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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마치 헤르만 헤세라는 거장 감독이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에 만든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거칠게 강렬하고, 기원적 이미지로 가득하며, 미래에 꽃피울 봉우리들이 산재해 있다.
아직은 잘 꿰어지기 전인 단상들과 영감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고, 단속적이고 과감한 시도들이 지적인 환기를 제공해 준다.
그의 그 어느 작품보다 몽환적이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황홀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때로는 공상과학적인 이미지와 서사로 현실에 얽매여 있는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 책은 거대한 대양이 된 헤르만 헤세의 강물이자 시냇물이였던 근원에 해당하는 초기 산문집을 모은 책이다.
가장 큰 강점은 당연히 무엇보다도, 헤세의 천재성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버릴 단어와 문장이 하나도 없다. 모든 글자를 필사하고 외우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 문체와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동시에 감사할 따름이다.
첫 페이지부터 독자는 그의 문학성과 감수성, 표현력과 서정성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섬 꿈"이라는 환상적이고 이미지적인 작품을 시작으로, "이삭 여문 들판 꿈"이라는 비유와 묘사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까지
헤세는 쉴새없이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발휘한다.
완독 후에는 산문이라는 형식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이토록 심미적이고 심오한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다음으로, 헤세의 내밀한 근원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흡사 그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머물렀던 천국이자 꿈나라와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계를 한 조각씩 획득해나가면서, 그것과 공존하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겁내하는 내면도 드러나고, 한편으로는 세상을 향한 오만하고 서정적인 고독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보인다.
즉 강렬한 서정성이 발호되어 세상을 외면하게 되는 마음과 심미적인 자세로 인해 끝없이 세상에 다가가려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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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화충전 200%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