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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원으로 배우는 일본어 단어 2 - JLPT N2-N1 ㅣ 우리말 어원으로 배우는 일본어 단어 2
한창화 지음 / 북플레이트 / 2025년 9월
평점 :


한국어와 일본어는 모두 한자를 바탕으로 만든 한자권 언어로, 발음, 단어 구성, 어휘 구조, 복합어 형성 등 유사한 점이 많다. 이런 유사성 때문에 처음 일본어를 배울 때는 비교적 쉽게 느껴진다. 물론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다른 점들이 막 튀어나오면서 급격히 어려워지지만 처음에는 이러한 공통점이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것은 분명하다. 대부분은 이렇게 같은 한자어를 기반으로 해서 유사하다고만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단순히 한자어의 영향이 아니라 야요이 시대부터 고분 시대에 걸쳐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사용하던 말이 일본어의 뿌리가 되었고, 그 결과 두 언어 사이의 깊은 유사성이 생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단, 한국어는 발음수가 일본어보다 많다보니 발음수가 적은 일본어로 우리말을 다 표기하지 못하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변형이 일어났는데 여기 착안해서 그 규칙을 활용하여 우리말 어원을 기초로 공부하면 억지로 암기하지 않아도 일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취지다.
책은 총 두 권인데 1권은 N5~N3 단어를 다루고 2권은 N2와 N1 수준의 어휘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볼 것은 2권 N2/N1의 1142개 단어다. 책의 일본어 단어는 한자를 기준으로 훈독 단어로 정리되어 있다. N2 어휘가 381개, N1 어휘가 761개로 대략 N1와 N2에서 익혀야 하는 상용한자 수준으로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물론 필요한 상용한자 전부를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 수준만해도 상당히 많은 양이라고 하겠다. 특히 단순히 상용한자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어원을 기준으로 해서 일어 훈독과의 연결고리나 변형 규칙 같은 것을 찾아내는 책임을 감안하면 1, 2권 다 합쳐서 1,759개의 단어를 연구하고 거기서 소스를 뽑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 책은 다루는 단어의 양이 많아 학습자 입장에서는 한자와 어휘의 체계를 폭넓게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자의 규칙이나 단어의 형성 법칙 같은 것을 비법처럼 소개하는 책은 많지만, 사실 그런 책에서 다루는 단어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은 몇몇 소수의 단어에 적용되는 몇 가지 규칙을 모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며, 초급 학습자에게는 도움이 되더라도 깊이 있는 학습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앞서 언급했듯이 상당히 많은 한자와 단어를 바탕으로 한국어와의 관련성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일정한 패턴과 법칙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단순한 암기를 넘어 어휘의 구조적 이해를 넓힐 수 있으며, 다루는 단어의 양이 방대해 학습 효율과 만족도 모두 높은 편이다. 결국 이 책은 일본어를 단순히 외우는데 그치지 않고, 언어의 뿌리와 연결성을 함께 탐구하려는 학습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교재라 할 수 있다.
일단 책 서두에 우리말이 소위 순수 일본어인 "야마토 고토바"로 바뀔 때 일어나는 법칙을 쭉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이 법칙대로 우리말이 일본어로 변화해서 옮겨졌다는 건데 그래서 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법칙을 무조건 외워야 한다. 소개된 법칙을 보면 "ㅁ"과 "ㅂ"으로 상호변화하는 것 같은 일어 공부를 좀 하다보면 쉽게 발견하게 되는 법칙도 보이는데 이런 것 외에는 왜 이게 저렇게 바뀌었는지 이해가 안되는 게 많지만 어쨌든 일단 외우자. 그러고나서 법칙을 떠올리며 본문에 나오는 어휘들을 보면 되는데 솔직히 아무리 법칙을 알고 있어도 단어의 변화를 따라가는데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책에 나오는대로 일본어 어휘를 암기하기 위해서는 일단 한자와 훈독, 한국어의 뜻을 전부 알고 있다는 전제가 되어야 성립된다. 가령 부채질하다의 扇ぐ (아오구)의 경우 어원은 "부치다"인데 부치>붖>붛>밯>바호>바오>하오>아오>あお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탁음 ば가 청음 は가 되고, 이게 다시 여린소리 あ가 된다는 설명. 일단 우리말 어원이 일본어로 변환되는 과정도 상당히 낯설고 어려운데 일단 扇ぐ가 부채질하다는 뜻이고 일어로 あおぐ고 한국어 어원은 무엇이고 이런 내용을 다 알고 있어야 전체 변형 과정과 일본어의 뜻과 음 같은 것을 알게 된다는 것. 쉽지 않다. 좀 심하게 말하면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책의 취지가 뭔지는 이해한다. 일어는 과거 한국에서 넘어간 사람들이 사용한 우리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두 언어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서 우리말의 어원에서 변형된 일본어를 함께 연동해서 이해하면 굳이 암기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외워지지 않을까 하는 건데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게 말처럼 되지는 않는다. 저자가 만든 규칙에 좀더 익숙해지고, 하나씩 어휘가 쌓이고 데이터가 누적되면 모르던 어휘들의 변형된 형태가 눈에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직 이런 방식이 일본어 어휘를 익히는데 아주 유용한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게 쓸모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 N1 시험을 칠 때 학원 쌤이 모르는 단어의 발음이나 그런 걸 유추하는 방법 같은 걸 알려줬는데 그 비법과 유사해서 이 규칙을 알아두면 시험칠 때 유용하게 쓰일 것 같기는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이 방식대로 일본어 어휘를 암기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만큼 방대한 양의 어휘를 꼼꼼하게 정리한 노력은 대단한 것으로 그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