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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내일도 귀여울 거니까 - 뾰롱 에세이
김진솔 지음 / Storehouse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귀염뽀짝한 그림과 감동이 있는 인스타 문구 같은 것을 조합해놓은 요즘 굉.장.히. 유행하는 힐링북이다. 사실 이런 책은 큰 교훈이나 대단한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뭔가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의미를 가지지도 않는다. 그냥 귀여운 그림과 함께 잔잔하게 흘러가는 문구들이 전부다. 그런데 그런 것을 아무 생각없이 쭉 보고 있자면 안심이 되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치 별거 없지만 푸른 산을 보면 머리 속이 맑아지고, 가슴이 고요해지듯이 이 책도 고요하고 조용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책의 표지는 노란 뼝아리의 얼굴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는 어릴 적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500원과 맞바꾼 순수한 감정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병아리는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지도 않고, 고양이처럼 도도한 매력을 뽐내지도 않는다. 그냥 삐약삐약거리면서 방을 돌아다닐 뿐이다. 사람에게 안기지도 않고, 애교를 부리지도 않고, 고양이처럼 밀땅을 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정말 심심한 애완동물이지만 샛노랗고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고, 헤벌쭉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병아리를 보고 있는 시간은 하염없이 행복해진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때론 조용히 흐르는 물처럼 잔잔히 책장을 넘기고, 고요한 물 위에 작은 파장이 일듯 가슴에 작고도 은은한 감동이 번진다. 가끔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듯 작은 웃음으로 책을 잡은 손이 흔들리기도 한다. 극적인 과장도 없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클라이막스도 없으며, 미친듯이 웃기거나, 진한 여운과 격한 감동을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감정의 과잉은 절제되고 세상사에 지쳤을 마음을 고요하게 덮어주는 듯 하다. 폭소가 아닌 작은 미소 하나, 심금을 울리는 진한 감동이 아닌 조용히 오래 남는 작은 여운을 선사해준다.

가끔.... 스스로 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지
그리고 별 것 아닌 멘트 하나에 혼자 괜히 심각해져서 오랜시간을 그 의미를 곱씹어보게 되고 그 문장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게 되는 일도 있다. 「가끔.... 스스로 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지」 첫장에 나오는 이 말은 오랫동안 머리 속을 맴돌았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스스로를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가두어두고 힘들게 하는 경우 말이다. 과거의 후회나 자책, 자괴감,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마치 테마감옥처럼 자신을 가두는 감옥의 종류도 다양하다. 다른 사람의 중범죄에 대해서는 너무나 너그러우면서 자신의 경범죄에는 가혹하리만치 처벌을 한다. 스스로를 독방에 가두고 외로움에 떨게 만든다. 영화 빠삐용에서 빠삐용은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두운 독방에 홀로 갇히자 나중에는 빛을 두려워하게 된다. 자신을 외로움의 감옥에 가두고 힘들게 한 사람은 어둠의 그림자 때문에 희망을 보지 못하게 되는 일이 많다. 난 뭐가 그렇게 불안하고 뭐가 그렇게 우울하고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스스로를 가두려 했던 것일까? 첫장부터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버림받는 건 익숙해지지 않네
비라도 그쳤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심지어 버림받는 것은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된다. 버림받았는데 비까지 오다니.. 나쁜 일은 꼭 한꺼번에 찾아오는 법이라 살다보면 이런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이런 일을 당하면 보통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마련이다. 너무 큰 슬픔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내가 그 비를 맞으며 울고 있는 동안 내가 우산을 씌워주던 꽃은 나 때문에 버림받게 된다. 내가 버림받고 힘들어하는 동안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내가 버림받은 슬픔에 빠져 내가 버려두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눈물을 닦고 살펴보아야 한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어디로... 가야 하지?
어른이 된 토끼는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이별한 사람들이 길에서 택시를 보면 꼭 부른다는 이별택시. 근데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이 부분은 이별을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계속 읊조리게 된다. 살다보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날이 너무 많이 생긴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 그리고 뒤이어 결정장애도 함께 주었다. 앞으로의 진로, 하고 싶은 일, 내 인생이 목적, 삶의 이유. 어른이 되면 정확하게 답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어간다. 예전엔 그걸 이룰 수 있건 그렇지 않건 적어도 '꿈'이란 것이 있었다. 구체적이진 않아도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머리속으로 떠올릴 수 있었지만 현실에 물들어갈수록 꿈은 점점 사라져만 간다. 뭘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조차 잊고 살게 된다. 때론 산토끼가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일도 많이 있다. 꿈과 길을 잃어버린 채 집에 널부러진 산토끼는 어디로... 가야 하지?

이게 뭐지?
뭐라고 쓰여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하나도 모르겠어
예전엔 미니홈피에서 도토리를 교환했었고, 버디버디로 미지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러브스쿨에서는 그리운 옛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땐 최첨단 디지털 문화를 누렸고 나름 잘 나갔다. 나름대로 콤퓨타도 잘 다루고 시대에 뒤처지는 올드보이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자고 일어났더니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유튜브, 틱톡. 어디서 이상한걸 만들어서 지들끼리 돌려쓰더니 그걸 모른다고 꼰대라고 말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라떼는 말이야! 솔직히 SNS는 사용을 하지 않다보니 가끔 글이라도 하나 올리려고 하면 굉장히 버벅거린다. 게시글의 주소 하나 복사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게 뭐지? 뭐라고 쓰여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이렇게 되어버렸다.
솔직히 그냥 귀여운 그림만 그려져 있는 평범하고 흔한 힐링북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꽤나 재미도 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좋고, 재미있는 부장님 개그에, 은근 중독성 있는 그림까지 재미도 있고, 공감되는 내용도 많이 있고, 웃으며 읽게 된다. 그리고 생각이 깊어지는 내용까지 있어서 힘들고 마음이 어수선할 때, 마음 속을 정화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