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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ㅣ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공상과학 소설의 성공은 막연하고 개연성이 빈약한 상상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게 구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런 명제를 확인할 수 있는 소설이 나왔다.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는 대중 소설을 읽으며 현재 혹은 미래의 관념적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언와인드라는 설정으로 통해 임신과 출생 관점에서 생명의 중요성에 대한 경중은 어떻게 달리 인식될 수 있는지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달리 말하자면 부모와 아이의 관점에서 보는 새로운 생명 탄생에 대한 인식일 수 있다.
예컨대, 부모에게는 책임과 의무가 제일 먼저 다가올 것이고, 아이에게는 자유와 권리가 가장 중요한 이슈일 것이다.
이 차이에서 오는 불화와 의견충돌, 더 나아가 의사결정의 사고 논리와 그 선택 결과에 대한 서로의 괴리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 격차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군상들, 그들이 이루는 세계의 혼란이 등장한다.
소설의 중심은 아이들의 관점에 무게와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독자들은 각자 스스로 어느 입장에 설 것인가에 대해, 자신은 지금 어느 입장에 더 가까운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음으로 미래의 변혁적인 기술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문제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음을 제시한다.
본문에는 공상과학 소설답게 여러 상상적 기술과 그에 다른 개념이 등장한다. 그런데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고 이야기의 몰입도를 위해서만 사용되지 않는다.
지금 그리고 향후 우리가 현실 속에서 마주하게 될 상황들을 내포하고 있어, 소설의 내용을 현재와 미래에 사고적으로 적용해보게 한다.
기존에는 전혀 다룰 필요가 없던 문제들이 새롭게 가시화되는 것이다.
예컨대 신체와 존재와의 관계, 사회적 제도와 개인의 삶의 문제, 규칙 설정자들과 그것이 적용되는 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부조리 등등.
사람이란 어찌보면 생체학적 기계와 비슷한데, 그 장기들을 부품처럼 인식하게 된다면 존재의 본질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사회 제도는 왜 항상 개인의 삶과 화합하고 일치될 수 없는가, 규칙이라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을 설정하는 권리는 누가 누구에게 부여할 수 있는가 등을 고민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환상 및 상상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보다 명확히 만들어주는 것이 공상과학 소설의 주요 역할 중 하나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 소설은 그 일을 유려하게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