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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의 산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공상과학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그 퀄리티의 진폭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공상이라는 장점에 무작정 기대어 얄팍한 소설적 역량을 숨기거나, 개연성 없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만에 그런 생각에 예외를 둘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상과학소설이 나왔다.
가장 큰 장점은 공상과학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사유적 깊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과학과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사회로 전이한 이후, 공상과학소설은 소설이라는 장르에 있어 점점 자신의 위상을 강화해왔다.
자유로운 상상과 설정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기반으로 놀라운 문학적 성취를 이루기도 했고, 과학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과학에게 영감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수작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허황되고 논리적 구조도 갖추지 못하거나, 이미 다른 예술 장르에서 활용한 설정을 단순히 동어반복하기도 한다.
플롯이나 구성보다는 조악한 상상에 기초한 미래 기술 설명, 흥미 위주의 공상 묘사에 치우치기도 하고, 작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독자와의 접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르다.
공상과학이라는 외피를 둘렀지만, 그 속내에는 소설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요건들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삶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현재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딜레마적 화두를 짚어내며, 허구와 현실의 중간 지점에서 독자를 매료시킨다.
따라서 독자는 일차원적인 대부분의 공상과학소설에서와 달리, 이 소설 속에서 감성과 지적 즐거움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아울러 가벼운 장르적 기법으로 점철되어 순간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평범한 작품들과 달리, 오랜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얻어갈 수 있다.
이야기란 자고로 흥미뿐만 아니라, 이런 깊이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개성있고 독특한 소재를 채택한 것도 장점이다.
요즘 소설들의 소재와 주제들은 대부분 기시감이 들 정도로 유사하거나 리바이벌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야말로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이 구현된 특색 있는 세계관을 선보인다.
첫 페이지를 펼친 후부터 독자는 그 바다의 깊숙함과 산맥의 장대함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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