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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관내 여행자-되기 ㅣ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좀 더 어른스러운 여행기가 읽고 싶었다.
보다 깊이가 있는 에세이를 만나고 싶었다.
차를 놓쳤다느니, 짐을 잃어버렸다느니, 하는 우스깡스러운 실수담으로 점철된 여행기가 아닌,
개인적인 감정에 빠져 피상적인 느낌만 나열하고 감상에 빠지는 에세이가 아닌,
뭔가 다른 여행기와 에세이가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끝내 그런 글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평범한 소재에서 비범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두 사람이 엮어낸 여행기이자 에세이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극히 개인적인 글인 여행기와 에세이의 형식을 취하면서 두 사람이 협업을 했다는 것이다
왜 그들은 그런 협력의 포맷을 취했을까.
그것은 그 둘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통시적인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재라는 제약된 시간과 여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항상 우리의 발 밑에는 축적된 시간이 있고, 우리의 양 옆에는 연결된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들은 그렇게 알게 모르게, 시공을 관통하고 있는 존재인 사람의 본질에 대해 서로 공감한다.
그것이 이 책이 시작되는 지점이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거쳐왔던, 혹은 지나쳐왔던 시간과 공간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다시 글로 변환한다.
즉 '둘이서' 해야만 그런 행동과 생각이 더욱 의미를 지니게 되고, 연결에 있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멍과 간극을 메우는 해결책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관'이라는 단어의 의미로부터 파생하는 두 저자의 단상과 문장이 흥미롭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관이라는 말은 인간의 종말을 담는 상자이기도 하고, 미술관과 같은 아름다움을 모아둔 장소이기도 하다.
아울러 우리의 발 아래에 수없이 지나가는 수도관 등과 같은 문명적 맥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삼각 구도적 다의성으로부터 이 관이라는 말의 매력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다의적 풍성함에서는 '관통'이라는 중심 제재가 떠오르고 그것은 다시 사적이고 공적인 고통과 연결된다.
그 관내를 여행하는 두 사람의 문학적이고 사색적인 여행기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