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 인생은 왜 동화처럼 될 수 없을까? 문득 든 기묘하고 우아한 어떤 생각들
김한승 지음, 김지현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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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잠못드는 밤이 있다. 외로움에 가슴이 아리는 밤, 세상에서 철저히 외톨이가 된 밤, 사랑에 아파 눈물짓는 밤, 사무치는 그리움에 잠들지 못하는 밤, 일상에 지쳐 무너지는 밤. 그런 밤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밤이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철학자처럼 생각이 깊어지고 자신만의 생각의 궁전으로 들어가 사색의 시간에 잠긴다. 일상에 작은 틈을 내는 기묘하고 우아한 생각들은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철학자인 아빠와 삽화가인 딸의 대화이다. 철학자의 머리 속은 잘 정리된 철학의 공간과 정리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채 제멋대로 자란 상상이 뒤엉킨 정글이 공존하고 있다. 아빠는 딸과 이야기를 하면서 정글 속을 헤쳐나갔고, 막혔던 시야가 트이며 무지개를 보기도 하고, 하늘위 달을 보기도 했다. 정글에 밤이 찾아오면 온갖 상상으로 가득찬 정글은 낯설면서도 아늑한 공간이 된다. 정리되지 않은 철학의 공간에서의 철학은 그런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밤이 깊은 정글에 오면 철학자가 된다고 한다.


논리와 철학적 사고의 경계 밖에 있는 뒤엉켜있는 상상과 잡다한 생각들을 건져올려 철학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여 나열한 것이 이 책이다. 그래서 책의 철학적 주제들은 정.말.로. 철학자들이 진리를 추구하고, 존재와 인간의 본질을 찾는 그런 커다란 의미가 담긴 내용이 아니라 사소하고, 잡다하며, 뒤죽박죽 뒤섞인 기묘하고,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하고 그런 비논리적인 생각에서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결말을 찾아낸다. 마치 정글 속에서 길을 찾아내듯이 말이다.

원숭이는 소망한다,
소망을 소망하기를

원숭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길 소망했고, 그래서 전문가 양성 학교에 들어가길 소망했다. 전문가 양성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입학시험에 합격하길 소망했고,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싶어하는 원숭이가 많아지자, 그들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전문가 양성 학교를 졸업한 원숭이는 합격을 도와주는 전문가 양성 교육 전문가가 된다. 전문가 양성 학교가 있지만 전문가는 없는 상태. 이건 지금 우리 사회와 비슷해보인다. 사람들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길 소망해서, 좋은 학교에 입학하려 하고, 좋은 학교에 입학하길 소망해서 좋은 학원에 간다. 학교에 가서 원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소망이 아니라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스펙으로서 좋은 학교에 가길 소망하는 것이다. 큰 욕망을 위해 작은 욕망을 쌓아가는 것. 라깡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했다. 원숭이들이 서로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움직이듯 움직인다. 그들은 서로의 욕망을 욕망하고, 소망을 소망한다.

모든 사람들이 갖는 욕망이
꼭 나의 욕망일 필요는 없다


전문가 양성 학교를 졸업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의 욕망을 욕망하지 않았다면 전문가 양성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자기가 처음에 욕망했던 전문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타인의 욕망으로 인해 자신이 욕망이 사라지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갖는 욕망이 꼭 나의 욕망일 필요는 없다. 난 나의 욕망을 욕망하면 된다.


체 게바라 사과와
히틀러 파인애플

여기서는 과일의 껍질 두께를 정치 성향으로 치환한 식물정치학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혹시나 정말로 그런 것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역시 상상의 이야기였다. 얘기는 이렇다. 좌파 과일들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냥 먹혀버리는 전략을 선택한다. 우파 과일들은 자기 바어를 열심히 해서 더 많은 개체가 살아남는 전략을 취한다. 이 열매관에 따르면 딸기는 극좌이고, 블랙베리와 라즈베리도
극우 좌파에 속한다. 포도는 중도 좌파이고, 반대의 극우에는 두리안과 파인애플, 수박이 위치한다. 그리고 코코넛은 우파의 왕이라고 부른다. 바나나는 중도의 입장이다. 어떤 육종학 교수는 좌파 계열 식물에 단단한 껍데기를 입히거나 우파 계열의 식물에서 껍질을 없애는 등 좌파와 우파의 경게를 허무는 과일을 만들어 내었고, 이를 통해 자파와 우파한 인간이 만들어낸 기준에 불과했고, 그 기준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든 이분법은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과일은 껍질 두께만 다른게 아니라 색깔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하다. 그중 껍질 두께로만 줄을 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임의로 만들어낸 기준일 뿐이고, 그것으로 과일의 정치적 성향을 측정할 수는 없다. 모든 이분법은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회색지대도 정치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다. 결국 좌파 우파 중도 모든건 필요에 의해 구분되고 만들어 지는 것이지 본질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 자본주의


