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 중국의 문화와 민족성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스위즈 지음, 박지민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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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유행이었고 일본을 심층탐구하는 책도 많이 나왔었다. 길거리 상가에도 일본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있고, 실제로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았다. 그런데 지금 대세는 단연코 중국이다. 중국어를 배우는게 인기고, 누구나 중국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거리의 상가에는 중국어로 된 안내판이 붙어 있는 중국인 전용 가게도 많아졌다. 보통 일본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말을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중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보통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싸구려의 대명사, 짝퉁의 천국, 지저분하고 질서를 지키지 않으며 어디서나 시끄러운 사람들, 꽌시 문화, 미세먼지 주범 같은 상당히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아무래도 우리와 이웃해있는 일본과 중국은 둘 다 우리에게 피해만 주는 양아치 국가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보니 그들에 대한 평가 또한 상당히 박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렴 하나의 나라, 하나의 민족이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부정적일지 의문이 들지 않을수 없는데 그렇다면 과연 실제 중국의 민낯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중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싱가포르에서 10년 간 일을 한 경력의 중국인 인문학자가 중국인의 시각과 외부인의 시각으로 자신이 속한 중국 사회를 안밖에서 바라보며 자신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중국과 중국인의 이미지와 외부인들이 생각하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관점 사이에 얼마나 공통점이 있고,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며 중국의 문화와 민족성을 해설한다. 여기서 형식적으로는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생활한 이력 때문에 외부인, 외국인의 시선으로 중국을 바라봤다고는 하지만 어쨌건 저자 자신인 중국인이므로 중국인들이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 중화사상 같은 민족성이 기저에 깔려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글의 첫머리에 '중화민족은 지혜롭고 근면한 민족'이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중국인이 아니라 중화민족이라는 표현을 쓴 것부터가 저자의 중국인 특유의 중국중심적 사고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런데 의외로 중국인들이 감추고 싶을 단점이나 부끄러운 부분들이 상당히 객관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생각보다는 깊이있게 중국인과 중국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가뜩이나 체면을 중시여기고 허세가 많은 중국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자기비판은 굉장히 아픈 것으로 나름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의도가 보여서 좀 의외라고 생각된다. 책은 총 10장으로 중국인의 언어와 음식, 모방과 창조, 사고방식, 수학능력, 도덕과 양심, 실용성과 조악함, 이미지와 전통, 권력과 신분, 허세와 체면, 절제와 질서 같은 중국인만의 문화와 민족성을 잘 보여주는 테마들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서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가지는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열거했었는데 책에도 그러한 내용들이 나오며 왜 그런 부정적인 문화적 특성이나 사회성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언급되고 있어서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다.


중국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부정적 인식은 짝퉁, 가짜, 조잡한 물건이 판을 친다는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하면 세계적으로 짝퉁, 조잡함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저자의 변명으로는 중국인은 실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미적인 부분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은 과학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데 그런게 없으니 과학기술 발전이 억제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에 더해서 정교함이 상당히 떨어지고 꼼꼼함이 부족한 습관이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아무거나'라는데 말그대로 인생 대충 사는 거다. 열심히 진지하게, 정교하게 정확하게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대충대충 그럭저럭에 만족하며 살게 되고, 이런 모습은 뛰어난 품질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적은 노력으로 대충 빨리 고만고만한 제품들을 만들게 되고 그게 지금의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이미지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돈으로 성공을 판단한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데 이 말은 일본에도 있고 한국에도 속담이 있으니 돈이 만능인 건 동아시아 공히 공통인가보다. 어쨌건 중국은 돈이 전부인 사회이고 강력한 역할을 한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고 돈은 중국에서 가장 큰 힘이라고 한다. 돈이 없으면 일이 안 되고, 돈이 적으면 큰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중국인들에겐 강하게 인식되어 있다는데 그래서 결국 돈으로 성공을 판단하는 사회가 되버렸다. 반대로 돈이 없는 사람, 즉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정면 승부에서 경쟁자를 이길 수 없고, 그럴 때 도덕성으로 상대를 공격하게 된다. 우리도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중국은 그 정도가 더 심한 모양. 그래서 악담과 비방은 성공한 사람의 훈장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돈많은 사람에 대해 시기, 질투가 많은지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공정하고 긍정적인 경쟁을 통해 모두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자신보다 높은 상대를 끌어내리고, 비슷한 사람을 발로 밝고 올라가는 상대적 상승을 중시한다. 어쨌건 너보다 잘 살면 된다는 경쟁 전략인데 이런 나라는 발전이 없다. 병적으로 경쟁을 하며 어떻게든 상대를 밟고 올라가려고만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만 잘 살고, 내가 이길 수만 있다면 법이나 도덕 같은 건 그야말로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무시해버리게 된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아서 나 하나쯤이야 하는 사고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는데 작은 이익으로 차근차근 성실하게 돈을 벌려는 마음보다는 법이나 규범을 무시하며 큰 해악을 끼쳐서라도 큰 돈을 쉽게 벌려고 하는 성향이 더해져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중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환경 문제인데 미세먼지와 오염된 강물은 이런 중국인들의 여러가지 의식들이 모여서 만든 재난이라는 것이다.


