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의 자화상
마리우 드 사-카르네이루 지음, 한유림 옮김 / 하움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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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독보적인 시대적, 공간적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20세기 초에 해당하는 시간적 인장이 찍혀 있는데, 그 시기는 인류사에 있어 아주 의미있는 시기이다 
19세기 내내 응축되어 온 지성과 감성의 에너지가 어느 계기로든 폭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세속적으로는 제국주의와 군국주의가 영향력을 키워가며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던 시간이다. 
예술적으로는 현대를 지배하게 될 주요 사조들이 우후죽순 피어나 경쟁과 혼존을 내보이고 있었고, 
20세기 전체를 물들일 거대한 전쟁이 태동하고 있던 시대였다. 

그리고 이런 카오스와 코스모스가 서로를 침해하기 위해 대립하던 시점에 이 시집의 저자는 시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고유한 시공적 특성과 흐름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시적 성격은 독자들에게 환영적이고 신비로운 느낌과 영감을 전해준다. 
또한 다른 시들은 선사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감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독보성이 이 시집의 제일 큰 강점이다. 

다음으로 탐미주의적이고 내면적인 시어들과 감각이 장점이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미적 추구는 외부 또는 자연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철저히 내부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있다. 
예컨대, 신성에 이를 정도의 이상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향한 영원한 갈망과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런 이상을 향하는 도전이 성공하지 못하고 자기 분열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마치 자신의 견고한 경계가 부숴지고 깨지면서, 그 틈을 통해 분절되고 불완전한 빛이 새어나오는 듯한 표현이 시집 전체에서 드러난다.  
그 빛은, 태초에 계획된 이상을 성취했더라면 온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퍼질 수 있었던 신성함이다.  
하지만 그것이 좌절되면서 세계와 자신과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날카롭고 불안정한 빛의 산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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