단식없이 다이어트를 시켜주는 농장은 일을 하는데 꼭 필요한만큼의 음식만 준다. 많이 먹고 운동으로 먹은만큼의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말하며, 필요 이상으로 먹지 않으면 굳이 운동을 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꼭 일을 할 정도의 칼로리만 먹으면 더 이상 체중은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다음날 할 일의 계획을 짜서 그 일에 필요한 칼로리 만큼만 먹을 수 있고 운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운동을 하지 않고, 먹으면서 살을 뺀다는 합리적인 미친소리다. 그렇게 하면 살은 빠지지만 먹는 즐거움이라는 욕구를 버릴수는 없었기에 치킨이며 맥주 등의 음식을 먹기 위해 그만큼의 많은 일을 해야 했고, 고강도의 일을 하기 위해 농장의 일을 해야만 했다. 농장은 무료로 노동력을 제공받아 돈을 벌었고, 그는 농장일을 해주고 치맥을 얻을 수 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살을 빼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진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일을 한만큼 보수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개인의 노력으로 회사는 운영된다. 내가 회사에 나가 일을 하는 것이, 일을 하기 위해서인지, 돈을 벌기 위해서인지, 그곳을 운영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주객이 전도되고, 의미와 목적을 잃게 되는 일이 많다. 원래의 의미와 목적을 잃고 무엇을 위해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잊어버리면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굉장히 독특한 철학책이다. 기발하거나, 엉뚱하거나, 황당한 이야기를 상상하고 거기에서 현실반영의 철학적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렇다고 정확하게 현실적인 메타포로서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자기가 말하고 싶은 철학적 결론을 정해놓고 그런 결론을 도출하도록 이야기를 끼워맞춰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그 상상 자체도 굉장히 재미있고, 은근슬쩍 엿보이는 소소한 철학적 이야기와 결론도 잘 어울린다.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신개념 철학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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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리더들이 논리학을 배우는 이유 - 리더들의 성공비결 논리학을 주목하라!
치루루 지음, 권소현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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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에서 논리교육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논리야 놀자'라는 시리즈가 어마어마하게 팔렸고, 모든 책에 '논리'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나왔었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논리에 관심을 보였던 것일까.  논리학은 사유의 규칙에 대한 연구이다. 모든 사유에는 내용과 형식이 포함되고, 사유의 내용이란 사유가 반영되는 대상과 속성을 말한다. 논리학은 전통, 현대, 변증, 연역, 귀납, 유추비교, 고전, 비고전 등 그 체계가 매우 방대하고 복잡한데 이것은 논리학이 오래 전 탄생하여 오랜시간이 흐를수록 폭넓게 활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논리학은 고대 그리스 형식논리, 중국 선진시대 명변논리, 고대인도의 인명논리라는 3대 기원이 있다.


