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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경성 - 식민지 경성은 얼마나 음악적이었나
조윤영 지음 / 소명출판 / 2025년 4월
평점 :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는 우리 역사에 있어 거대한 공백이다.
암울함과 치욕으로 인해 우리는 그 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직 일제의 수탈에 대한 기록만 있을 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진지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없다시피 하다.
잘 된 것이 있으면 일제의 공적이 되고, 못 된 것 있으면 지지부진한 우리의 어두운 과거가 되는 딜레마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그런 한계를 극복하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1920년부터 1935년까지의 경성이라는 공간의 근대화 모습을 전달해준다.
방대한 시각 자료를 필두로 그 시대의 풍경을 생생하고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특히 그 분야를 음악이라는 특별하고 귀중한 분야로 한정하여 진행한 것도 신의 한 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시절의 많은 것들이 베일에 싸여 있는데, 음악은 그 중 가장 알려진 것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적인 전문성과 구체성을 높은 수준으로 달성하고 있는 본문의 퀄리티는 감탄을 자아낸다.
아울러 상세한 레퍼런스를 밝히고 있는 점은 이 책의 필자가 얼마나 연구자적인 깊이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무엇보다 내용이 아주 재미 있는 동시에 시사적인 의미가 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인 경성이라는 곳은 그 자체로도 흥미 있는 장소이지만,
창작자, 연주자, 대중이라는 주체들이 그 참여와 감상에 있어 제일 능동적인 특성을 지닌 음악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첫 페이지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예컨대, 근대화라는 거대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내는지, 서양식 음악이 어떻게 도입되고 이식되며 적응하게 되는지, 지금의 모습과는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런 문화적 양상들이 현재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등등을 낱낱이 목격하며 즐길 수 있다.
아울러 곳곳에 포진한 필연적인 그 시대의 위트와 아이러니가 미소를 짓게 하고,
논문과 교양서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고 있는 저자의 노력이 음악적 경성이라는 음악사적 의의를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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