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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ㅣ 올리 그림책 57
현단 지음 / 올리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것은 매일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 공간이 안인지, 밖인지에 따라 그 성격과 특성은 급변한다.
물론, 그것에 소요되는 에너지와 발생하는 변수의 차이는 두 말 할 것도 없다.
이 책은 그 중 집에서 벗어나 밖에서 벌어지는 엄마와 아이의 소소한 나들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큰 장점은 강요하는 서사가 없다는 것이다.
교훈을 담아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억지 웃음을 창출해내려는 무리수도 없다.
단지, 햇볕이 너무 뜨거운 무더운 어느날 엄마와 아이는 나들이를 떠난다.
방향과 목적지는 엄마가 정하고 아이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담당한다.
놀이동산, 게임장, 외할머니네, 이모집 등등 상상력을 발휘하는 아이를 데리고, 엄마는 자신있게 발걸음을 옮긴다.
어디 가는지 알려주지 않는 엄마에게 끝내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아이.
그러나 분수 놀이터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감정은 의미가 없어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과일집에서 산 수박에 그런 화내기는 시원한 바람에 실려간다.
아름다운 단편 소설 혹은 영화를 본 것처럼 독자는 한여름 한낮의 싱그러운 풍경과 젊은 엄마와 어린 아이를 만난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어린시절, 또는 자신의 새내기 엄마시절을 떠올리게 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 중인 좌충우돌 육아, 또는 엄마와의 밀고 당기기가 일상인 자신의 하루를 연상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느슨한 줄거리와 사건 속에서 엄마와 아이는 자신들의 이야기도 되돌아 볼 것이다.
맞아, 여름엔 수박이지, 우리 내일 분수 놀이터에 갈까, 매미소리를 가까이서 들어볼까, 등등
때로는 지치고 지루하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이지만, 이 책을 통해 새삼 밖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아울러 숨겨진 계획으로 아이를 놀래키기도 하고 감동시키기도 하는 엄마의 건성건성 같지만, 세심하고 우쭐한 육아 실력도 기억에 남는다.
다음으로 개성 있는 그림도 장점이다.
제일 인상적인 것은 자유분방한 구도이다. 마치 열정 가득한 미술대학 입시생들의 그림처럼 구도는 재기발랄한 동시에 과감하고, 예쁜 동시에 작가적이다.
단색으로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하고, 화려한 컬러로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중요한 부분은 철저히 강조하기도 하고, 힘을 전달하고 싶은 장면은 에너지를 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