책은 10개의 챕터로 되어 있지만 그 내용들이 제각각이 아니라 챕터마다 주제는 달라로 기본적인 중국인의 인식과 성향, 사고방식들이 서로 공유되고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하나로 귀결되는 부분이 많다. 책을 통해 중국인의 문화와 민족성을 살펴보고 이해하고 나니 그동안 중국과 관련된 기사나 게시글을 보며 중국인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이상하게만 여겨졌던 문화와 중국 사회의 여러 현상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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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맞춤법
김주절 지음 / 리듬앤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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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블로그, SNS, 카톡, 문자 등 과거보다 글을 쓰는 일이 많아졌고, 글로 사람들고 소통하면서 내가 쓴 글은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 예전처럼 노트에 적은 글은 누굴 보여줄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글로 대화를 하고, 글로 내 생각을 나타내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글은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를 드러내고, 보여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글을 많이 쓰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히 맞춤법이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은 맞춤법을 틀리는 것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충 뜻만 통하면 된다는 식이라서 단어 한두개 쯤 틀려도 크게 괘념치 않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맞춤법을 보면 정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맞춤법은 의외로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는데 크게 작용한다. 


때로는 맞춤법이 교육수준이나 기본적인 소양을 보여주는 척도처럼도 인식되기 때문에 맞춤법을 틀리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 많이 떨어진다. 특히 보고서나 기획서 같은 업무적이고 공적인 문서에서 맞춤법이 틀리면 문서의 공신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그런 문서에 사용되는 문장은 한정되어 있어서 의외로 사적 영역의 일상적인 글쓰기를 할 때 훨씬 맞춤법에 주의를 요하게 된다. 맞춤법이 틀리면 단순히 실수를 했다거나 맞춤법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심한 경우 상식이 없거나 무식하다는 인상까지 줄 수 있고, 단어 하나의 맞춤법이 틀렸을 뿐인데 그런 글을 보면 그 문장, 그 전체 글 자체의 신뢰도는 물론 사람에 대한 이미지도 확 떨어지게 되므로 맞춤법은 항상 신경써야 한다. 