논리학은 기초적인 학문으로 논리학 기본 이론을 연구할 때 학문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우너칙과 방법을 중시한다. 또 도구적인 학문으로 기초학문을 포함한 모든 학문에 분석, 비판, 추리, 논증을 위한 도구를 제시힌다. 우리는 논리학을 통해 대상이 지니고 있는 논리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익힐 수가 있다. 이를 비판적 사고라고 하는데, 논리학을 공부함으로서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선택하는 방법, 올바른 결정을 하는 방법, 이성적으로 생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 책에는 논리학의 기초 원리, 논리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논잰을 위한 지침, 사유논리의 초석을 다지는 법, 논리의 기현상, 비논리적 사유의 근원, 논리학에서의 또 다른 체계, 수와 양의 논리, 논리의 특이한 역설, 언어와 대인관계 소통, 논리의 생장과 변동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젊은 변호사인 '클레어'라고 하는 극중 인물이 자신의 변호실력에 부족함을 느끼고 논리학 수업을 받으러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 논리학 수업은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오컴 등의 15명의 명사가 실제로 등장하여 클레어에게 수업을 한다는 재미있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독자들은 클레어에 이입하여 15인의 논리학자에게 실용성 위주의 논리적 상식 해설, 논리학 지식 설명, 재미있는 논리적 현상 제시, 복잡하고 어려운 논리학 용어의 단순화, 쉽게 다가가는 논리적 이론 설명 등을 배울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논리에 관심을 가져라, 인생에 더 관심을 가져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우수함이란 일종의 습관이라고 한다. 가치 있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논리학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결국 인생이라는 것은 논리적 사유를 통해 끊임없이 선택하고 결과는 낳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때에 따라선 지름길을 선택하기도 하는 사람과 한발한발 원래 있던 길을 밟아가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의미가 있는 인생을 살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논리학을 알고 있는 사람은 확률이 높은 길을 선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확실한 길을 가더라도 그 경험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한 사람이 특정 시기, 특정 공간에서 자신의 실제 상황에 따라 한 선택의 결과이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어떠한 일에 직면한 시기, 장소, 인물이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해야지 경험을 복제하면 안된다. 경험이 아닌 본질을 복제하여 사물의 본질을 인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프랜시스 베이컨
언변, 논리적 사고의 단련부터


베이컨은 뛰어난 말솜씨를 갖는 것은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논리적 사고 능력이 강하면 이야기의 구조를 세우고 앞뒤 말이 맞지 않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해서 언어 표현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리고 논리적 사고력을 어떻게 단련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며 흥미와 취미를 계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 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유창하게 표현한다. 논리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적어볼 것을 조언한다. 글을 쓰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고,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더욱 명확해지고 더 잘 생각하는데 도움을 준다.

데이비드 흄
회색 지대와 인위적 회색 지대


회색 지대란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중간지대나 임계지대를 말하며 현대 사회로 올수록 회색 지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으로 회색 지대가 나타나는 원인은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맞거나 틀린 것이 없기 때문이다. 흑과 백은 극단적인 표현이고 현실 세계에서의 많은 일은 극단적으로 나눌수가 없다. 과거에는 회색 지대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지만 요즘엔 많은 경우에 중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회색 지대는 대부분이 인위적이다. 인위적인 회색 지대가 나타나는 것은 회색 지대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은 매우 명확하므로 회색 지대에 빠지면 안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책임이 커질수록 자주 회색 지대를 마주하게 된다. 흄은 회색 지대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미워하는 것을 멈추라고 말한다. 회색 지대에 빠졌을 때 미운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밝고 긍정적으로 앞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중간지대에서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흑과 백의 어느 한쪽으로 진행하게 된다는 의미 같다. 스타워즈의 스카이워크가 마음 속의 분노에 빠져 다크 사이드를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논리학은 어떠한 사건의 빈틈을 토론하고, 사실의 배후에 있는 논리를 연구하는 것이다. 논리학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논리학은 똑똑한 사람들의 선택이고 리더들의 무기이다. 무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대응할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리더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논리학자처럼 사고하고, 논리학자의 사유 방식을 통해 문제를 고민하고, 논리학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심오한 이론이나 복잡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책은 논리학의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실천적이고 활용가능한 논리학적 사고를 가지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고 있어서 어려운 이론에 막혀 논리학을 포기하지 않고 논리적 선택 방법, 논리적 결정 방법, 이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배울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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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의 사회학 - 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
필 바커 지음, 장영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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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성인지감수성이 큰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가부장적 남성중심사회에 대항한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성평등과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그와 함께 '남자다움' '여자다움'이라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역할론 그리고 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에서는 남자다움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과도 맥을 함께 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성역할론을 교육시킨다. 부모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성 차이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적용하여 사내아이와, 여자아이를 다르게 취급한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장난감부터 유아용품까지 파랑과 핑크로 남아용 여아용으로 구분해놓고, 성별에 해당하는 색상의 물건들만 아이 손에 쥐어준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들에게 이런 남자, 이런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그런 아이가 되도록 훈육한다. 사내아이는 여자아이보다 안아주는 빈도가 더 낮고, 보챌 때 달래는 시간도 짧다. 문제나 퍼즐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적게 받는다. 아이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부모가 어릴 때부터 '남자는/여자는 이래야 해'라며 남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세지를 주입한다. 부모에게서 받게 되는 이런 메세지는 아이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남아들은 어릴 때부터 파란색의 경계 안에 놓이게 되고, 남자는 울면 안된다거나 그런 행동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식의 어른들과 TV등의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남자다움이라는 이미지에 전도된다. 그리고 그런 강요된 영향력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또래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집단의식에 빠지게 되어 더욱 성역할, 성고정관념이 고착화된다. 조금이라도 다른 성향을 보이면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받기 때문에 부모에게서 배운대로의 정해진 성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고정된 성인식이 점점 강해진다.


