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중에서도 스페인 방면 문학은 단연 그 구별이 뚜렷하다.
그리고 그 증거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소설이다.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작가가 심어놓은 흥미로운 상징이다.
"O"라고 하는 상징.
그것은 그루터기 모양이라는 1차적인 형상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 그 나무의 일생이라는 서사에 있어 '소멸, 허무, 공허'로 이어진다.
또한 이런 '무성했던 나무의 최종 모습'이라는 제행무상의 개념은
모든 것이 회귀하는 곳이자, 소멸을 앞두고 '정수가 담겨지는 곳'으로 그 의미가 확장한다.
아울러 이런 의미의 확장이 응축된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단언컨대 압권이다.
나무와 동일시되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따라가다가,
주인공은 거리에 혼자 있게 되고, 그 순간 시공간이 사라지며 기억 그 자체가 된다.
이 편향적이고 불균형적인 "O"라는 상징으로 인해
이 소설의 깊이가 한없이 깊어진다.
나무는 오래 전부터, 생명의 탄생, 성장, 노화, 소멸을 가장 시각적이며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상이다.
이 소설에서는 그 의미가 사람, 특히 부모와 조부모를 이념적으로 대표하는 메타포로 쓰인다.
그리고 그 고전적이지만 신선한 시도는 성공적으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나무의 기억 #티나바예스 #김정하 #삐삐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