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일기

아내의 일기
김소주.김선재.김규원 지음 / 파라북스 / 2025년 5월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요즘 일기를 쓰는 사람이 있을까. 
사진과 영상을 찍는 사람은 많지만 글로써 하루를 기록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수백 년 후에 후대인들은 지금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어떻게 파악하게 될까. 
마치 지금의 우리가 고려나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재구성하듯이 말이다. 
아마도 사진과 영상 자료는 넘쳐나서 시각적인 관찰은 아주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본질적이고 내밀한 생각과 감정은 살펴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글과 글이 아닌 기록은 그 깊이와 범위에 있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오히려 지금의 우리가 옛 사람들의 인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은 글로써 자신의 생애를 기록한 어느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일기의 양과 내용, 그 자체이다. 
대학노트로 모두 88권에 달하고, 거의 매일의 삶을 아주 상세히 써내려갔다. 
필자가 사진으로 실은 실제 일기의 사진을 보면, 놀라움과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덕분에 독자는 연구자의 아내로서, 한 딸의 어머니로서, 1985년에 결혼하여 2020년대까지 성실히 살아온 한 여성으로서의 인생을 동행할 수 있다. 
그 당시 많은 이들이 그랬듯, 만난지 한 달도 안 되어 결혼하여, 남편의 직장을 따라 청춘을 보내고, 
자녀를 갖게 된 후 출산이라는 커다란 변곡점을 만난 후 육아를 거쳐 중년에 이르며, 
온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면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살고, 
황혼의 시기에 접어들며 어느덧 노부부가 된 한 쌍의 남녀가 질병과 고통을 감내하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공유하게 된다. 
마지막 책장에 도달했을 때는 그 유유히 흘러온 시간들이 뇌리에 스쳐가고, 
그에 따라 적응하고 도전하며 승화하게 된 부부에게 공감하게 되어 코끝이 찡해진다. 
 
그리고 이 부부의 오랜 생각 및 깊은 감정과 같이 하고, 함께 지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우연히 이 세상에 오게 되어, 필연을 믿으며 열심히 인생을 산 이 두 사람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이다.

[100자평] 호수와 암실

호수와 암실 ㅣ ANGST
박민정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흡사 이중, 삼중의 함정에 빠지는 것처럼 점점 축적되는 문제의 틈바구니에서 주인공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분투한다.

호수와 암실

호수와 암실 ㅣ ANGST
박민정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잔잔한 수면에 고요해지는 느낌을 받지만, 
때로는 그 조용함에서 무언가 벌어질 것 같은 불안과 
그 아래 존재하는 깊이를 알 수 없음으로 인해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낄 때도 있다. 
암실이라는 곳은 사진 인화를 위해 만든 공간이지만, 
문을 열었을 때 엿보이는 그 침습함은 불온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
이 소설은 그런 양면적 분위기를 표출하는 대상들처럼 평범함 속에 있는 괴기함을 이야기한다. 
​
우선 인상적인 것은 갈등 구조의 다층성이다. 
표면적으로는 성별 간 갈등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여성들 간의 갈등으로 전이되고, 이어서 개인의 내부적 갈등으로 전개된다. 
이는 마치 주인공이 일하는 고전번역연구소의 공간적 특성과도 연결되는데, 
고서의 오래된 표피를 손바닥으로 훔치면, 켜켜이 쌓여 있던 먼지들이 차례로 일어나는 것처럼 
피하고 싶던 어두운 측면들이 애초부터 상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뒤집어쓰게 되는 먼지들로부터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주인공은 끊임없이 시달리며 고뇌한다.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이지만 그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공기를 침범하고 기침과 같은 반작용을 유발한다. 
흡사 이중, 삼중의 함정에 빠지는 것처럼 점점 축적되는 문제의 틈바구니에서 주인공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분투한다.
​
다음으로 현실 속에 있는 여러 섬뜩함을 포착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평소 무심하게 수용해버리고 말지만, 한 번 생각해보면, 
자신이 겪었거나 지니고 있는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혹은 후대에게 물려준다는 것,
상호작용하면서 상대라는 존재의 생각이나 행동을 자신의 뜻대로 유도하려 한다는 것, 
진정으로 누군지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 말하고 듣는다는 것 등은 
그 본질적 불가지론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찌 보면 오싹할 만큼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런 기묘한 지점을 이야기의 흐름에 녹여내고 있다.    
​
#현대문학 #오컬트 #일상의공포 #호수와암실