남성들은 사회적인 통념으로 쌓여진 남성성을 어릴적부터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기인한 '진정한 남자'의 이미지 틀을 형성했다. 키가 크고, 강하고, 근육질이고, 이성애자이고, 지배적이고 따위의 현재의 대다수의 남성들이 원하는 진정한 남자에게 필요한 특질의 목록을 완성하고, 상자 안에 있는 항목에 속하지 않는 남자를 게이, 동성애자, 겁쟁이, 루저와 같은 혐오와 차별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남성의 집합적 사회화인 맨박스에 갖히게 되는 것이다. 맨박스의 특징은 반드시 상자 안에 있거나,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구에 한 발만 걸치고 있을 수는 없다. 맨박스는 완벽한 실천과 함께 남들에게 계집애 같은 남자라며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를 하도록 요구한다.


맨박스는 전세계 공통으로 분명하고 일관된 남성성을 정의하는 행동과 특질의 목록을 보여주는 수단이다. 맨박스는 남성들이 스스로 남성성의 경계를 그리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성들을 얽매고 옭죄는 올가미이기도 하다. 맨박스의 기묘한 점은 우리가 그 상자 안에서 겪는 고통과 외로움, 절망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그 상자 안으로 들어가거나 그 안에 남아 있으려 한다는 점이다. 맨박스 안에 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남성다움을 실천해야 하는데 저자는 맨박스 안에 머물기 위한 이런 필사저인 행동에 '남자다움을 연기'하려는 경험이나 상처를 주고, 폭력적이거나, 그보다 더 나쁜 행동을 스스로도 알면서도 저지르는 경험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저자는 청년의 삶을 정의하는 맨박스로부터 압력을 받은 직접적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남성권리운동이라고 주장한다. 극단적인 형태의 남성권리운동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백인우월주의자, 극우혐오주의자, 신나치 집단과 연결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중 가장 한심한 부류는 일명 '비자발적 순결주의자'인 '인셀'이다. 영화 조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인셀은 실제 미국에서 총기난사로 살인을 저지른 일도 있었다. 인셀이 등장한 것은 결국 여자를 만나 섹스를 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맨박스에 들어갈만한 남자다움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남성들이 남자답기 위해 여성을 타자화하는 방법으로 잘못 교육받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회적 통념으로서의 맨박스가 남자를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인셀을 비롯한 많은 극단적 남성권리운동가들이 이런 문제를 맨박스의 폐해가 아닌 페미니즘을 탓하고 여성의 잘못으로 돌려 여성혐오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보적이고 페미니즘을 지원하는 남성을 혐오하고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페미니스트를 혐오하고 공격하면서 스스로는 남자다움을 선동한다. 남성의 인권을 신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결국 가부장적 남성우월의식에 기인한 남성중심주의 사회로의 귀환을 뜻한다. 맨박스가 자신을들 외롭게 만드는데 그 박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저자는 성역할은 사회가 주입한 남자다움을 '일그러진 자화상'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가정폭력, 자살, 성폭력, 여성혐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뿌리 깊은 권원이 '진정한 남자'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남자다움'에서 비롯된 것이란 뜻이다. 저자는 '남자다움'에 관한 전통적인 관념이 우리 자신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해친다고 확신하며 이 같은 관념에서 벗어나 '남자다움'이라는 것의 정의를 다시 세우자고 한다. 저자는 미래에는 남자다움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와 같이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비를 버는 일이 남자의 도전 과제가 아닐 것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조성, 독창성, 비판적 통찰력, 공감, 예지력 등은 맨박스에 속하지 않는 특질들이다.


