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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1 : 天(천)
이마무라 쇼고 지음, 이형진 옮김, 이시다 스이 일러스트 / 하빌리스 / 2025년 10월
평점 :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판타지 소설은 잘 보지 않는다.
대부분 수준 이하의 필력과 기시감 있는 모방적 설정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신기해보이고 기발해 보이는 설정만으로는 잠깐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뿐, 기본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작가의 실격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또한 이미 흥행한 헐리우드 영화나 인기를 끌었던 대중문화의 설정들을 이것저것 조합한 경우가 많아, 이야기에 새로움이 있기 보다는 어디에선가 접한 요소들이 범람하고 단지 모방하고 교묘하게 변주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오랜만에 그런 단점들이 보이지 않는 소설이 나왔다.
가장 큰 장점은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는 소설은 태생상 논리적 비약과 허술함이 어느 정도 첨가된다.
그러나 이 책은 애초에 설정을 기획하면서 촘촘한 개연성 구축에 힘을 썼고, 디테일과 문장도 수준급 실력을 보여준다.
예컨대, 다소 만화 같은 초기 세팅은 정교하게 구성한 흐름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호기심을 불어일으키고, 생각치 않은 소설적 전개 장치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지는 문장 역시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아울러 기반이 부족한 상상력의 전개로만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고, 흥미로운 시기의 역사라는 가용한 자원도 십분 활용한다.
이렇게 역사를 이야기 속에 녹여내면서, 플롯이 훨씬 견고해지고 그 세계관이 넓어진다.
예컨대, 메이지 시대라는 격변 속에서 발생하는 인간 군상들의 방황과 절실함이 소설 속 설정과 어울어져 그 극적을 분위기를 강화한다.
또한 누구가 아는 역사적 사실이 이야기의 현실성을 높여주어, 크고 작은 비논리성의 축적으로 인해 어느 순간 이탈하게 되는 독자들을 계속 붙잡아준다.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간 소설은 큰 기대를 품게 만든 후 점차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그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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