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쇼펜하우어 x 윤동주
김이율 지음 / 미래문화사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공자와 칸트가 만났다면 어땠을까.
베토벤와 김소월은 ... 피카소와 아인슈타인은 ... 어떠했을까. 
실현할 수 없는 상상이지만 우리는 간혹 이런 생각에 빠져든다.
왜냐하면 우리는 본성적으로 융합하고 조합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힘을 글로 드러낸 책이 나왔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와 윤동주를 한자리로 불러온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조합 그 자체이다. 
쇼펜하우어는 철학자이면서 고독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윤동주는 시인이면서 별과 바람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언뜻 보기에 공통점과 접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단적으로 전자는 고독과 절망, 혹은 실존 등 냉철한 개념에 대한 사유가 대표적인 이미지이고, 후자는 별과 자연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믿는 따뜻한 사색이 주된 이미지이다. 
저자는 왜 이 둘을 묶었을까. 
그녀는 분명 서로 상반된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무언가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단상들을 짧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들로 엮었다. 
독자는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두 위인의 사상과 그것을 현대적으로 탈바꿈하는 저자의 문장들을 읽으며 처음의 의문을 점점 풀어나가게 된다. 
아울러 그런 동반적 사유의 후에는 자신에게 전하는 질문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예컨대, 나는 언제 고독을 느끼는가,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최근 별을 보면 나는 무엇을 생각하게 되는가, 기억과 미래의 사이에서 지금의 위치는 어디쯤인 것일까 등등.

다음으로 저자의 역량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과거 명사들의 생각을 소환하여 자신의 생각과 결합하는 에세이 형식의 글들은 너무 많다. 그러나 읽을 만한 깊이를 지닌 것을 만나기는 아주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그런 안 좋은 예들을 잊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신춘문예 출신의 저자의 기본 소양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두 거인의 생소한 조화를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