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 - 서울올림픽이 만든 88년 체제의 등장과 커튼콜
박해남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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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공연과 정치를 연관지어 생각해본 적은 없다 
물론 문화예술이 정치적 선전에 이용된 적은 많지만,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체제가 아닌 현대 국가에서 공연의 정치적 이용은 오래 전에 그 위력을 상실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생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이상을 거울에 비춰보면서, 현재와 비교하고 교정하는 과정으로서 공연은 여전히 고도의 정치적 행위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고 말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에게 현재의 삶과 그 방향이 과연 건강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말하는 소위 정상적인 삶, 즉 정규교육 후 명문대에 진학하여 좋은 일자리를 얻고, 재테크를 하여 노후를 준비하는 삶의 경로에 대해 심각히 비판적으로 생각해본 이는 드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선택하는 평균적인 삶이고, 그 외에 딱히 더 나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필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것이 과연 자연 발생적이고 제대로 된 것인가. 혹시 외부의 압력이나 권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설정된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사회학 이론인 사회계약에 대응하는 논리로서 공연계약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올림픽 같은 문화사회학적 공연은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정치 권력의 안정을 기하기 위한 부수적인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공연을 통해 권력에 의한 질서 유지를 확립하고 국민을 통제하는, 권력 운영의 핵심 요소가 된다는 이론이다.

이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생각이다. 
지금 우리가 보편적이고 더 나아가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삶의 방식이 과연 그러한가라는 메타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문을 읽어가며 그런 의문과 회의를 더 심도 있게 발전시킬 수 있다. 

다음으로, 근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 올림픽이라는 우리나라 경제발전 및 민주화에 있어 화양연화로 인식되는 이벤트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며, 그 이면과 어두운 면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우리는 과연 스스로의 만족과 이상 실현을 위해 그 거대한 행사를 기획하고 수행했는가. 
아니면 숨겨진 국가 혹은 권력의 불순한 의도에 의한 연출에 이용 당한 것인가. 
이는 대단히 도발적인 관점이자 문제 제기이다. 
이에 대한 답은 독자 스스로 찾게 되겠지만, 이런 기존 고정관념에 균열을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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