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클레르 갈루아 지음, 오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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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인간의 삶을 가장 실존적이고 본질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노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탄생부터 힘겨운 몸짓으로 시작하여 종말에 이르기까지 몸을 통해 세계를 받아들인다. 
힘써서 움직이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삶이 마무리된다. 
이런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 이 소설은 읽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더 나아가, 인생뿐만 아니라 그것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랑에까지 노동이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비정형적 서술을 펼쳐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반 소설처럼 문안하고 규정된 서사를 진행해가지만, 점진적으로 그 서술은 기존의 정형성을 탈피하여, 독특한 분위기와 의미를 창출해낸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줄거리는 기존의 이야기 소재와 구조를 거스르고, 인간 군상에 대한 묘사는 마치 이리저리 흔들리는 심신처럼 기억과 현실이 혼재해 있으며, 인물들과의 대화는 관념과 냉소가 교차하며 가장 근본적인 사람의 속성을 내보인다. 
비평가라는 저자의 배경이 통상적인 소설들이 지닌 온갖 클리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고, 독보적인 작가의 개성이 작품에 깊이와 흥미를 더해준다. 

다음으로 인생과 사랑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해준다. 
서로에게 기록되는 삶과 애정이 각자에게 얼마나 다른 형태를 지니는지, 사랑이라는 행위와 감정이 애틋함과 설렘과 헌신이 아닌 그것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것들로도 이뤄져 있다는 것, 육체에서 아름다움과 강점이 점점 사라지는 것처럼 인생과 사랑도 그 절정적 속성이 쇠락하여 소멸되는 것이 그 본질일 수 있다는 것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살아가는 흔적이 고스란히 육체에 그 흔적을 남기듯, 사랑의 증거들도 육체를 통해 그 존재의 여정을 남겨놓는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마치 우리가 몸으로 수행하고, 감당하는 노동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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