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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 릴케 시 필사집 ㅣ 쓰는 기쁨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생각 / 2026년 4월
평점 :
릴케의 시를 하나도 읽지 않았거나, 그 시인을 잘 알지 못해도, 릴케라는 시인의 이름은 아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왜냐하면, 길을 가다가, 혹은 무언가를 읽다가 우연히 만난 릴케의 한 문장은 그 순간 바로 그 읽는 이를 매료시키기 때문이다
어디인지는 몰라도,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도, 과거 릴케의 한 문장과 조우한 사람은 절대 그 이름을 잊지 못한다.
이것이, 그 시는 자세히는 몰라도 그 시인의 이름만은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릴케의 서정성이 극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시들을 모아 필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야기이다
가장 큰 장점은 당연하게도 릴케의 시를 내 손으로 써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필사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취미활동이지만, 그 특성상 가장 적합한 텍스트는 시이다
필사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문자 하나하나를 음미하려는 행위인데, 산문에는 사족에 해당하는 단어와 어미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시는 그 자체가 함축성으로 이뤄진 형식이므로, 음미를 방해할 요소들이 이미 제거된 글이고, 길지 않아 지루함도 없다
게다가 그 텍스트의 주인이 릴케처럼 역사적으로 범접 불가한 언어의 연금술사인 경우에는 필사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다
이 책을 통해 독자이자 필사자는 릴케의 시가 지닌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다
한자씩 필사를 하다보면 몰랐던 의미도 깨닫게 되고, 숨은 뜻도 발견하게 되며, 자신 속에서 시를 읽기만 했을 때와는 완전히 새로운 활동이 벌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릴케 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릴케는 인류가 지닌 보편적인 고민들, 죽음, 사랑, 존재 의미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룬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여러 시를 통해, 그 주제들이 지니고 있는 고통과 좌절, 고독과 열정, 실존과 탄식을 노래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고도로 집약되고 정제된 시어들에 숨어 있고, 널뛰는 듯한 개념의 도약 속에 내포되어 있어, 단순히 한 번 보아서는 온전히 느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필사집은 그런 시를 한 번 보고, 그대로 다시 써보는 경험을 유도하여 시에 대한 감상을 한 단계 승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독자는 그런 시들을 써보며, 마치 여러 번 삶을 살아보는 것처럼, 여러 계절을 한순간에 거치는 것처럼, 여러 자아를 경험하는 것처럼 자신의 감수성과 서정성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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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화충전 200%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