그런데 이 맞춤법이라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까다롭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 맞춤법이 올바른 것인지 틀린 것인지부터 알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본인은 올바른 것으로 알고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매한 것은 글을 쓸때마다 검색해보면 되지만 그것이 맞다고 믿고 있는 경우라면 아주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잘못된 글을 쓰게 된다. 이런 경우는 우연히 자신이 쓰고 있는 맞춤법이 틀렸다는 걸 발견하게 되거나,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으면 절대 고칠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이 아니라도 쓸 때마다 헷갈려서 항상 찾아보게 되는 것들도 많이 있다. 글을 쓰다보면 의외로 그런 헷갈리고 애매한 맞춤법이 굉장히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맞춤법 공부의 문제점은 힘들게 외워놓아도 또 금새 잊어버리고 헷갈려 하게 된다는 점이다. 애초에 애매하고 구분하기가 어려우니까 헷갈리는 거라서 그 혼돈이 쉽게 정리되어 머리 속에 오래 기억되지 않는 것이다. 어설프게 외웠다가는 반대로 기억해서 계속 틀린 맞춤법을 쓰게 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매일 쓰는 말이라면 계속 반복해서 쓰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고 기억이 되겠지만 자주 쓰지 않는 단어라면 가끔씩 그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매번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맞춤법 공부에서 중요한 건 결국 얼마나 더 빨리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하고, 더 많이 써먹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정리한 다정한 맞춤법]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만큼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맞춤법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맞춤법을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게 해주는 맞춤법 에세이다. 공식을 외우듯이 맞는 맞춤법과 틀린 맞춤법을 쭉 나열해놓고 무조건 외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에세이 형식으로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가며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단어들의 맞춤법을 소개하고 맞는 것과 틀린 맞춤법을 알려주는 형식이다. 이렇게 에세이 형식으로 스토리가 있는 문장 속에서 맞춤법을 접하니 실제로 그 단어가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쓰임과 형태를 함께 이해할 수 있어서 무작정 단어만 외웠을 때보다 훨씬 더 잘 이해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1장 비슷해 보여도 달라요 에서는 맞히다/맞추다, 가르치다/가르키다 낫다/낳다 처럼 모양이나 소리가 비슷해서 헷갈리는 단어들을 소개한다. 특히 이 파트에서 다루는 단어들은 비슷한 모양이나 소리로 인해 서로 헷갈리기 쉽기 때문에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실제로 문장 속에서 그 단어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의미와 늬앙스 까지 함께 확인하면 두 단어의 의미와 기능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보통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단어만 외우지 말고 문장 통째로 외우는 것이 단어의 의미와 늬앙스를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마치 그런 식으로 에세이라는 형식을 적극 활용하여 그 단어가 사용되는 상황을 산정하여 설명을 해놓고 있어서 상당히 이해가 쉽게 되고, 문장처럼 외워두면 오래 기억되고, 또 바로 써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에세이라는 형식이 맞춤법을 암기하는데 매우 적합하다.


