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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한시 - 흔들리는 삶에 건네는 서른여덟 편의 한시 이야기
이지운 지음 / 유노라이프 / 2024년 11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가장 함축적인 문학이 시이다.
그리고 가장 함축적인 문자가 한자이다.
이 둘이 만났다.
빅뱅처럼 한 점, 한 문자, 한 구절 속에서 그 의미가 폭발한다.
이 책은 그런 빛나는 영감의 탄생과 충만한 감정의 소멸이 담긴 한시 모음집이다.
처음에 천문학적 표현을 빌어 설명했는데, 이 잔상은 독서 내내 이어진다.
한낮, 눈 앞의 일상적 풍경이 무한히 확장하여 장대한 하늘과 유구한 시간이 되기도 하고,
꽃, 잎, 시내, 비 등 늘 보아오던 대상들이 지구의 역사만큼의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산은 태곳적처럼 고요하고, 해는 한 해처럼 길다" - 시인 당경
또한 수천년 전의 사람들의 위트와 감성에 감탄을 하기도 한다.
"꽃은 져도 봄은 아직 남아 있어" - 시인 유월
유명한 스타 시인들의 일화와 명불허전 명시들도 이어진다.
예컨대, 두보의 "봄밤에 내린 기쁜 비", 백거이의 "술을 앞에 두고" 등등
이런 시들과 함께 읽는 그 시인들의 일화와 시를 쓴 배경을 보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움이 독자들의 머릿속에 연상되고 각인된다.
아울러 그대로 필사하고 싶게 만드는 극한 수준의 현실 묘사와 감흥 표현도 넘쳐난다.
그 안에는 시인들이 겪은 인생사, 깨달음, 회한, 만족, 단상들이 녹아 있다.
무엇보다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원본을 함께 즐기는 지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필자가 친절히 자구해설도 실어서 그 온전한 의미를 파악하고 한자 자체를 배우는 보람도 만끽할 수 있다.
"이 한자가 시 속에서 이렇게 쓰이기도 하는구나",
"이 글자에 이런 문학적 의미가 담길 수 있구나" 등의 감탄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또한 정연하게 맞춰진 글자 수와 미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음운을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책 서두에는 호리병 속에 별천지를 넣어 다니는 노인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다가, 여차하면 그 병 안으로 들어가 자기만의 세계를 즐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 호리병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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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