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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 ㅣ 서가명강 시리즈 39
박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인류세'라는 말은 도발적이다.
그것이 업적을 기리는 훈장이 아니라, 저지른 죄악에 대한 주홍글씨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인류세에 대한 이야기이다.
1. 빅히스토리 (역사 분야의 빅데이터화)
먼저 시선을 붙잡는 것은 필자의 전공이다.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인데, 생물과 지리의 결합이 생소하다.
생물학은 예전부터 고유의 단독 학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지리학 역시 그러하다.
게다가 책의 서두에서 필자는 '지리학'을 이과 계열이 아닌, 문과 계열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분류하고, 그것을 다시 '자연지리학'이라는 용어로 연결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구의 자연환경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즉 생명과 환경, 그 개별적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연구를 표방하는 것이다.
기존의 생각에 대한 작은 시각 변화 및 실험적 시도이지만,
이런 접근과 방향이 미래에 훨씬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필자의 접근은 본문에서 그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기후 변화와 인류 역사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전자가 후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사와 자연사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학계의 흐름에 대해서도 동조한다.
(참고로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이는 현재의 두드러지는 경향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 예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이다)
그리고 그런 시각에서 현재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서 환경의 변화와 인류역사의 변천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2. 오만함에서 겸허함으로
이 책의 주제는 환경에 대한 인간의 겸손함의 회복 필요성이다.
2부에서 기후 변화의 막강한 영향력을 기술하고, 3부에서 그런 변화가 초래하는 치명적 위기를 설파한다.
그리고 4부에서 그런 위기를 예방하고 지속적인 거주 가능 지구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이 목적을 위해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동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 유도이다.
과거에도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대멸종 같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자연적이고 환경적인 변화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변동은 인위적이고, 특정한 하나의 생물종이 촉발하는 변동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그 부작용과 위협을 더욱 예측하기 힘들고, 나중에 원 상태를 회복하거나 해악을 되돌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인간의 환경에 대한 윤리와 철학을 재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기술 발전과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기후 변화 및 환경 훼손에 대해서는 그 해결책 모색의 측면에서 현재 암울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효율성과 형평성 관점에서 제대로 된 해결은 각 국가, 경제활동 주체들의 빠짐없는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지금의 국제사회, 경제체제 특성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그런 국제적인 노력에 불참할수록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필자의 제안처럼 기술적, 경제적 접근이 아니라, 윤리적, 철학적 접근을 택한다면,
지금처럼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
#인간의시대에오신것을애도합니다 #박정재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