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암실 ANGST
박민정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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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잔잔한 수면에 고요해지는 느낌을 받지만, 
때로는 그 조용함에서 무언가 벌어질 것 같은 불안과 
그 아래 존재하는 깊이를 알 수 없음으로 인해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낄 때도 있다. 
암실이라는 곳은 사진 인화를 위해 만든 공간이지만, 
문을 열었을 때 엿보이는 그 침습함은 불온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소설은 그런 양면적 분위기를 표출하는 대상들처럼 평범함 속에 있는 괴기함을 이야기한다. 

우선 인상적인 것은 갈등 구조의 다층성이다. 
표면적으로는 성별 간 갈등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여성들 간의 갈등으로 전이되고, 이어서 개인의 내부적 갈등으로 전개된다. 
이는 마치 주인공이 일하는 고전번역연구소의 공간적 특성과도 연결되는데, 
고서의 오래된 표피를 손바닥으로 훔치면, 켜켜이 쌓여 있던 먼지들이 차례로 일어나는 것처럼 
피하고 싶던 어두운 측면들이 애초부터 상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뒤집어쓰게 되는 먼지들로부터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주인공은 끊임없이 시달리며 고뇌한다.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이지만 그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공기를 침범하고 기침과 같은 반작용을 유발한다. 
흡사 이중, 삼중의 함정에 빠지는 것처럼 점점 축적되는 문제의 틈바구니에서 주인공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분투한다.

다음으로 현실 속에 있는 여러 섬뜩함을 포착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평소 무심하게 수용해버리고 말지만, 한 번 생각해보면, 
자신이 겪었거나 지니고 있는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혹은 후대에게 물려준다는 것,
상호작용하면서 상대라는 존재의 생각이나 행동을 자신의 뜻대로 유도하려 한다는 것, 
진정으로 누군지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 말하고 듣는다는 것 등은 
그 본질적 불가지론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찌 보면 오싹할 만큼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런 기묘한 지점을 이야기의 흐름에 녹여내고 있다.    

#현대문학 #오컬트 #일상의공포 #호수와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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