남자들이 미래에 대처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상과 기쁨, 의미를 찾기 위해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기술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 우리는 행동을 지배하는 사회적 규범에서 해방되어 더 이상 '남자다움'을 가장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래의 기술이 우리에게 창조적이고 개방적이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맨박스를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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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유혹 - 유혹하는 언어는 설렘과 떨림과 끌림이 있다
도명수 지음 / 렛츠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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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이다
자신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


언어의 유혹. 유혹하는 언어라고 하길래 상대를 유혹하고 마음을 끄는 언어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상대를 설레게 하고, 떨림을 주고, 유혹하는 언어들. 그런 언어들을 써놓은 책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읽어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었어요. 저자는 책에서 유혹하는 언어는 누구에게나 있고, 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기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하는데 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며 영혼을 끌리게 하는 언어가 바로 유혹하는 언어라는 것이죠. 그러니 유혹한다는 건 상대를 유혹하고 마음을 훔치는 언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유혹하는, 내 마음을 이끄는 언어를 말하는 것이었어요.


책 속의 글은 저자의 생각을 담은 언어에서 출발합니다. 책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이유는 저자의 생각이 담긴 지식 뿐만 아니라 저자의 언어 선택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지식과 함께 저자가 선택한 유혹의 언어로 독자의 마음을 끌어들임으로써 책을 읽는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발상이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 뿐만 아니라 메신저의 태도 그 자체가 메세지라는 의미와 같은 맥락인 것입니다.


저자는 가장 먼저 3000페이지가 넘는 국어사전의 16만 개의 언어 중에서 7,648개의 유혹하는 언어를 추려내어 '행복어사전'으로 편찬하였습니다. 소수의 지도자가 많은 사람을 이끌듯이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이 유혹의 언어들이 다른 언어 전체를 이끌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행복어사전을 편찬하면서 인간과 언어관계의 세 가지 특성을 발견합니다. 첫째 언어는 인지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인지할 수 없는 언어는 아무리 유혹적이라도 곧 사라져버립니다. 둘째, 언어는 늘 소지할 때 탁원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주변에 머물며 감정과 정서를 느낄 때 빛을 발휘합니다. 셋째, 언어는 개성이 있어서 언어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유혹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저자는 자신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 이러한 ‘유혹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자신이 직접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낸 말들을 엮은 결과물들을 내놓습니다. 저자가 만든 결과물인 언어 5단계는 ‘행복어사전’ ‘한글삼천리’ ‘한글천어문’ ‘365행복수첩’ ‘핵심열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어의 유혹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행복어사전은 사전에서 찾은 유혹하는 언어 7,648개로 편찬한 저자만의 사전입니다. 이중 인지 가능한 언어 3,000개를 찾아 제작한 것이 한글삼천리입니다. 실제 유혹하는 언어는 3000개의 언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한글천어문은 한자의 천자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으로 1,000개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65행복수첩은 언어 5단계의 핵심으로 오늘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유혹의 언어로 채워진 오늘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5단계는 핵심열어로, 가장 자신을 이끌어줄 언어입니다. 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단계를 더해 갈수록 유혹의 정도는 더해갑니다.


