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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평점 :
자기 과거를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과거는 흔히 추억이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대게 고통의 원천이고, 아픔의 근원이며, 회한이라는 지옥을 선사한다.
죽을 때 우리 모두는 후회하고, 오직 드물게만 만족한다.
이 책은 그런 과거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공들인 표지와 표지그림이 독자에게 차분하지만, 호화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전면의 은은한 진주 그림은 혼란의 현실 진흙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과거를 상징하고,
일반 책과는 다르게, 미묘하게 코듀로이의 감촉처럼 부드럽게 처리한 표지 종이는 우리의 과거처럼 자꾸 문지르고 싶게 만든다.
제목에서 '빛난다'는 구절 앞에 공백을 둠으로써 독자들의 사유 공간을 남겨놓은 것도 섬세한 디자인이다.
본문 역시, 빛나는 통찰과 수려한 문장이 필자의 생각을 내보이고 있다.
예컨대, 기억은 과거의 보존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사이고,
자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과 인격이 동기화 되었을 때 향유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부연하자면, 기억은 '과거에 일어난 사실'로서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미래에 활용되기 위해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또한 자유는, 베르그송의 말을 빌어서,
무언가를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인격과 행동이 일치되어 어느 행동을 해도 자신의 인격에게서 벗어나지 않는 상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기억)의 본질을 이해하고 마주하면서,
자신의 자유를 통해 과거와의 관계를 정립해야 우리가 온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라는 모호한 주제에 대해, 이렇게 우아하고 철학적으로 접근한 저작은 보지 못했다.
독서 후 자신의 생각에 투영한다면, 저자의 말처럼 과거에 얽매여 있는 '존재의 부종'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즐거움과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에피쿠로스 학파가 될 수도 있고, 과거로부터 의미를 발견하고 교훈을 얻는 스토아 학파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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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