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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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본문 중에 작가가 묘사한 한 장면이 사라지지 않는다. 
말하는 사람 주위로 그 말을 여러나라 말로 동시통역하는 장면이다. 
그 말의 원본은 하나이지만, 여러 동시통역사들이 옮기는 통역의 말들은 그 어느 것도 동일하지 않다. 
원본은 사라지고 수많은 변형된 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원본 없는 번역'이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이는 '영혼 없는 작가'라는 이 책의 제목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언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일단 그 말이라는 매개로 옮겨지게 되면 원초적인 생각과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그런 면에서 모든 작가들은 그들의 시작인 영혼을 잃어버린 존재들이다. 
역설적이게도, 말로 표현하면 할수록, 글로 써내려가면 갈수록 영혼이 없는 작가들이 된다.  
마치 통역하는 언어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통역하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본이 없어지고 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아이러니를 포착한 것만으로도 작가는 이미 독자들에게 중요한 화두를 일깨운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떻게 이런 생각에 이를 수 있었을까. 
가장 큰 계기는 일어와 일본이라는 모국어와 모국을 떠나 독일어와 독일이라는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같은 사물을 전혀 다른 말로 표현하는 세계에 들어가면서 저자는 말과 세계가 분리되는 것을 체험한다. 
말은 그야말로 말일 뿐이며, 세계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진 틈새에서 그녀만의 의미와 이야기를 찾아낸다. 
다시 말해, 다른 말로 치환되는 세계, 다른 의미를 지니는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그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언어의 구멍들도 주목하기 시작한다. 
분명 말해지고 있지만 온전히 전해지지 못하는 의미들, 순간적으로 휘발하는 언어들, 
그 불완전성과 마법적 성질을 이야기로 엮어 나간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저자가 표현했듯이, 말이 원본 없는 통역으로 퍼져나가듯, 영혼 없는 작가의 이야기로 퍼져나가듯, "끝나지 않는 소설"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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