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으로 가는 길
정형남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산, 산사, 외딴 섬, 이것들은 종종 치유의 장소로 소환된다
현실과 사회에서 받는 상처와 병은 그 정반대되는 곳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그리고 그런 장소와 그것에 동화되어 가는 인물, 그리고 그곳에 원래 있었던 듯한 사건을 힘 있는 문체로 써내려간 소설이 나왔다 
이 책은 뚜렷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상처를 지닌 한 남자의 치유와 회귀에 대한 이야기이다
​
가장 큰 장점은 오랜만에 만나는 묵직하고 고전적인 문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의 스타일과 연관되는 것들인데, 최근 작가들에게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요즘은 최대한 캐주얼하게, 쉬운 언어처럼, 가볍게 쓰는 것이 주도되는 경향이다
새롭게 등장한 수많은 미디어의 영향도 받고 있고 디지털화되는 문학의 일면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이라면 왠지 그런 특성들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은 문학의 중심이고, 현대인에게 사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지금 시대와는 다른 변종적 성격을 강렬하게 지니고 있다 
토속적이고 거친 질감이 나는 단어와 문장이 있다
남성적이고 고답적인 문체가 있다
아울러 현재는 잘 다뤄지지 않는 과거사에 대한 단편들, 그것들과 불화하며 발생하는 내적인 소요를 내용으로 끌고 들어온다
덕분에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예전 수공예품 같은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다음으로,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자극적이고 거대한 사건이 있지 않고, 인물들의 서사 역시 느슨하고 느린 템포로 흘러간다
그런 여유가 있어 독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