2장 이런 단어는 없어요 에서는 며칠/몇일, 오랜만/오랫만 처럼 습관처럼 틀리게 쓰고 있는 단어들을 알려준다. 인터넷에서 글을 보다보면 여기 나오는 단어들을 굉장히 많이 틀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지적할 것도 없이 개인적으로도 이 파트에 나오는 단어들을 상당수 잘못 알고 있었는데 며칠/몇일, 오랜만/오랫만 같은 것들은 비교적 최근까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그리고 사귀다/사기다 보이다/보여지다 같은 단어들은 쓸 때마다 헷갈려서 고민을 하게 되는 단어들이다. 특히 외국어 공부를 할 때 한국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수동태를 번역할 때 보이다/보여지다 잊히다/잊혀지다 같은 단어들이 굉장히 헷갈리게 되는데 책에는 이런 수동태, 이중 수동 같은 단어들의 규칙들도 여러 예를 들어가며 잘 설명해놓아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단순히 한 단어의 맞고 틀림을 설명해 놓은 것이 아니라 문법적으로 접근하면서 유사한 형태의 문법의 단어들도 응용해서 같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해놓은 것이 좋았다. 의외로 이런 헷갈리는 문법의 단어들은 응용해서 활용하기가 힘든데 비슷한 단어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해놓고 설명을 해줘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문법을 확실히 내것으로 만들기 좋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 점이 상당히 좋다. 3장 검가기가 필요 없는 띄어쓰기 에서는 맞춤법 띄어쓰기 규정과 맥락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는 단어들을 알아본다. 단어 뿐만 아니라 띄어쓰기도 엄청나게 헷갈리는데 책에 나오는 기본적인 규칙 정도만이라도 잘 알고 있으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역시 띄어쓰기에서도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이 많이 있어서 그동안 틀리게 써온 걸 생각하지 괜시리 창피해진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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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2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2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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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조차 철학이 무엇이고 철학의 쓰임, 쓸모에 대해서 물어보면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우선 저자는 철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연 철학의 쓸모는 무엇일까? 보통은 철학은 우리의 삶에 유용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서 커다란 지식과 혜안을 준다는 등 뜬구름 잡는 말만 하게 되는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철학적 지식이 없다고 해서 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아니고,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철학인문지식이 그다지 많이 쓰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그걸 모르면 왠지모를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그러한 괜한 열등감 때문에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철학의 필요를 공동체과 개인의 개임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에게는 광장과 밀실 두 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광장이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이고 밀실은 혼자 사유하고 사색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보통 가족이나 학생으로서, 직장인이나 사회인으로 광장 속에서 살아가다가 광장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번아웃이 되면 개인만의 밀실에 들어가서 치유와 회복을 하게 되는데 이때 철학은 완벽한 밀실이 되어준다고 한다. 이 때 철학이 만드는 밀실은 단순히 치유와 회복을 시켜주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메타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대상이나 어떤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나 목적이 왜 중요한지는 생각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철학이라는 밀실은 그런 것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점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은 쉽지가 않다. 애초에 철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과 답을 내어놓았을 정도로 이 질문 자체가 심히 철학적이고, 철학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찾아가는 그 자체가 철학의 원론적인 주제라는 점에서 우리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간단명료하게 정의내리기보다 여러 철학자들의 관념을 따라 공부하는 것이 철학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철학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는 철학을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새로운 개념은 느닷없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다른 철학적 개념들이 서로 접속하면서 만들어진다. 이전의 철학 개념을 이어받건, 그것을 부정하건 어떤 형태로건 이전의 철학의 개념에 기반하여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

즉, 어떤 한명의 뛰어난 철학자 가령 소크라테스건, 플라톤이건 그들의 철학적 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들의 철학만을 공부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철학사를 전부 따라가며 그 철학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이 진정으로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의 의미, 플라톤이 주장한 개념의 찐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의 전작에서는 철학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려운 철학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철학사를 공부했었다. 철학자들이 가졌던 문제의식을 시대별, 분과별로 알아보면 철학이 뭔지 알 수 있고, 서양철학사라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 수가 있게 되는데 그래서 전작에서는 시대별, 분과별로 나누어 철학이론들을 하나씩 설명해 나가며 철학의 전체 흐름을 짚어봤다.

이번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2]에서는 전작에 이어서 서양철학자 전체 지도를 마무리한다. 철하을 진선미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고, 이것을 다시 존재론, 인식론, 논리학, 과학과 수학, 언어와 구조, 윤리학, 종교철학, 정치철학, 심리학, 미학의 10개 분과로 분류하고, 다시 이것을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각 시대별 핵심 질문으로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예컨데 존재론은 고대, 중세, 근대, 현대 각 시대별로 어떻게 인식되어졌고, 어떤 질문을 통해 이것들을 탐구하였는지를 알아보는 식이다. 앞서서 철학의 사상과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철학사적 흐름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전작에서는 철학자의 문제의식과 개념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탐구했다면 여기서는 하나의 철학 개념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논하는 것이다.

철학이란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렇게 개념을 중심에 두고 연대기별로 철학사를 이해하는 것이 철학자, 사람을 중심으로 철학사를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더 철학의 개념의 흐름과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서양철학사가 머리 속에 잘 정리되는 것 같다. 각 시대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던 철학적 가치는 무엇인지, 그에 대한 철학적 해답을 제시한 철학자들도 쭉 살펴볼 수 있어서 확실히 개념 잡기에 편리하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이 던져온 핵심 질문 30개와 그 답들의 변화를 알아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특히 현대 파트에서는 지금 가장 핫한 질문들과 논쟁을 정리되어 있어서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점검해보며 조금 더 쓸모있는 철학. 철학이란 자신의 생각을 점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확실히 그런 점에서 현대 파트의 내용들은 유용하다.

