학을 찾아서 이해하고, 과학을 요리에 적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책은 총 14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부피와 무게의 계량, 레시피 양 조정 같은 물리적 반응과 단백질 화학, 산과 염기, 산화 환원 같은 화학반응 그리고 생물학적인 반응 등 다양한 과학 파트로 나누어서 각각의 과학 반응들을 설명하고 그런 과학 반응들을 주방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그 챕터에서 다루는 과학 반응에 대한 정의와 기본적인 설명을 쉽게 깔아놓고, 경험적으로 해왔던 요리 과정들 속에서 그런 반응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왜 그런 과정을 수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예시를 통해 알아본다. 보통 레시피북에서는 요리를 할 때 어떤 과정을 진행하라고만 적어놓거나 그 과정의 목적만을 간단히 기록해놓는데 여기서는 왜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이 요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과학적으로 꼼꼼하게 따져보는 식이다.


책의 내용은 과학 원리를 요리를 통해 쉽게 이해시키는 한편, 요리 속에 어떤 과학적 원리와 개념이 들어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요리를 통해 과학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과학을 통해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는 과학책이자 요리책인 셈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요리를 통해 과학을 배우는 컨셉이라 전반적으로는 과학 이야기에 많이 치우쳐있어서 솔직히 내용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생소한 화학용어나 분자모형 같은 것들이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딱딱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서 요리나 음식과 관련된 재미있는 과학적 원리와 개념을 알아가는 것은 의외로 재미있다. 그래서 똑똑한 요리책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실제로 책에는 과학이야기 뿐만 아니라 해당 챕터에서 공부한 과학 원리를 활용한 레시피도 몇 가지 소개되고 있어서 요리책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책에 소개된 레시피는 치즈 만들기, 핼러윈 호박이나 추수감사절 칠면조 요리 같은 평소 자주 접하지 못하는 요리라서 눈길을 끈다.


교과서적인 과학 이론만이 아니라 요리와 음식과 관련된 과학상식도 배울 수 있어서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고 대화의 소재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요리를 이론적으로 배워서 요리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는 느낌도 든다. 요리를 할 때 투입하는 재료의 역할이나 요리시 이유도 모른채 그저 레시피북에서 시키는대로 따라하던 행동 같은 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해서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거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게 되어서 요리를 할 때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양 조절이나 조리법, 조리시간, 식재료 관리 등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판단하여 요리를 할하게 될 정도로 요리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다. 그래서 책에 나온 내용들을 잘 이해하면 맛과 영양을 높이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 같다.


다만 과학적 지식을 요리에 접목시켜 요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예시를 좀 더 많이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앞서도 말했듯이 요리보다는 과학이라는 측면이 좀 강하다보니 여전히 식품공학이나 영양학 교재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토픽이나 실제 요리나 음식들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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