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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종말
신주희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친애하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인 듯한 첫 구절이 책의 제목이다.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그 구절에 종말이라는 말이 들어가면서, 이 구절은 그 의미가 혼란해진다.
그 누가 자신의 종말을 친밀히 사랑할 수 있는가.
양보해서 만약 그런 이가 있다면,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먼저 인상적인 흔적을 남기는 것은 종말이라는 대상을 향한 인물들의 서사들이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차라리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그리고 마치 그에 부응하듯이, 가족들로 인해 타의적으로 종말을 신봉하는 종교단체로 들어가게 된다.
자연히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다시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공간과 인물들 속에서 종말은 일반적이지 않다.
평범하게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일찍 모두 함께 맞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자기주도식 종말을 맞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왜 그런 생각에 이른 것일까.
그들은 종말을 예측해놓았다고 생각했고, 자신들이 그것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러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수동적이고 무지한 상태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이 마치 능동적이고 전지적인 상태라고 여긴 것이다.
자신의 친구로 삼을 수 있고,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대상처럼 말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들은 그 오만함의 대가를 치른다.
궁극적인 종말은커녕 굳게 믿었던 사람들과의 관계, 자신들의 본성적 행동조차 한 치 앞을 예측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얄팍한 오해 및 무지로 인해 산산히 부서지고, 허무함과 나약함에 쇠약해지고 죽어가는 자신과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이 치기어린 문장으로 써놓은 종말에 대한 편지, 즉 유언들은 시간의 때를 타며 구겨져 간다.
'친애하는'이라는 한껏 치장한 종말은 그들의 예측과 다르게 그들을 기만하고 농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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