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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생각이란 일단 말로 옮겨지게 되면 그 원형을 잃는다.
그리고 그 언어가 이제 전달의 본질이요, 변화의 원본이 된다.
내용과 형식, 혹은 의미와 전달, 내피와 외피 등등으로 대치할 수 있는 이 관계는 참으로 묘하다.
진짜는 사라지고, 그것을 본뜬 것만 살아남는다.
플라톤의 동굴 속의 그림자, 이데아론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영혼과 작가의 관계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영혼으로부터 기원했지만, 일단 그것을 언어로 치환하고 나면, 그 영혼은 필연적으로 사라진다.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는 작가는 그야말로, 영혼 없는 작가인 것이다.
그 허무함, 그 공허함, 그 부질없어짐을 느끼며 모든 작가들은 그들의 영혼을 최대한 온전하게 본뜨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모와서 엮은 것이 바로 이 소설집이다.
이런 깊은 사유와 흥미로운 화제를 던진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의 작가가 언어를 가지고 유희하는 모습이다.
작가에게 언어란, 화가로 치면 붓이고, 일반적인 주체로 치면 인생을 일궈가는 도구이다.
즉 이 저자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자신있어 하는 대상을 가지고 유희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지적으로 충만한 위트와 자신감이 있고, 깊이와 넓이 면에서 그 심도가 뛰어나다.
또한 일본에서 독일로 가게 된 자신의 고유한 경험을 간과하지 않고, 그 중대한 변화를 작품 속에 녹여낸 것도 대단하다.
언어와 세계, 의미와 표상, 본질과 껍질에 대한 고민과 통찰이 독특한 소설을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그들 간의 불일치와 불화가 놀라운 에너지를 파생하고, 한계 없는 해석의 확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