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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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이 낱말의 어원은 
중국 전설 속에서 성인(성스러운 인간)이 태어날 때 나타난다고 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 후 현재 우리가 아는 '기린'을 동양에서 사람들이 처음 봤을 때, 그 장대함, 신비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스러움에 감탄하며, 그 전설 속 '기린'이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서양의 작가가 쓴 이 소설에서도 '기린'은 위와 같은 상징을 지닌다. 
기린에 대한 감탄적 감정은 보편적인가 보다. 

제목을 잘 지었다. 
상징이 함축되어 있고, 경쾌한 단순함 속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 후에는 소설의 주제가 메타포를 통해 각인된다. 
"인생이란, 환상적 존재를 가슴 속에 간직하며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기린은 환상적 존재를 상징하며, 서쪽(캘리포니아)은 평화와 풍족이 있는 이상향을 상징한다. 
즉 이 소설은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이다. 
첫눈에 매료된 기린을 무작정 따라나서며, 길 위에서 온갖 고초와 장애, 사람과 우정을 경험하고, 목표한 서쪽에 도착한다. 

왜 주인공은 기린에 한 번에 압도 당하는가. 
그것은 기린의 성스러운 고고함과 현실을 초월한 신비함에 자신의 이상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불가항력의 재난에 가족을 모두 잃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가진 채로 앞날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있던 주인공에게 세상과 인생에 대한 인식은 이미 무의미해지고, 처절하고 비참한 현실에 무방비로 시달린다. 
그런 시점에 그는 기린의 눈동자를 본 것이다. 
그리고 그 환상과 꿈 같은 존재를 곁에 두고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이상적 목표점을 향해 힘을 내어 길을 떠난다.     
   
아울러 이 여정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는데, 
이 현실적인 로드트립은 그에게서 모든 걸 바꾸어놓는 비현실적인 경험이 된다. 
그리고 청년기의 주인공은 어느덧 100세 노인이 되지만, 이 기린과 그와 관련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그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존재들과 같은 시공간에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고되고 지루한 인생에 위안이 되고 견고한 지지대가 되는 것이다. 
삶의 절벽 위에 있던 주인공은 '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오면서 비로소 인생과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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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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