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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박우만의 사회
박해석 지음 / 파라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서정성과 투지의 중간계
그의 시들은 서정성과 자조가 주된 정서로 보이지만, 투지와 투쟁 역시 정면을 향해 존재감을 내보인다.
이 양립하기 어려운 두 축이 균형을 이루며, 한없이 갸날퍼서 도피하는 듯한 순수시와 너무도 강직해서 틈이 보이지 않는 사회시의 양단을 모두 포용한다.
그럼으로써 독자는 모두가 일어서는 사회의 중앙광장에 자리하다가도 어느새 고향과 가족,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런 자연스럽지만 의도된 듯한 전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사회에서 하루와 일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그곳에서 얻는 손상과 상처는 그 반대편에서 얻게 되며, 그런 우연적이지만 동시에 필연적인 반복이 있어, 서정성과 의지라는 이원적인 생의 원천을 에너지 삼아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방황하는 박우만이 고향에 들러 마음과 세상을 다시 관조하며, 그 표류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여정이 바로 인생이라는 본질을 알아차리게 한다.
특히, 그가 쓴 'Heaven과 Hell이 타성받이가 아니거늘'에는 이런 의미가 총체적으로 담겨있다.
박우만은 허락된다면 연옥이라는 데서 얼마간 서 있고 싶다고 말하며,
천국과 지옥은 손바닥과 손등이 한살이이듯, 서로 눈 흘길 타성받이가 아니겠거니, 하고 중얼거린다.
프로페셔널 시인
많은 이들이 시는 논리적 구조와 개연성이 떨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 함축성과 시적인 비약으로 인해 시는 원래 뚜렷히 이해될 수 없는 장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도로 집약된 의미, 문학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감정의 승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더욱 논리적이고 개연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미디어의 발달과 글쓰기의 용이함으로 인해, 수많은 필자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기본 요건을 충족하는 저작들은 점점 드물어진다.
따라서 이런 토양 위에서 이번 시집은 자신의 위상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수십년 간 문학적 언어를 갈고 닦고, 사회적 시야를 방치하지 않으며,
전자를 통해 후자를 표현하고 구성하며, 인생이라는 모두의 과제를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세상의 마지막 날에, 비가 그치고 몇 개의 물방울이 떨어지는 날에,
그 물거품에서 자신의 인생의 허무함을 탄식하지 않고,
그 물방울 소리의 길을 타고 무한의 세계로 사라질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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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