저자는 언어 5단계를 통해 인지할 수 있고 소지 가능하며 유혹의 정도가 높은 365행복수첩과 핵심열어를 소지함으로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행복수첩은 인생에 비유하여 유혹의 언어를 배치합니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메세지가 담기고, 어떤 난국도 극복 가능하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365개의 단어들을 인생의 초년, 중년, 장년, 말년에 대입하여 유혹의 언어를 할당하고, 하루하루를 채운 유혹의 언어는 운세를 개척하는 선도자로서 생애 전체를 아우를 수가 있습니다. 저자의 핵심열어는 '가족, 감사, 사랑, 스승, 열정, 자유, 책, 친구, 행복, 희망'입니다. 핵심열어 10개와 365행복수첩 속 오늘의 언어는 자신을 지키는 파수꾼이 됩니다. 이 언어들은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어제를 검색하고, 오늘을 사색하며, 내일을 탐색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태어난 의미를 깨닫고 삶의 목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도 자신만의 유혹의 언어를 찾아서 365행복수첩과 핵심열어를 만든다면, 삶의 목적과 의미를 깨닫고, 하루를 유혹의 언어로 채워서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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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운 나에게
김연희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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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흔들리는 감정에 힘들어하는 날이 많이 생깁니다. 흔히 걱정 없어 보이는 돈 많고, 인기 많은 연예인들 조차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마음의 짐이나 고민은 누구나 한두개씩은 가지고 있죠. TV에서 우울증이나 조울증으로 인한 범죄 소식을 듣는 것도 더이상 드문일이 아니구요. 살기 힘든 사회가 되어가면서 감정에 흔들리고 마음이 시끄러운 날은 많아져만 가지만 그런 마음을 어떡해야 할지 몰라서 그대로 방치하거나 모른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혹은 그런 감정들이 잘못된 것이거나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혼란한 마음이 된 자신을 미워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나도 내 마음을 알지 못했고 생각을 해본적도 사실 없어요. 불안하고 네거티브한 감정들이 생겨날 때마다 그걸 없애고 분출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도대체 감정들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나의 내면 속 감정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건지에 대해선 도무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나의 감정이지만 정작 내 감정에 귀를 기울인 적은 없었던 것이죠. 그저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때문에 힘들어하고, 자신을 괴롭히기만 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감정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내 감정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사람들은 항상 감정을 다스리고 통제하려고만 합니다. 감정적인 사람보다 이성적인 사람이 더 우월하다는 인상도 있고, 감정적이란 말이 동물적이라는 뜻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감정을 이성의 대극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감정을 이성으로 통제하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감정이 섞이는 데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그걸 감정이라고 부르지도 않겠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감정에 휘둘리고, 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워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감정을 다스리고 통제하려고 하지만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감정은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통제가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볼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감정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나면 본격적으로 감정의 여러 부정적인 단면들을 심층적으로 고찰합니다. 슬픔과 분노, 불안, 질투와 시기, 열등감 그리고 외로움까지.. 한번쯤 나를 힘들게 했던 많은 부정적 감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 각각의 감정들의 의미와 감정이 외치는 마음의 소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 감정들의 근원과 원인을 알아본 후 그 감정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감정의 대면법에 대해 자세히 기술해 놓았어요. 여기서는 '감정소화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던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를 통해 건강한 마음 정신을 챙기는 방법을 제시해 놓았습니다. [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운 나에게]을 통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힘을 탄탄하게 만들어 감정 때문에 힘든 시간을 줄여나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슬픔, 삶의 깊이를 헤아리고 어른이 되는 과정"

 

슬픔은 삶의 깊이를 헤아리고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하는 인식의 발상이 좋았습니다. 슬픔에 빠져있는 것을 감정의 낭비나 인생에 불필요한 과정쯤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슬픔을 통해 삶을 알고 성숙하게 된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외로움, 누군가와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
외로움에 스스로 갇히다
밀어내는 걸까, 멀어지는 걸까?"

 

 "사랑에 능숙한 나이란 없다"


외로움은 누군가와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이란 말이 너무 공감이 가더라구요. 사람에 상처받고 사람에게 실망하면서 점점 주위에 벾을 쌓고 사람들을 단절하여 스스로 외로움에 갇히는 때도 많이 있거든요. 사람을 밀어내면서 스스로 만든 외로움에 갇혀 살다보면 끝없는 고독감에 빠져 힘들어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입버릇처럼 외롭다는 말을 되뇌이게 되는데 그 말속엔 누군가와 함께 친밀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공감이 가는 말들입니다. 사랑이 고파요. 사랑은 참 힘든 일인 것 같네요. 사랑에 능숙한 나이란 없다는 말.. 공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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