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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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종종 당위적인 명제가 소설의 주제나 소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아무리 역량 있는 작가여도 그 내용이 지루하고 교조적이며 활력이 떨어지는 함정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결론이 있는 문제이고, 반론이 암묵적으로 차단되며, 이야기의 흐름이 능동적이기 보다 수동적인 태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늘 그렇듯, 이런 한계를 보기 좋게 뛰어넘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책의 작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앞서 언급한 여러 제약과 굴레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유로운 방식으로, 환상적이고 사색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가의 소설적 핵심 요소들의 설정 능력이다. 
자연의 중요성 및 그 보호의 필요성이 기반이 되고, 생태계 및 야생동물들의 조화, 인간과 환경의 올바른 관계 등이 소설의 중심이 된다. 
즉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야기가 지향해가는 결론의 방향이 예측 가능하고 미리 정해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정형화된 구도 속에서도 작가는 플롯에서부터 인물, 사건, 배경을 자신만의 개성이 지배하는 독특한 색채로 구성해간다. 
예컨대 늑대의 재야생화 및 생태계 복원이라는 소재를 단조롭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입장과 관점을 끌어와 긴장감을 준다. 
옳은 일을 하는 단면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촉감 공감각이라는 능력이자 장애를 지닌 다면적 인물을 그려낸다.
그리고 전자의 외적인 이야기 흐름과 후자의 내면적인 이야기 흐름이 함께 어울어지며 유려한 리듬을 창출해낸다 
그밖에도 사람과 동물과의 교감, 다양한 인물들의 대립과 조화 등도 빼어난 문장력으로 첨가하여 소설적 재미를 준다. 

다음으로 작가의 뛰어난 묘사력도 이 소설의 강점이다. 
한밤중의 늑대가 모여 있는 모습, 석양의 숲을 바라보는 풍경, 주인공이 동물들과 감각을 공유하는 장면, 야생동물의 생태를 전달하는 표현 등. 
명문장과 명장면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아울러 신비롭고 아름다운 묘사를 전달하는데 치우쳐, 줄거리 및 이야기의 구도가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고루한 주제에 대해, 예상치 못한 참신한 소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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