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휴머니즘 - 인류의 미래를 찾아서 (에리히 프롬 탄생 125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황선길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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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디캣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심리학은 모두가 좋아하는 주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앞에 한 단어가 붙으면 전혀 주목 받지 못하는 분야가 된다. 
그건 바로, 사회심리학.
사람들은 자신이나 상대의 심리에는 관심이 많을지 몰라도, 그들이 모인 사회 및 집단의 심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게 별 대수인가. 개인의 자유가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무감각 및 무의식은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개개인의 현실인식에 대한 퇴보로 이어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퇴화는 사회의 부조리를 고착화하고 축적되는 병폐가 곪아가게 한다.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이라는 불세출의 사회심리학자가 우리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화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2부 왜 전쟁인가라는 부분이었고, 그중에서 특히 ‘평화에 대한 이론과 전략’이라는 내용이 훌륭했다. 
세계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지금은 더군다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두 강대국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는 전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왜 이 비극은 중단되지 않는가. 

이에 대해 프롬은 인간의 근원적 특성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와 정치,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 사고 속 병리적 현상을 파헤친다. 
뿐만 아니라, 평화, 인간의 공격성 등에 대한 기본 개념들도 정교하게 정립하며 나아간다. 
특히 인간의 폭력성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는 부분은 백미이다.
예컨대 인간의 폭력성은 선천적, 후천적이라는 이분법적 고정특성이 아니라, 일정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발현할 ‘준비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뛰어난 통찰이다. 
또한 인간에게서만 보이는 가학적이고 잔인한 파괴성은 인간의 근원적 무력감이 폭력적 전능감을 동경하면서 분출한다는 것, 이는 동물로서의 나약함과 이성적 존재로서의 나약함 사이의 ‘실존적 갈등’에서 기원한다는 것이라는 설명은 독자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다음으로, 프롬의 ‘휴머니즘’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 및 개인에게 던지는 시사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을 읽으며 프롬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휴머니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프롬의 표현을 빌리자면, 휴머니즘이란 ‘사람들이 마음속 깊이 느끼는 것: 생명과 인간에 대한 특별한 사랑 및 믿음’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본문의 ‘네크로필리아’와 ‘나르시시즘’의 대척점에 서게 되는데, 이 두 병리적 문제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만연해 있다 
예컨대, 인간성이 죽은 것, 부패, 비생명 및 비정상, 기계적인 것에 사람들은 끌려 중요한 가치들을 외면하고 있으며, 집단적 광신과 배타성으로 인해 양극화는 심화되어 간다. 
특히 신화적이고 심리적인 작은 개념으로만 알고 있던 나르시시즘을 사회적 심리 및 현상으로 확대하여 설명하는 부분은 아주 빼어나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이토록 악화만 되어가는 사회적 무자비성, 비이성, 병폐, 양극화의 태초적 원인을 깨닫게 되는 놀라운 계기를 만나게 한다.  
 


#위기의휴머니즘 #에리히프롬 #황선길 #21세기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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