페라리 75년

페라리 75년
데니스 애들러 지음, 엄성수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4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빠르게 달리고자 하는 욕망은 우리 인간의 본능적 갈망이자, 우리 모두의 순수한 설렘이다. 
그리고 이 꿈을 다리의 근력이 아닌, 금속의 퍼포먼스로 성취하고자 한 도전이 바로 자동차의 역사이다. 
​
이 책은 그런 오래되고 정결한 인류의 노력이 축적된, 시대와 자동차라는 존재의 대화이다. 
​
75년이라는 숫자를 만들어오면서 페라리라는 주체가 지녀온 꿈은 무엇일까. 
그건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는, 우아한 모습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궁극의 머신을 만들기 위해, 이상 추구 이외의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것 또한 그들의 꿈일 것이다. 
쇠로 만들어진 거대한 총체와 그 과정에서의 담대한 의지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이 유형과 무형의 융합에서, 엔초 페라리가 자신의 회고록의 제목에 썼듯이, 엄청난 기쁨(The Terrible Joys)이 솟아난다. 
꿈과 기쁨은 본질적으로 항상 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아울러 이 책은 위와 같은 드라마를 선명하고 반짝이는 사진과 명료하고 구도자적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 안에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사람 주위로 또 다른 재능 있는 사람들이 들끓는 풍경이 있고, 
변증법을 거쳐 진화하는 자동차의 심신이 있으며, 과거의 유산을 기반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향하는 새로운 도전이 있다. 
​
꿈과 열정을 공유하며 자신들의 이상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사업가, 기술자, 드라이버, 디자이너가 등장하고, 
그들의 이름과 사상을 반영한 영롱한 자태의 페라리의 모델들이 존재한다.
태생적인 장애물인 공기 저항을 어떻게 역학적으로 극복할지, 물질의 무게를 어떻게 줄여나갈지, 엔진이라는 생명체를 어떻게 진화시킬지, 
기존의 한계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적인 생각과 우둔한 노력이 서로 각축해온 현장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들이 새로운 기술 표준을 정립하고, 이야기 속에서만 전해오던 문화적 성취를 현실에서 이뤄냈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
페라리의 75년은 지지부진하고 지루한 일상을 깨우는 멜로디이며, 잠자던 꿈과 열정을 약동하게 하는 리듬이다. 
​
#페라리75년 #잇담북스 #데니스애들러 #엄성수 #북카페

대전환의 시대, 트럼프 2기 혼란 속 글로벌 경제 전망

대전환의 시대, 트럼프 2기 혼란 속 글로벌 경제 전망
박상현 외 지음 / 책밥 / 2025년 4월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선언한 전후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커졌고, 증시 역시 그 변동 진폭이 확대되었다. 
사상 유래 없는 세 자리 수의 관세율이 발표되고, 무기만 없을 뿐 미국과 중국은 거의 전쟁 수준으로 대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이 책은 그런 물음과 불안에 대해 그 방향을 모색하는 이야기이다
​
가장 큰 강점은 경제에 대한 뛰어난 분석력이다. 
요즘은 평범한 식견이나 피상적 분석을 화려한 미사어구나 그럴 듯한 직함 등으로 포장하는 책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경제의 변화를 핵심 위주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트럼트 2기 출범과 함께 커진 경제 불확실성을 명쾌하게 짚어낸다. 
서두부터 과감하게 서술해가는 현황 파악의 수준에 놀라 필진의 면면을 다시 살펴볼 정도이다. 
특히 불과 수년 전, 그리고 트럼프 정부에 관련해서 수개월 전의 변동 상황이지만 그것을 신속하면서도 정확히 분석한다는 것이 대단하다. 
이런 성과가 가능한 것은, 수십년간 활동한 이코노미스트, 현업에서 활약 중인 애널리스트, 지상파 방송의 경제기자를 비롯하여,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전문가로 구성한 필자들이 함께 협업했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고 중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간단명료하게 서술하는 본문들이 경제 분석 및 전망을 제시하고 독자로 하여금 그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다음으로 내용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이론적 부분과 실용적 부분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다루는 분야도 관세, 환율, 증시, 금융, 산업 등 경제 관련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한다. 
또한 파트 4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느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한지도 제시하고 있어 투자를 계획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
그리고 문장 위주의 서술 외에 그것을 뒷받침하는 풍부한 시각자료를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다. 
본문의 중요 내용을 설명하는 많은 그래프를 첨부하였고, 주요 도표 및 그래픽 자료도 적재적소에 실었다. 
  
​
#대전환의시대트럼프2기혼란속글로벌경제전망 #책밥 #박상현 #권애리 #박승진 #한지영 #박상준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