각각의 내용은 3~4장을 넘지 않게 간략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간략하고 쉬운 설명이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인데 책은 설명이 굉장히 쉽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예시를 들고 설명을 하고 있다. 철학이 어려운 이유는 역사가 오래되서 내용이 방대하고, 철학사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힘들고, 용어들이 생소하다는 등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내용 자체가 어렵고 설명이 난해해서 내용을 들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려운 내용을 우리들에게 익숙한 현대적 상황이나 아이템, 캐릭터를 가져와서 쉽게 풀어서 해석을 하고 있어서 개념을 잡기도 쉽고, 이해하기에도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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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2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2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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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철학 개념과 사상을 시대별로 나누어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며 철학의 변천과 사상의 변화를 한눈에 배울 수 있어서 서양철학사의 틀을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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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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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레오네는 총 6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저자는 무명인 3부작이라 칭했지만 통상적으로는 무법자 3부작 또는 달러 3부작이라 불리는 스파게티 웨스턴 시리즈와 ONCE UPON A TIME 3부작이 그것이다. 레오네 감독은 소위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린 하나의 장르를 구축했는데 스파게티 웨스턴은 정통 서부극의 장르 비틀기를 통해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을 비판하고 미국식 정의와 영웅주의를 까발린 일련의 서부극을 말한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만든 서부극은 겨우 5편뿐이고 그 중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에 해당하는 작품은 3편에 불과하지만 장르적 특징을 만들었고, 워낙 이들 영화 자체의 작품성과 임팩트가 강하다보니 세르지오 레오네는 스페게티 웨스턴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레오네는 무숙자라는 서부 영화의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했는데 이로써 6연발의 리볼버가 꽉 차게되는 셈이다. 이후 유사한 소위 수정주의 웨스턴이 쏟아졌지만 레오네 감독의 영화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없었기 때문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이름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이기도 하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시리즈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앤리오 모리코네의 이름을 빼고서는 말할 수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무법자 3부작에 출연했고, 모리코네는 레오네 감독 6편의 영화음악을 모두 담당했는데 워낙에 영화적으로 궁합이 잘 맞다보니 흔히 이 세 사람을 3총사처럼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스트우드는 레오네나 모리코네와는 결이 상당히 다르다. 일단 이스트우드 옹은 잘 알려진대로 대놓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우파이고(지금은 진보 쪽으로 돌아선 희귀한 케이스다) 레오네와 모레코네는 좌파이다. 기본적으로 레오네 영화에서의 정의란 사회주의적 정의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런 좌빨 영화에 공화당원인 이스트우드가 출연했다는 것도 재미있다. 좌빨이라는 말이 거슬리겠지만 레오네는 마르크스나 바쿠닌을 자주 인용하는 사회주의자 혹은 아나키스트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쨌건 이스트우드와는 정반대 급부에 있는 사람인것만은 분명하다.


레오네 감독이 사회주의자이고 그의 정의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점이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존 웨인(그리고 존 포드)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정통 서부극은 전형적인 백인 우월주의, 미국 제일주의, 자본주의식 정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애초에 존 웨인부터 골수 공화당원이고 그는 백인 지상주의를 믿고, 흑인이 노예였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수꼴 존 웨인이 만든 서부극이라니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다. 서부극은 역사가 짧은 미국에 있어서는 국가 탄생설화와 같은 것이다. 존 웨인식 영웅 서사는 하나같이 정의를 수호하는 백인 보안관이 야만으로 상징되는 악당인 인디언을 죽이는 백인을 미화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인종차별적인 영웅주의를 사회주의자인 레오네가 비틀고 비판하며 스파게티 웨스턴을 만든 것이다


