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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아포칼립스
이 세계관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모든 것이 사라진 무, 이 배경 덕분에 기원과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본성과 구원에 대한 종교적 담론을 꺼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계에서는 이 소재는 지속적으로 변주된다
작년에는 묵시록적 주제로 유명한 라슬로가 노벨문학상을 탔고, 올해에는 리들리 스콧이 만든 종말론적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다
현실과 극단적으로 동떨어진 세계를 표현하는 이 테마가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우리의 주위에서 맴도는 것이다
이 소설 역시, 이 맥락에 서 있다
이 책은 외재적 존재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려고 하는 이야기이다
가장 큰 장점은 소설의 주제를 ‘에케 호모’라는 절묘한 단어를 통해, 철학적이고도 종교적으로 변환한다는 것이다
성서에서 빌라도가 예수를 군중에 던져주며 하는 말이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이다
여기서 빌라도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리고 실제 사람들이 본 것은 무엇일까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두 가지가 결코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불화와 불일치가 이 소설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인 종말을 초래한다
그 아포칼립스는 중요한 질문들을 마치 철학의 비밀, 종교의 금단처럼 내포한다
예컨대 인간의 본성은 변호될 수 있는가, 그럴 필요와 가치가 애초에 존재하는 것일까, 구원과 징벌은 서로 합리화될 수 있는가, 존재적으로 다른 주체가 공존할 수 있는가, 궁극적인 판단과 심판 역시, 결국은 힘의 논리에 의하지 않는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