무법자 3부작 중 제일 처음 나온 황야의 무법자에서 이스트우드는 이름이 없는 노바디로 나온다. 이 무명의 노바디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에서는 그것이 황야의 무법자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오디세이에서 어떤 점을 따왔는지는 설명이 없이 그저 오디세이에 나온다고만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 노바디는 무감각하고 무관심, 나태함을 동반한 과소주의적 비쥬얼을 보인다. 이름 없는 남자는 실존적 이방인으로 사회 집단에 통합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한 곳에 머물거나 공동체의 일원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도 마을의 두 세력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을 돈 몇 푼에 팔아넘기는 게임을 한다. 이는 사회적, 경제적, 이념적인 당파에 반대하는 개인적인 반항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노바디는 기독교적 이미지 안에 있어서 영화 곳곳에서 종교적으로 해석될만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사실 이 영화와 관련해서 영화 평도 많이 봐왔는데 노바디를 종교적으로 해석한 것은 처음이라 신선하다.


속편인 석양의 무법자는 무법자 3부작 중 상대적으로 평이 나쁜데 반대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일 것이다. 이 영화 놈놈놈에선 곳곳에 전쟁과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세 명이 찾고 있는 보물은 애초에 남군의 군자금이고, 보물을 찾기 위해 전쟁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그 속에서 의미없이 죽어가는 군사들 대신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맡기도 한다. 세 명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군대의 의도치 않은 개입이나 전쟁에 의해 계속 상황이 바뀐다. 이들은 남북전쟁의 전장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지만 정작 이들에게 전쟁은 배경이 되어줄 뿐이고 세 사람에게는 완전히 남의 전쟁이다. 이들은 전쟁터를 누비면서도 전쟁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그들 뒤로 의미 없이 싸우며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여주며 병사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죽어가는지를 묻는다.


레오네는 놈놈놈으로 달러 3부작을 마무리하고 뒤이어 옛날 옛적 3부작 시리즈를 시작한다. 옛날 옛적 시리즈에서 레오네는 폭력을 은유로 사용하여 정치와 비즈니스 세계 및 폭력 자체를 묘사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화처럼 만들어버렸다. 제목이 옛날 옛적인 것에서도 우화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옛날 옛적 시리즈 중 첫 번째 옛날 옛적 서부는 자본주의에 의해 저물어가는 서부를 그린다. 이 영화의 배경은 변경지대에 대륙 간 횡단철도가 놓이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데 보통 서부영화에서 철도는 신생 국가 미국의 상징이자 이민자와 남북군의 갈등을 봉합하는 숭고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철도가 자본가들이 탄생하고 무법자로 대변되는 서부 시대가 끝날 것임을 암시한다. 기존의 철도의 이미지와는 정 반대로 쓰이는 것이다.


옛날 옛적의 두 번째 영화 옛날 옛적 혁명은 레오네 영화 중 가장 덜 알려졌거나 인기가 적은 작품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 영화가 그다지 많이 언급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이스트우드나 찰스 브론슨, 헨리 폰다 같은 인기 배우가 나오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고, 영화의 배경 자체가 멕시코 혁명이라는 우리에겐 생소한 외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 탓도 있을 것이다. 영화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은 무지한 원주민 무법자로 이는 앞선 영화들과 통한다. 또 한 명은 아일랜드 혁명가인데 이 사람을 통해 아일랜드 혁명과 멕시코 혁명을 연결한다. 즉,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멕시코 혁명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혁명까지 알아야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영화를 봤을 때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른채 봐서 영화의 내용이나 레오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하면 그저 반영웅주의, 악당 같은 안티 히어로, 도덕적 정의가 아닌 돈의 정의에 따라 움직이는 쾌남. 이런 이미지들만이 떠오르고 액션장면이 간지나는 그런 영화로만 기억되는데 레오네의 영화에는 훨씬 깊은 함의가 숨어 있었다. 미국식 서부 개척사를 부정하고 백인 우월주의와 영웅주의를 전복한 영화라는 정도는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책 속에서는 신화적 해석 같은 좀 더 깊이 있고 색다른 분석이 담겨 있어서 레오네 감독과 그의 영화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참고가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레오네 감독의 영화를 다시 한번 본다면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많은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 같다. 레오네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고전 영화 팬에게 추천할만한 레오네 평전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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